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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우승 실패, 박지성 활약 빛바랬다

 

많은 축구팬들이 기대했던 '산소탱크' 박지성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선발 출전&우승 시나리오는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박지성은 결승전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상대팀 전력이 너무 강했습니다.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박지성이 속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제치고 유럽 챔피언에 등극했습니다. 바르사는 29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 웸블리에서 진행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맨유전에서 3-1로 승리하여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전반 27분 페드로 로드리게스 레데스마가 선제골을 넣었으며, 전반 34분 웨인 루니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후반 9분 리오넬 메시가 결승골을 작렬하며 맨유의 기세를 잠재웠습니다. 후반 25분에는 다비드 비야가 추가골을 성공시키면서 바르사가 우승을 굳혔습니다. 박지성은 결승전에서 풀타임 출전했으나 끝내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맨유, 경기 초반 공세 돋보였다

맨유는 바르사전에서 4-4-2로 나섰습니다. 판 데르 사르가 골키퍼, 에브라-비디치-퍼디난드-파비우가 수비수, 박지성-긱스-캐릭-발렌시아가 미드필더, 루니-에르난데스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베르바토프-오셰이-하파엘-에반스-깁슨-베베-오베르탕은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됐습니다. 바르사는 4-3-3으로 맞섰습니다. 발데스가 골키퍼, 아비달-피케-마스체라노-알베스가 수비수, 이니에스타-부스케츠-사비가 미드필더, 페드로-메시-비야가 공격수로 나섰습니다. 푸욜은 부상 후유증 여파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맨유는 경기 초반부터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습니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선수들의 무게 중심을 전방쪽으로 올렸습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포어 체킹에 주력하고 포백이 전진 수비를 펼치면서 바르사 공격을 끊는데 집중했습니다. 상대 공격을 끊으면 드리블 돌파 및 종패스를 이용한 역습을 펼쳤죠. 빠른 시간안에 선제골을 넣겠다는 전략입니다. 선 수비-후 역습이 주력 전술이지만 경기 초반은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죠. 전반 5분 점유율에서는 53-47(%)로 앞서면서 당초의 전망과 다른 경기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사진=FC 바르셀로나전 1-3 패배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페드로 선제골-루니 동점골, 장군멍군

박지성의 경기 초반 페이스는 좋습니다. 전반 6분 바르사 진영에서 알베스를 마크할때 상대 선수의 패스미스를 유도하여 에브라가 커팅에 성공했고, 다시 에브라에게 볼을 받으면서 루니에게 횡패스를 띄우며 공격을 전개했습니다. 1분 뒤에도 루니에게 짧은 패스를 밀어줬고, 에브라와 원투패스를 시도하는 연계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공격시에는 동료 선수에게 볼을 따내기 위해 빈 공간쪽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치는 종횡무진을 했습니다. 전반 9분에는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사비를 상대로 맨 마킹을 펼쳤습니다. 근처에 맨유 선수들이 없었던 상황이었던 만큼 수비 위치 선정이 적절했습니다. 10분에는 메시의 돌파 시도를 몸으로 막아냈죠.

그리고 맨유의 경기 초반 공세는 나름 성과가 있었습니다. 바르사 선수들이 후방에서 불안한 백패스들을 연결하면서 맨유 포어 체킹에 흔들리는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맨유는 루니-에르난데스 투톱의 패스가 활발했다면 결정적인 골 기회를 노렸을지 모르지만 경기 흐름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은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바르사는 전반 14분 점유율에서 61--39(%)로 앞섰지만 맨유 선수들 대부분이 후방에서 존 디펜스를 형성하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3분 뒤에는 메시가 아크 왼쪽에서 맨유 수비 2명을 페인팅으로 제쳤으나 그 이후의 2차 패스가 불안했습니다. 전반 18분에는 박지성이 알베스가 소유한 볼을 직접 빼앗아 드리블 돌파로 역습을 전개했죠.

바르사는 전반 22분 점유율에서 71-29(%), 패스 시도 209-85(패스 성공 183-59, 개)의 우세를 점했습니다. 선수들끼리 간격을 좁히면서 서로 짧은 패스를 번갈아가며 점유율을 늘리고, 수많은 패스를 공급하며, 공격 템포를 조절했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바르사가 주도하는 공격 분위기에 맞서면서 수비에 치중하는 시간이 많아졌죠. 에르난데스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맨유 진영에서 압박을 펼쳤습니다. 피케-마스체라노가 깊게 수비를 잡았고 부스케츠까지 후방으로 내려갔던 만큼, 맨유가 루니-에르난데스 투톱을 활용한 역습을 노리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발렌시아가 박지성에 비해 공격시도가 활발하지 못했던 현상이 에르난데스 고립을 부추겼습니다.

선제골 주인공은 바르사 였습니다. 전반 27분 맨유 진영 왼쪽에 있던 사비가 오른쪽에서 문전으로 쇄도했던 페드로에게 대각선 패스를 연결했고, 페드로가 오른발로 맨유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사비가 볼을 잡았을 때 긱스-파비우의 협력 수비가 끈질기지 못했던 문제점이 있었죠. 두 선수는 바르사 후방에서 사비에게 넘어오는 볼의 속도에 늦게 대응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맨유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전반 34분 루니가 동점골을 넣으면서 1-1이 됐습니다. 루니는 바르사 진영 오른쪽에서 볼을 잡으며 문전쪽으로 쇄도했고, 앞쪽에 있던 긱스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동점골을 엮었습니다. 긱스가 볼을 받을때는 오프사이드 였지만, 그 여부를 떠나 바르사를 상대로 과감한 공격 시도를 했던 루니의 해결사 기질이 빛났습니다.

