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이었습니다. 주말 스케줄이 평소보다 여유 있어서 혼자만의 야외 활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즐겨봤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23일 새벽에 최종전을 치르면서 21일 토요일-22일 일요일 스케줄이 비었습니다. 그래서 21일에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K리그(FC서울vs대구FC)를 관전했고 22일에는 특별한 축구 경기를 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얼마전 경기도 파주 지산 초등학교에서 인상 깊게 즐겨봤던 '현대자동차 2011 KFA 유소년 클럽리그'(이하 유소년 클럽리그) 말입니다. 이번에는 인천 서구 신석체육공원에서 유소년 선수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현대자동차 2011 KFA 유소년 클럽리그 경기 모습
신석체육공원 후문의 모습입니다. 후문에는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징하는 엠블럼 및 팀명이 새겨졌습니다. 공원에 들어오면서 '이 곳이 인천과 무슨 관계가 있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곳은 인천이 포스코파워와 함께 신석체육공원과 공동협약식을 맺어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축구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곳입니다. 인천 아카데미 어린이 축구교실 서구 지부가 바로 이 곳에 있습니다. 서구를 비롯해서 총 7개 지부를 운영하고 있더군요. 미래의 인천 선수들을 육성하면서 인천 축구의 발전을 도모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저로서는 훗날 인천 유나이티드를 빛낼 꿈나무들을 미리 만나는 셈이었습니다.
신석체육공원은 운동시설들이 다수 조성됐습니다. 축구장, 풋살구장, 농구장, 배구-족구장, 그 외 체육단련시설들이 있었습니다. 인천 시민들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서 때로는 인천 축구 꿈나무들이 축구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런데 '신록의 계절' 5월이라서 그런지 공원의 녹색 풍경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신선한 공기 및 주말의 상쾌한 기분까지 곁들여지면서 저의 마음을 즐겁게 했습니다. 공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축구를 보러가니까 황홀하더군요. 인천 어린이들은 최상의 환경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유소년 클럽리그가 진행되었죠.
우선, 풋볼구장부터 둘러봤습니다. 이 곳에서 인천 유소년 선수들이 축구 경기를 하고 있더군요. 동시간대에 진행되었던 유소년 클럽리그와는 다른 경기였죠. 이미 유소년 클럽리그 경기를 뛰었거나 아니면 다음 경기를 대기하는 선수들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신석체육공원에서는 유소년 클럽리그가 총 3경기 열렸는데(서구지부 A팀 vs 검단 박태수팀, 연수지부 B팀 vs 연수지부, 서구지부 B팀 vs 서구지부 A팀), 참가팀 모두가 인천 아카데미 소속 이었습니다. 그래서 인천 유니폼을 입고 축구하거나, 다른 공간에서 연습하거나, 공원에서 대기하던 어린이들이 많았죠. 인천이 운영하는 유소년 클럽팀들이 이 곳에 모였던 셈이죠.
신석체육공원의 축구장 모습입니다. 초록 빛깔의 인조잔디와 나무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근처에는 공장 및 주택지들이 있었지만 나무 때문인지 시끄러운 소음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축구장 안에서 사람들이 전하는 목소리가 들렸을 뿐이죠. 어린이 선수들이 축구하는데 제격 이었습니다. 주변 모습에 신경쓰지 않고 오직 축구에 전념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죠. 제가 축구장에 갔을때는 연수지부 B팀과 연수지부가 경기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상황 이었습니다.
본부석쪽 모습입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학부모님들이 많았습니다. 아들이 축구 경기를 즐기고 있는지, 얼마만큼 잘하는지, 또래들과 웃으면서 경기에 임하는지를 바라보면서 응원했습니다. 가족들이 축구를 통해서 멋진 추억을 나누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솔로남으로서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축구 실력 부족 때문에 공을 차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축구 보는 것을 엄청 즐기는 축구 매니아임에도), 훗날 저의 아들이 축구를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때는 유소년 클럽리그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면서 한국 최고의 유소년 대회로 성장하겠죠(^^)
유소년 클럽리그는 팀당 11명씩 인조잔디에서 경기를 펼칩니다. 현대자동차가 후원하고 대한축구협회(KFA)가 주최 및 주관을 맡는 행사로서, 대한축구협회가 승인하는 경기장에서 대회가 진행됩니다. 올해는 40개 지역에서 240개 팀이 참가하며 약 1,200경기가 치러집니다. 11월 왕중왕전까지 7개월 대장정에 돌입하죠. 유소년 축구의 저변이 확대될 수 있도록 주말에 경기가 진행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평일 저녁에도 축구를 하죠. 어린이 선수들은 학교에서 공부에 집중하면서 방과후 또는 주말에는 클럽리그를 통해서 축구 경기에 임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클럽들이 참여할 예정인 만큼, 유소년 클럽리그는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인천 유소년 선수들의 경기 장면입니다. 서로 유니폼이 똑같다보니 한쪽팀이 빨간색 조끼를 입고 축구했습니다. 팀 구분이 쉽도록 말입니다. 그 다음에 경기하는 팀도 마찬가지였죠. 파랑-검정색이 줄무늬로 혼합된 인천의 유니폼이 특색있게 느껴집니다.
