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동유럽 강호' 세르비아전에서 승리했습니다. 공격과 수비, 경기 내용 및 결과까지 상대팀을 압도했던 성과를 냈습니다. 조광래호 경기력 업그레이드가 빛났습니다.
한국은 10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된 A매치 세르비아전에서 2-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9분 박주영이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8분에는 김영권이 두번째 골을 터뜨리면서 한국이 일찌감치 승리 분위기를 누렸습니다. 후반 41분 라도사프 페트로비치에게 만회골을 내줬지만 2-1 리드를 지켰습니다. 오는 7일 저녁 8시에는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아프리카 강호' 가나와 맞대결합니다.
한국, 포어 체킹으로 세르비아 공격 맞대응
한국은 세르비아전에서 4-1-4-1로 나섰습니다. 정성룡이 골키퍼, 김영권-홍정호-이정수-차두리가 수비수,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 이근호-이용래-김정우-이청용이 공격형 미드필더, 박주영이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이영표가 떠난 왼쪽 풀백을 제외하면 가용할 수 있는 최정예 멤버들이 출격했습니다. 세르비아는 4-4-2로 맞섰습니다. 브르키치가 골키퍼, 콜라로프-수보티치-비세바치-토모비치가 수비수, 토시치-스탄코비치-쿠즈마노비치-페트로비치가 미드필더, 페스코트비치-미리치가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그런 한국은 경기 시작 후 25초 만에 이용래가 박스 중앙에서 기습적인 슈팅을 날리면서 기선 제압을 시도했습니다. 볼이 높게 올라갔지만 선제골을 넣으려는 의지가 뚜렷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세르비아가 자기 진영에서 볼을 잡을때 미드필더진-박주영이 포어 체킹을 펼치며 볼을 따내려 했습니다. 세르비아는 전진 수비를 펼치면서 패스를 돌리는 형태로 경기를 풀어갔지만 한국의 압박에 밀리면서 페스코트비치-미리치 투톱에게 볼을 띄우는 길목을 찾지 못했습니다. 전반 5분에는 페스코트비치 머리를 겨냥하는 롱볼을 날렸으나 이정수에게 차단됐습니다. 점유율에서는 세르비아에게 밀렸지만 경기 흐름에서는 한국 우세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박주영 선제골, 한국은 전반전을 지배했다
한국은 전반 9분 박주영이 선제골을 넣으며 1-0으로 앞섰습니다. 김영권이 왼쪽 측면에서 왼발로 크로스를 날린 것이 상대 수비수 몸에 맞았고, 그 볼이 박스 중앙으로 포물선을 그리면서 박주영이 헤딩골을 작렬했습니다. 점프했을때 콜라로프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이겼습니다. 세르비아 입장에서는 김영권이 크로스가 날렸을때 '193cm' 수보티치, '186cm' 비세비치가 도맡은 센터백 라인의 위치선정이 안좋았고, 콜라로프가 박주영쪽으로 커버했으나 움직임이 한 발 늦었습니다. 박주영은 세르비아의 수비 실수와 맞물려 김영권 크로스 지점을 정확히 포착하며 골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박주영은 A매치 2경기 연속골을 넣었는데 모두 헤딩골 이었습니다.
1골 앞선 한국은 미드필더와 포백 사이의 협력 수비를 강화하며 세르비아의 저항을 막으려 했습니다. 세르비아 선수가 볼을 잡을때 2~3명의 태극 전사가 달라 붙거나 침투 예상 지점에 미리 자리잡으며 무실점에 주력했죠. 이근호-이청용까지 풀백과 종간격을 좁히면서 수비에 가담할 정도로 압박에 중심을 두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전반 18분에는 정성룡이 토시치 왼쪽 측면 프리킥에 이은 미리치의 헤딩 슈팅을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오른팔로 펀칭하는 선방을 했습니다. 근처에 있던 상대 선수가 리바운드 슈팅을 시도한 것이 정성룡 팔을 맞고 크로스바를 강타했으나, 다시 정성룡이 볼을 잡으면서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이렇게 실점을 모면하면서 1-0 리드에 힘을 얻었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세르비아의 경기력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만날 지 모를' 이란-이라크에 비유했습니다. 이란-이라크 선수들도 세르비아 못지 않게 피지컬 및 체력이 좋죠. 한국이 세르비아전에서 압박에 초점을 맞춘것은 이란-이라크를 공략하는 해법을 찾겠다는 뜻입니다. 힘보다는 공간 싸움으로 상대를 몰아 붙이고 포어 체킹을 시도하는 끈질긴 수비력을 발휘했죠. 특히 이용래-김정우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들은 종방향으로 활동 폭을 넓히면서 기성용과 간격을 줄이고, 세르비아가 측면에서 볼을 잡을때는 풀백과 협력 수비를 펼치며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스탄코비치-쿠즈마노비치와의 중원 싸움에서 우세를 점했습니다.