그 이후의 바르사는 맨유 진영에서 여러 형태의 패스를 주고 받으며 골을 노렸습니다. 하지만 문전에서 선수들끼리 호흡이 맞지 않아 패스가 끊기거나 상대 수비에게 커팅 당하면서 골 생산에 실패했습니다. 맨유 선수들이 바르사 파상공세를 막느라 그라운드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했지만 그들의 빠른 템포를 맞추기에는 판단력이 늦었습니다. 바르사 공격 옵션을 종종 놓치는 문제점이 나타났죠. 특히 긱스 수비력이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바르사도 문제였습니다. 아비달-알베스로 짜인 좌우 풀백의 공격 시도가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지공 상황에서 패스 연결이 홥발했지만 특유의 오버래핑이 주춤했죠. 그나마 미드필더진이 경기 분위기를 끌어가면서 풀백의 단점을 덮었죠. 박지성의 알베스 봉쇄가 성공했습니다.

메시-비야 골, 바르사 3-1 승리...유럽 챔피언 등극

바르사는 후반 초반에 마스체라노-피케가 한명씩 맨유 문전쪽으로 접근하여 슈팅을 노렸습니다. 마스체라노는 문전 쇄도, 피케는 공중볼을 겨냥했죠. 맨유가 수비에 치중하면서 바르사 후방 옵션이 전방으로 올라오는 여유를 부렸습니다. 그리고 맨유는 박지성이 왼쪽 측면과 중앙쪽을 번갈아가며 바르사 공격을 끊는데 집중했습니다. 후반 5분에 바르사 공격을 직접 끊으면서 특히 사비를 마크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루니가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수비에 가담하고 박지성이 중앙으로 이동하는 형태였죠. 긱스의 수비력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전술적 의도였습니다. 맨유는 루니-박지성-발렌시아를 2선 미드필더로 놓는 4-2-3-1로 전환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르사는 후반 9분에 두번째 골을 넣었습니다. 맨유 진영 바깥에서 이니에스타의 왼쪽 패스를 받아 에브라를 앞에 두고 왼발 슈팅을 날리면서 바르사가 2-1로 앞섰습니다. 이니에스타 돌파 및 패스를 끊어줄 선수가 마땅치 못했던 것이 실점의 화근 이었습니다. 후반 초반 바르사 중앙 공격을 끊는데 집중했던 박지성 활약상이 빛 바래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의 맨유는 루니-박지성이 횡 간격을 좁히면서 바르사 중앙 공격을 끊는데 집중했습니다. 역습시에는 루니가 왼쪽 측면으로 넓게 벌렸죠. 하지만 발렌시아-에르난데스 공격력이 주춤하면서 상대 수비진을 위협하는 콤비 플레이가 연출되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발렌시아는 후반 16분 부정확한 크로스로 골 기회를 날렸죠. 이 시점에서 선수 교체가 필요했습니다.

후반 16분 이후에는 맨유가 다시 4-4-2로 전환했습니다. 긱스-박지성-캐릭-파비우로 짜인 미드필더진이 형성됐죠. 긱스가 수비력에 약점을 드러내면서 박지성이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했고 루니가 다시 쉐도우로 나섰습니다. 결국 맨유는 두 시즌전 바르사와의 결승전에 이어 또 다시 플래처 공백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중원에서 플래처 같은 수비력이 출중한 인재가 빠지면서 이니에스타-사비의 공격력을 제어할 마크맨이 적절치 못했던 단점에 발목 잡혔습니다. 스캔들까지 겹친 긱스의 선발 출전은 맨유의 불안 요소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플래처를 무리하게 선발 출전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부상 후유증 및 체중 감소, 실전 감각 부족에 빠진 선수를 기용하는 것도 문제였죠.

맨유는 후반 23분 파비우를 빼고 나니를 교체 투입 했습니다. 파비우가 부상으로 교체 되면서 발렌시아가 오른쪽 풀백으로 내려갔고 나니가 오른쪽 윙어로 뛰었습니다. '나니 효과'를 기대하는 맨유의 작전은 얼마 되지 않아 물거품이 됐습니다. 바르사가 후반 25분에 세번째 골을 넣었죠. 메시가 오른쪽 측면에서 나니-에브라를 제치고 문전으로 쇄도하여 부스케츠에게 패스를 했고, 비야가 문전 정면에서 부스케츠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작렬하며 바르사가 3-1로 앞섰습니다. 바르사 스리톱을 맡는 페드로-메시-비야가 나란히 한골씩 넣으며 거의 우승을 앞두게 됐습니다.

패색이 짙어진 맨유는 후반 31분 캐릭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스콜스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박지성-스콜스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 라인이 형성됐습니다. 캐릭의 교체는 박지성의 중앙 수비를 믿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의도가 짙었습니다. 그리고 바르사가 3-1 이후 사비-이니에스타를 활용한 미드필더 중심의 패싱력이 주춤하면서(라기 보다는 시간을 벌어야했던) 맨유가 추격할 틈이 생겼죠. 그러나 바르사 선수들이 수비에 무게감을 두면서 맨유의 만회골 작업이 점점 지지부진 했습니다. 바르사는 후반 40분-43분-46분에 각각 케이타, 푸욜, 아펠라이(OUT 비야, 알베스, 페드로)를 교체 투입하는 여유를 부렸고, 결국 바르사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성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