프리키커로 나선 어린이는 정면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요? 골을 넣겠다는 각오를 비롯해서 어느 방향으로 공을 찰지, 어떻게 하면 발이 공에 잘 맞아 골대 안으로 향할지, 혹시나 실수하지 않을지 등등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를지 모릅니다. 성인 축구 선수도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네요.
골을 넣고 환호하는 어린이 선수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보람찬 순간을 느끼겠죠. 동료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역시 축구는 팀 스포츠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무리 한 명이 잘해도 나머지 10명이 따라오지 못하면 팀 밸런스가 깨지면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것 처럼 말이죠.
그리고 이어지는 하프타임. 한쪽 팀에서는 "빨리 뛰어"라는 우렁찬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반전 실수를 지적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하지만 혼내는 것 보다는 타이르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아이들이 실수 속에서도 즐겁게 축구할 수 있도록 친근하게 다가섰죠. 지적도 짧게 끝났을 뿐입니다. 아이들은 "빨리 물 마셔"라는 소리와 함께 물병을 잡으며 갈증을 해소합니다. 누구도 무더위에서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가족들은 아들과 만나면서 격려를 하고, 다음 경기를 대기하는 팀은 "너는 미드필더야"라며 선수들의 포지션을 정해줍니다. 축구장 바깥에서 드리블 연습하는 아이들도 보였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주어진 하프타임의 풍경이 각양각색 이었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됐습니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전반전보다는 후반전에 활발했습니다. 경기에서 승리하려면 후반전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죠. 이미 전반전을 치렀던 만큼, 선수들의 몸 놀림은 후반전이 경쾌했죠. 축구는 상대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어야 승리하는 스포츠입니다. 그 이전에는 상대 선수와의 경합에서 우세를 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이 선수들은 그 흐름을 깨우치면서 축구 기량이 좋아지기를 원하죠. 그런 묘미에서 후반전을 바라보니까 어린이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다이아나믹하게 느껴졌습니다.
경기가 종료됐습니다. 어린이들은 일렬로 늘어서면서 상대팀 선수들과 수고했다는 의미의 악수를 교환했습니다. 상대팀 이전에는 미래의 인천 축구를 빛낼 꿈나무이자 또래 관계지만 축구라는 스포츠는 승부를 가려야 합니다. 승부 앞에서는 양보란 있을 수 없죠.
같은 팀 선수냐고요? 아닙니다. 서로 다른 팀 선수들입니다. 또 다른 인천 유소년 선수들이 다음 경기를 대기하고 있었죠. 성인 축구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라서 그런지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유소년 축구만의 특별한 매력 같습니다. 정말 좋아요.
심판앞에서 선축 순서를 바라보는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진지함이 느껴졌습니다. 어느 팀이 먼저 공을 다룰지 관심있게 지켜봤죠. 성인 축구는 양팀 주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선축 및 경기 진행 구역을 정하지만, 유소년 축구는 유소년 축구에 맞게 간편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딱딱하지 않은 흐름이 경기를 보는 저의 마음을 편하게 했습니다.
양팀 선수들이 경기 전에 일렬로 늘어섰습니다. 한쪽팀은 인천 유니폼에 빨간색 조끼를 입었고, 다른 한쪽팀은 파랑색과 검정색이 간지나는 인천 유니폼을 입으며 경기를 치렀죠.
악수를 나누는 어린이들의 모습.
그 이후에는 심판들과 악수를 나누거나 하이파이브를 합니다. 특히 하이파이브는 성인 축구에서는 제가 지금까지 못봤던 것 같습니다. 그 장면을 보니까 작게 나마 웃었습니다. 유소년 클럽축구가 이래서 재미있더군요. 성인 축구에서 느낄 수 없는 모습을 실제로 보기 때문이죠.
