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1일 이우드 파크에서 진행되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블랙번의 맞대결. 당시 맨유는 일주일전 첼시에게 1-2로 패하면서 프리미어리그 2위로 밀렸던 신세였습니다. 그래서 블랙번 원정 승리가 꼭 필요했죠. 하지만 경기 결과는 0-0 무승부 였습니다. 경기 내내 공세를 퍼부었으나 끝내 상대 밀집 수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골을 터뜨리지 못했습니다. 첼시에게 승점 1점 차이로 밀리면서 우승에 실패했음을 상기하면, 만약 블랙번전에서 승점 3점을 획득했다면 재역전 우승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블랙번전 0-0 무승부 책임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에게 돌아갔습니다. 페데리코 마케다(현 삼프도리아 임대)와 함께 투톱 공격수를 맡으면서 웨인 루니의 발목 부상 공백을 메워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죠. 하지만 쉐도우 역할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마케다와의 공존이 실패했으며, 중앙 미드필더와의 역할이 중복되면서 맨유의 공격 템포가 느려지고 상대 수비 밸런스를 흔드는데 어려움을 겪고 말았죠. 4개의 슈팅을 날렸으나 끝내 상대 골망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베르바토프의 부진은 맨유 공격력의 마이너스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사진=디미타르 베르바토프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베르바토프, 맨유 우승 결정짓는 블랙번전이 중요하다
그리고 2011년 5월 14일 저녁 8시 45분(이하 한국시간). 맨유는 이우드 파크에서 블랙번 원정을 치릅니다. 올 시즌 블랙번 원정은 지난 시즌과 다른 양상입니다. 지난 시즌에는 첼시에게 1-2로 패한 상태에서 블랙번전을 치렀지만, 올 시즌 첼시를 2-1로 제압하여 리그 우승을 거의 굳힌 상태에서 이우드 파크를 밟게 됩니다. 블랙번전에서는 승점 1점만 획득해도 리그 우승이 확정됩니다. 비록 지난 시즌에는 0-0으로 비겼지만 최근 10번의 블랙번전에서는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습니다.(8승2무, 칼링컵 포함) 통계상으로는 맨유가 블랙번전에서 승점 1점 또는 3점을 추가하여 우승을 달성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블랙번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리그 15위(10승9무7패, 승점 39)를 기록중이지만 18위 블랙풀(9승9무18패, 승점 36)와의 승점 차이는 3점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리그가 2경기 남았지만, 잔여 경기에서 승점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면 자칫 팀이 강등 위기에 몰릴 수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볼턴전에서 승리하기 이전까지는 리그 10경기 연속 무승(4무6패)에 시달리며 엘러다이스 전 감독 경질 후유증에 시달렸습니다. 적어도 맨유전에서 승점을 획득해야 강등 위협을 완전히 떨치게 됩니다. 잠재적인 '고춧가루 부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블랙번전에서 루니-에르난데스 투톱을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루니-에르난데스 투톱은 시즌 후반 맨유의 오름세를 주도했던 콤비이자 지난해 블랙번 원정에 없었던 선수들입니다. 루니는 부상, 에르난데스는 당시 치바스 과달라하라 소속 이었습니다. 블랙번전은 우승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승점 획득이 중요하기 때문에 루니-에르난데스를 비롯한 최정예 멤버들을 가용해야 합니다. '산소탱크' 박지성의 선발 출전 여부까지 주목할 수 있죠.
하지만 맨유가 블랙번 밀집 수비에 고전하는 시나리오도 염두해야 합니다. 블랙번은 지난해 11월 21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되었던 맨유 원정에서 1-7로 대패했습니다. 지난 시즌 이우드 파크에서는 맨유에게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지만 올드 트래포드에서는 그 반대였죠. 그래서 이번 맨유전에서는 무실점을 목표로 수비에 주력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경기 내용보다는 결과가 더 중요한 블랙번 입니다. 또한 수비 위주의 전략은 맨유 선수들의 활동 반경을 앞쪽으로 끌어올리면서 빠른 역습으로 단번에 기습을 노리는 공격 전략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맨유는 블랙번에게 방심해선 안됩니다.
만약 맨유가 블랙번 수비에 고전하면 새로운 공격 옵션을 교체 투입하여 화력을 보강할 것입니다. 1순위는 베르바토프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21일 블랙번과의 홈 경기에서 5골을 몰아치며 맨유의 7-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지난 시즌 블랙번 원정 부진을 날렸던 활약상 이었습니다. 더욱이 베르바토프는 약팀과의 경기에 강했습니다. 고질적으로 강팀에 약하지만(에르난데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이유) 블랙번전이라면 경기에 투입 될 가치는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상대 압박을 뚫지 못하는 또 다른 약점이 변수지만 6개월 전 블랙번전에서 5골을 넣은 활약상이라면 충분한 기대를 할 수 있는 선수임엔 분명합니다.
베르바토프는 블랙번전이 중요합니다. 우선,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21골)를 끝까지 사수해야 합니다. 2위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19골)가 최근 부상에서 복귀했습니다. 테베스는 시즌 후반에 접어들면서 골 생산이 침체되었지만 몰아치기 능력이 있는 선수입니다. 베르바토프는 맨유 No.3 공격수로서 언제 어느 경기에 출전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만약 블랙번전에서 골을 추가하지 못하면 시즌 끝까지 득점왕을 장담할 수 없게 됩니다. 리그 최종전인 23일 블랙풀전 출전을 가늠하기 힘든 현 상황에서 말입니다. 이번 경기에서 골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블랙번전은 베르바토프의 맨유 잔류를 결정짓는 경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맨유와의 재계약이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에르난데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방출 가능성이 없지 않게 됐죠. 맨유에서 활약했던 지난 세 시즌을 돌아봐도 3075만 파운드(약 543억원)의 팀내 최고 이적료 가치를 실현하지 못한 것은 분명합니다. 세 시즌 모두 먹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죠.(그나마 올 시즌은 득점 1위로 양호했지만 끝내 벤치 추락) 맨유 롱런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적은 출전 시간 속에서 팀을 위해 골을 터뜨릴 수 있는 임펙트가 필요합니다. 그 면모를 블랙번 원정에서 발휘하면 맨유의 리그 우승이 탄력을 얻겠죠.
베르바토프는 잔여 경기인 블랙풀전-FC 바르셀로나전에 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FC 바르셀로나전은 '강팀에 약한' 자신의 선발 제외가 유력하며, 블랙풀전은 맨유가 리그 우승이 확정된 상태라면 최정예 멤버를 가용하지 않는쪽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경기의 비중이 떨어진다는 뜻이죠. 결국, 베르바토프는 블랙번전에서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과연 베르바토프가 블랙번전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할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