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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 축구, 아시안컵보다 더 강해진 이유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세르비아전 2-1 승리는 단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경기 내용 및 결과에서 상대팀을 압도했기 때문입니다. 후반 41분 라도사프 페트로비치에게 만회골을 내준 것이 흠이지만 그 이전까지는 한국이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조광래 감독의 의도가 실전에서 완벽히 적중되었고, 태극 전사들이 여러 공간에서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취하면서 상대 선수의 기세를 흔들었습니다.

우선, 한국은 전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년 전 세르비아전에서 0-1로 패했습니다. 당시 A매치 27경기 연속 무패행진(14승13무)이 깨졌죠. 경기 초반 니콜라 지기치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방에서 협력 수비 공조가 잘 이루어지면서 더 이상의 실점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좌우 윙어들의 활동량을 늘리면서 공격 분위기를 주도했던 흐름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설기현이 기동력, 염기훈이 부상 여파에 따른 세밀함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원톱과 2선 사이의 연계 플레이(당시 4-2-3-1)가 잘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세르비아전에서는 한국이 2-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9분 박주영, 후반 8분 김영권의 골은 수보티치-비세비치로 짜인 상대 센터백의 불안한 위치 선정에서 빚어진 헤딩골 이었습니다. 한국이 점유율보다는(전반전 점유율 48-52% 열세) 종패스 중심의 볼 전개로 공격 템포를 높였고, 원톱 박주영을 시작으로 포어 체킹을 시도하며 상대 후방을 압박했습니다. 중원에 포진했던 김정우-기성용-이용래는 공간 여러곳을 누비면서 다양한 형태의 패스를 번갈아가며 주변 동료 선수들과 공조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 스탄코비치-쿠즈마노비치가 버티는 세르비아 중원과의 허리 싸움에서 이겼습니다.

2년 전에는 세르비아 선수들의 강점이었던 다부진 피지컬 및 높이, 균형잡힌 공수 밸런스, 측면 위주의 날카로운 공격 전개를 이겨야 하는 강박 관념이 없지 않았습니다. 유럽 강호와 맞붙었던 경험이 당시 드물었죠. 그런데 지금은 한국이 공간 싸움에서 '세르비아를 이기겠다'는 자신감이 충만했습니다. 힘보다는 공간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흐름이었죠. 또한 2년 전에는 '박지성 시프트' 이름하에 박지성 위주의 공격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박지성을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한 것과 밀접하죠. 그런데 조광래호의 세르비아전은 특정 선수가 아닌 모두가 일심동체하여 공격을 풀어가는 개념 이었습니다. 조광래호는 출범한지 1년이 안되었음에도 '하나의 팀'으로 뭉치는 조직력이 부쩍 좋아졌습니다.

특히 조광래호의 경기력은 아시안컵보다 더 강해졌습니다. 세부적인 관점에서는 박지성-이영표 대표팀 은퇴 공백을 메울 대체자의 검증이 더 필요하지만, 조광래호 전력의 중심이 '팀' 하나로 결집되면서 특정 선수 공백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중앙에 있었습니다. 이용래-김정우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갔고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담당하면서 공수의 짜임새가 좋아졌습니다. 기성용의 정확한 패싱력 및 너른 시야를 활용한 공격 전개를 이용래-김정우가 간격을 좁히면서 볼을 받아줬습니다. 두 선수는 상대 수비 형태에 따라 주변 동료 선수와 함께 짧은 패스를 주고 받거나, 원투 패스를 시도하거나, 종방향으로 패스를 밀어주면서 침투 기회를 열어주면서 상대 미드필더진을 제압했습니다.