맑은 하늘과 녹색 잔디가 상하로 공존하면서 진행된 유소년 클럽리그. 신석체육공원에 설치된 조명까지 포함하면 주간에 이어 야간에도 축구를 즐겁게 즐길 수 있습니다. 축구장 풍경이 제법 근사하더군요. 굳이 나들이를 떠나지 않아도 유소년 클럽리그와 함께할 수 있다면 일상 생활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어지는 느낌입니다. 특히 신석체육공원에서는 인천 유소년 클럽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니까 인천과 K리그의 밝은 미래가 느껴지더군요. K리그 팀들의 유소년 축구 시스템이 차츰 발전하면 한국 축구의 뿌리가 튼튼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신석체육공원은 사이드쪽 그물망에서도 축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나무 밑에서 말입니다. 축구장과의 시야가 가까운 만큼, '세로 본능'으로 축구를 봐도 인천 유소년 선수들이 뛰는 생생함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축구를 관전하는 환경이 좋았어요.
그런데 경기 도중에 한 어린이가 다쳤는지 그라운드에 쓰러졌습니다. 경기가 중단되면서 축구장의 활기찬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졌죠. 그라운드 바깥에 대기했던 의료진이 접근한지 얼마되지 않아 어린이가 일어났더군요. 의료진이 다시 엠뷸런스 차량에 들어간 것을 봐선, 어린이는 순간적인 충격으로 고통을 느꼈을 뿐 몸에 이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장면을 지켜봤던 저로서는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소년 클럽리그는 어린이들의 안전 및 보호를 위해서 엠뷸런스 차량이 항상 대기합니다. 경기가 끝난 뒤 상처를 치료하는 어린이 모습도 봤습니다.
그라운드 바깥에서는 이미 경기를 뛰었던 어린이들이 자율적으로 축구 연습을 했습니다. 어떤 어린이는 친구에게 발로 공중볼을 따내는 기술을 직접 가르쳐 주더군요. 서로의 축구 기술을 보완해주면서 격려하는 풍경이 아름다웠습니다. 친구의 축구 실력이 늘어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인천의 어린이들이 '축구는 팀 스포츠'라는 것을 깨우치고 있다는 뜻이죠. 그러면서 우정을 나누게 됩니다. 유소년 클럽리그의 특별한 매력입니다.
경기는 선수들의 볼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됐습니다. 상대 진영으로 접근하기 위해, 패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골을 넣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어다니면서 공을 바라보고 만지작 거립니다.
어떤 경우에는 6명의 어린이들이 한 곳에 뭉쳐있습니다. 볼을 다투다보니까 여러명의 선수들이 모여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제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학생 축구를 봤을때는 '저 선수들 중에서 누군가는 앞으로 한국 축구를 빛낼 주역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는 매년마다 주기적으로 등장했으니까요. 유소년 클럽리그도 같은 마음으로 축구를 봤습니다. 어린 시절 녹색 잔디에서 뛰었던 유소년 클럽리그가 축구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무럭무럭 성장하는 축구 유망주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말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꿈나무들이 유소년 클럽리그를 통해서 한국 축구의 미래를 공헌하겠다는 마음을 굳게 가지며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동영상] 인천 서구 신석체육공원에서 진행된 유소년 클럽리그의 경기 장면 일부 입니다.
[동영상] 어린이 축구 선수가 골 넣는 모습. 역시 축구의 묘미는 골이죠.
경기가 끝났습니다. 어린이 선수들은 다시 일렬로 정렬하면서 코칭스태프 및 학부모님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박수 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선수들은 경기를 마무리했다는 보람을 느꼈을 거이며, 코칭스태프 및 학부모님들은 축구를 배우면서 성장하는 어린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모두의 마음이 인사 및 박수를 통해서 하나로 뭉친 시간이었죠.
기념촬영하는 인천 유나이티드 축구 꿈나무들. 유소년 클럽리그를 통해서 앞날의 인천 축구를 빛낼 주역들의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그들을 미리 만나니까 유익했던 주말을 보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2010/11시즌이 종료되면서 무더운 여름 수많은 축구 현장에 갈 것 같다는 행복을 느낍니다. 다음에도 생생함이 넘치는 유소년 클럽리그 현장 스케치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