공격 전개까지 매끄러웠습니다. 전반 31분에는 오른쪽 공간에서 김정우-이청용-이근호가 서로 폭을 좁히면서 짧은 패스를 시도하며 상대 파울을 얻었습니다. 상대 수비 뒷 공간에서 원투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단번에 허물었죠. 한국의 전체적인 빌드업 전개는 빨랐으며, 수비수-미드필더, 미드필더끼리의 짧은 패스 정확도가 높았습니다. 올해 초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선수들의 호흡이 척척 맞으면서 공수 양면에 걸친 조직력이 부쩍 강해졌습니다. 지난 3월 온두라스전 4-0 대승까지 포함하면 아시안컵보다 전력이 더 강해졌다는 인상입니다. 조광래호 출범 초기에 불안했던 조직력을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전반 막판에는 이근호-김정우가 최전방으로 올라와서 슈팅을 시도했습니다. 이근호의 전반 38분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김정우의 전반 막판 슈팅은 골대 바깥으로 향했죠. 전반전을 2-0으로 마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이근호-김정우와 박주영의 스위칭은 의미가 있습니다. 박주영은 선제골 넣은 이후 상대 수비 집중 견제를 받으며 최전방에서 스스로 골 기회를 창출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근호-김정우가 전진 배치되면서 2선의 침투 패스를 받아 슈팅을 시도했습니다. 특히 김정우가 슈팅을 날릴때는 박주영이 공격형 미드필더 지점에 있었습니다. 박주영이 2선으로 내려가면서 상대 수비 시선을 따돌리고, 이근호-김정우가 쇄도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공격 장면이 진행됐습니다.
김영권-페트로비치 골, 한국 2-1 승리
한국과 상대하는 세르비아는 후반 시작과 함께 콜라로프-미리치를 빼고 오브라도비치-담야노비치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콜라로프-미리치의 전반전 활약상이 지지부진했죠. 콜라로프는 이청용에게 뒷 공간을 내주거나 견제를 뚫지 못하는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고 미리치는 이정수에게 봉쇄 당했습니다. 그리고 두 선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반면 한국은 교체 선수없이 후반전을 맞이했습니다. 후반 초반에도 전반전에 이어 포어 체킹 및 허리 라인에서 협력 수비를 강화하며 압박 위주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세르비아의 공격을 끊을 때 종패스를 시도하며 추가골을 노리겠다는 심산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후반 8분 김영권이 추가골을 넣으며 2-0으로 앞섰습니다. 차두리가 오른쪽 측면에서 쇄도할때 박주영이 로빙패스를 받아 박스 안쪽으로 쇄도했습니다. 세르비아 선수들의 시선이 차두리가 소유한 볼에 집중되면서 센터백 수보티치가 중앙 공간을 비우고 말았습니다. 그때 김영권이 왼쪽 측면에서 박스 깊숙한 곳까지 올라오면서 차두리-이근호로 이어진 패스를 오른발로 밀어 넣었습니다. 김영권은 지난 3일 온두라스전에서 소극적인 공격을 펼쳤으나 세르비아전에서 골을 넣었고, 박주영 선제골 기회를 열어주면서 공격력에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본래 센터백 이었으나 세르비아전에서 일취월장한 실력을 발휘하며 'Next 이영표 후계자'로 떠올랐습니다.
한국은 후반 16분 이근호를 빼고 이승현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이동국과 함께 전북의 K리그 1위 도약을 주도했던 이승현 효과를 대표팀에서 누리겠다는 조광래 감독의 의도입니다. 2-0에 안주하지 않고 공격에 전념하는 목적과 함께 말입니다. 하지만 이승현은 후반 20분 왼쪽 측면에서 찔러준 크로스가 부정확했고, 21분 세르비아 선수 두 명을 상대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으나 끝내 차단 당했습니다. A매치 경험이 적었기 때문인지 초반에 실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철저한 지공 전략을 쓰면서 시간을 벌었습니다. 공격 템포를 늦추거나 횡패스를 늘리는 것을 감수하고 체력적인 여유를 찾는데 주력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특히 세르비아 선수들의 페이스가 후반 중반부터 떨어졌습니다. 지구 반대편 A매치 원정 경기를 치르는 피로 여파 및 한국 선수들의 강한 압박에 눌리면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죠. 그나마 토시치가 측면에서 파괴력에 힘을 실어줬지만, 스탄코비치-쿠즈마노비치 같은 중앙 미드필더들이 부진하면서(각각 후반 32분, 22분 교체) 공격이 단조로워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0-2 이후에는 3선 간격이 벌어지면서 한국 미드필더들에게 쉽게 공간을 내줍니다. 한국 진영에서 만회골을 넣으려는 눈에 띄는 연계 플레이가 거의 전무했죠. 한국이 경기 초반부터 압박의 세기를 높이면서 박주영이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터뜨렸던 것이 승리 요인이자, 세르비아의 경기력 저하 원인 입니다.
한국은 후반 30분과 33분에 걸쳐 윤빛가람-구자철을 교체 투입했습니다.(OUT 김정우-이청용) 구자철-윤빛가람-이용래-이승현으로 짜인 2선 미드필더가 구축되면서 새로운 선수 조합을 실험했습니다. 짧은 출전 시간이지만 실전에서 발을 맞추는 기회를 마련했죠. 후반 35분 점유율에서는 55-45(%)로 앞서면서 전반전 48-52(%) 수치를 뒤집었습니다. 하지만 후반 41분에는 페트로비치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에 의해 만회골을 내줬습니다. 페트로비치 근처에 우리 선수들이 다수 있었음에도 수비 집중력이 느슨해지면서 불필요한 실점을 내줬습니다. 특히 김영권이 페트로비치 쪽으로 종패스를 잘못 연결한 것이 실점의 빌미가 됐죠. 2-0 이후 지공을 펼쳤으나 느슨해진 경기 분위기에 너무 빠진감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2-1 리드를 지키면서 세르비아전에서 승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