아시안컵때는 기성용-이용래가 더블 볼란치, 박지성-구자철-이청용이 2선 미드필더를 맡았던 4-2-3-1을 활용했습니다. 기성용-이용래의 수비 부담이 많았죠. 당시에는 기성용의 수비력이 일취월장하면서 대인마크에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이용래는 박스 투 박스로서 공간을 부지런히 움직였죠. 그런데 기성용-이용래는 4강 일본전에서 상대 압박에 밀리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아시안컵의 연장선상 이었던 2월 터키전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일본은 지구력 및 끈질긴 수비, 터키는 피지컬 및 파워가 강점으로서 압박 위주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다행히 일본과의 후반전에서는 홍정호가 포어 리베로 역할을 맡으면서 공격적인 균형을 되찾으며 상대 압박을 대처했던 위기 관리 능력이 적중했습니다.

조광래호가 지난 3월 온두라스전, 6월 세르비아전에서 4-2-3-1 대신에 4-1-4-1 조합을 활용한 것은 기성용-이용래 조합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뜻입니다. 또 한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늘리면서 상대 압박을 이겨내는데 주력했습니다. 김정우를 선발로 기용하면서 이용래의 공격적 움직임을 늘리고, 기성용이 원 볼란치로서 공격의 중심을 잡아주는데 주력했습니다. 이용래는 아시안컵에 비해 공격쪽에서 움직임이 자유로워지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비집며 볼을 터치하는 성향이 되었고, 기성용은 근처에서 자신의 패스를 받아줄 두 명의 선수가 존재하면서 공격 전개에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용래-김정우가 종-횡 방향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상대 압박을 기동력으로 이겨내고 공간 싸움까지 승리하게 됐죠.

수비도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이 세르비아전에서 승리했던 이유중에 하나는 이용래-김정우가 후방과 협력하려는 수비적인 움직임이 주효했습니다. 세르비아 선수가 측면에서 볼을 잡으면 근처에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풀백과 폭을 좁히면서 협력 수비를 취하고, 기성용을 비롯한 나머지 미드필더들이 중앙 및 오른쪽 공간에서 존 디펜스에 주력했습니다. 이용래-김정우 같은 움직임이 많고 투쟁적인 공격형 미드필더가 있었기에 허리 진영에서 강한 압박이 가능했습니다. 상대가 수비진에서 볼을 돌릴때는 포어 체킹까지 가능했죠. 좌우 윙어를 맡는 선수들, 원톱 박주영까지 포어 체킹에 참여했습니다. 아시안컵에 비해 압박의 세기가 더 강해졌습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기성용-이용래-김정우 중에 한 명이라도 과부하에 시달리면 공수 밸런스가 깨질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그리고 조광래호는 박지성-이영표 공백을 이겨내려는 의지가 뚜렷합니다. 지난 3월 온두라스전에서는 김영권이 왼쪽 풀백으로서 공격력이 소극적인 아쉬움이 있었지만, 왼쪽 윙어였던 김보경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고 중장거리의 패스를 정확히 연결하며 팀의 전력적 약점을 덜었습니다. 그런 김영권은 세르비아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공격력 불안을 해소했습니다. 이번 세르비아전에서는 이근호가 왼쪽 윙어로서 경기를 결정지을 임펙트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왼쪽 측면에서는 김보경-구자철을 기용할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김보경이 온두라스전에서 왼쪽 윙어로서 준수한 공격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주전 경쟁'에 따른 선수들의 퀄리티 향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박주영은 온두라스-세르비아전에서 헤딩골을 넣으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높은 점프력을 활용한 공중볼 활용 능력이 부쩍 좋아진 인상이죠. 아시안컵에서는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지동원이 원톱에 있을때에 비해 상대 수비와 경합할 수 있는 역량이 더 좋습니다. 지동원은 아시안컵에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터키전에서는 파워 부족에 약점을 드러내는 아쉬움을 남겼죠. 그 약점을 박주영의 가세로 이겨냈습니다. 또한 박주영은 후반 8분 오른쪽 측면에서 차두리에게 로빙패스를 연결하며 김영권 골의 시발점 역할을 했습니다. 최전방에서 상대 압박이 심해지면 2선으로 내려가 이근호-김정우와 스위칭을 하며 볼을 공급합니다. 이렇게, 한국의 공격력이 다양해지면서 아시안컵 보다 더 강해진 면모를 발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