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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챔스 결승 선발 출전 가능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2010/1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샬케04를 제치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2008/09시즌 이후 두 시즌 만에 파이널 무대를 밟게 되었죠. 당시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에게 0-2로 패하면서 우승이 좌절되었지만, 런던 웸블리에서 진행 될 이번 결승에서는 또 다시 바르사와 붙으면서 두 시즌전 패배를 복수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략전은 세계 최정상급 지도자 끼리의 신구대결이며, 리오넬 메시의 마법이 맨유전에서 통할지, 아니면 맨유의 팀 플레이가 유럽을 제패할지 주목됩니다.

특히 국내 축구계는 '산소탱크' 박지성 선발 출전 여부에 관심을 모을 것입니다. 박지성은 맨유 입단 이후 두 번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경험했지만 모두 좋은 추억거리가 아니었습니다. 2007/08시즌 결승 첼시전에서 18인 엔트리에 제외되면서 동료 선수들의 우승을 바라보는 입장이었고, 2008/09시즌 결승 바르사전에서는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으나 팀이 완패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선발 출전하여 팀의 우승을 이끄는 최고의 시나리오를 이루지 못했죠. '맨유에서 이룰 목표가 많다'는 박지성에게는 바르사와의 리턴 매치가 자신의 생애 최고의 순간이 될 수 있기를 원할 것입니다. 선발 출전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 입니다.

[사진=박지성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맨유의 '선 수비-후 역습'에서 박지성은 꼭 필요하다

우선, 바르사는 맨유를 꺾고 유럽 챔피언에 올랐던 2008/09시즌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의 위력이 여전합니다. 메시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선수이며, 비야-페드로가 윙 포워드로 새롭게 가세했고, 이니에스타-부스케츠-사비로 짜인 미드필더진의 응집력은 유럽 최강입니다. 최근에는 푸욜이 왼쪽 풀백 자리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면서 알베스와의 좌우 공격 밸런스를 맞추는데 성공했습니다. 비야의 체력 저하, 페드로의 기복을 제외하면 공격력에서 딱히 약점잡을 것이 없습니다. 16강 2차전에서 수비 축구를 했던 아스널이 슈팅 한 개도 날리지 못하도록, 4강 상대였던 레알 마드리드를 압도했던 바르사 특유의 점유율 축구는 어떠한 강팀도 이겨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바르사전에서 선 수비-후 역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요한 경기에서는 수비를 강화하면서 한 순간의 기습을 노리는 것이 맨유 공격의 주 전술이죠. 바르사 파상공세를 막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수비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2008/09시즌에는 플래쳐 징계 공백(4강 2차전 아스널전 퇴장)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0-2로 패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플래쳐를 활용할 수 있으며, 긱스-캐릭이 중앙 미드필더로서 시즌 후반에 폼이 부쩍 오르며 이니에스타-부스케츠-사비와의 허리 싸움을 이겨낼 경쟁력을 키웠습니다. 만약 맨유가 바르사전에서 4-3-3을 활용하면 긱스-캐릭-플래처로 짜인 미드필더 구축이 유력합니다. 다만, 맨유가 빅 매치에서 4-4-2를 즐겨 구사하면서 4-3-3 또는 4-2-3-1의 비중이 줄었던 점이 고민입니다.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박지성의 바르사전 선발 출전 확률이 매우 큽니다. 그 이유는 다섯 가지 입니다. 첫째는 빅 매치에 강한 면모를 발휘했으며 맨유 입단 후 세번의 바르사전에서 모두 선발 출전했습니다. 2007/08시즌 바르사와의 4강 1~2차전에서는 '메시 봉쇄맨'으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며 맨유의 결승 진출을 공헌했죠. 바르사와 상대했던 경험은 나니-발렌시아에게 없습니다. 둘째는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장점입니다. 공격과 수비에서 여러 역할을 소화할 수 있으며, 과거에는 볼이 없을때의 공간 창출에 강했지만 지금은 볼이 있을때에도 팀 공격의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에 성공했죠. 전술 이해도가 뛰어난 선수로서 바르사를 상대하는데 제격입니다. 수비력이 부족한 나니, 왼발을 사용하지 못하는 단순한 공격력의 발렌시아와 다릅니다.

세번째는 나니의 최근 폼이 안좋습니다. 나니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1경기 9골 18도움을 기록하며(도움 1위) 맨유 입단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시즌 후반들어 체력이 고갈되면서 전반적인 공격 전개가 힘겨운 모습이 역력했고, 발렌시아의 부상 복귀로 왼쪽 윙어 출전이 잦아졌지만 오른발로 얼리 크로스를 띄우는 자신만의 주무기가 사라졌습니다. 오른쪽에 있을때에 비해 공격력이 주춤해졌죠. 5일 샬케전에서는 볼 컨트롤 불안으로 상대 수비에게 막히면서 왼쪽 측면 공격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고, 샬케 오른쪽 풀백이었던 우치다의 오버래핑 공간을 수차례 허용하면서 또 다시 수비력 약점을 드러냈습니다. 우치다는 4강 1차전에서 박지성에게 봉쇄 당했습니다. 그런 나니는 바르사전에서 왼쪽 윙어를 맡으면 알베스에게 뚫릴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네번째는 긱스가 왼쪽보다는 중앙에 필요한 미드필더 입니다. 박지성의 측면 배치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죠. 박지성이 바르사전에서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을 수 있겠지만, 루니-에르난데스 콤비가 완성된 현실에서는 중앙보다는 측면이 챔피언스리그 결승 선발 출전을 위한 돌파구로 작용합니다. 왼쪽 측면에서 나니는 경쟁력을 잃는 중이며 긱스는 최근 중앙에서 회춘했습니다. 또한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사 벽을 넘지 못했던 이유중에 하나는 호날두-이과인쪽으로 주기적인 침투 패스를 연결할 플레이메이커의 부재였습니다. 외질-카카가 부진했죠. 반면 맨유는 최전방쪽으로 빠른 패스를 띄우며 역습을 주도할 옵션이 즐비합니다. 긱스-캐릭-플래처-스콜스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다만 스콜스는 수비시의 좁은 활동 폭이 걸림돌 입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는 박지성의 공격력이 진화했습니다. 2년 전 바르사를 상대했던 시절과 올 시즌 활약상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바로 공격력입니다. 불과 1~2시즌 전까지는 철저히 이타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지금은 직접 원투패스를 전개하거나 원터치 패스가 간결해지면서 맨유의 연계 플레이를 주도하는 기질이 강해졌습니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과감히 슈팅을 시도하는 기질은 올 시즌 자신의 최다골(7골)을 달성하면서 공격력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던 원동력이 됐습니다. 더 이상 '골이 부족한 윙어'라고 볼 수 없으며, 아스널-첼시-리버풀-AC밀란 같은 강팀을 상대로 골을 넣었던 경험은 바르사전에서 유용합니다. 공격력이 부쩍 좋아진 박지성이라면 왼쪽에서 나니-긱스의 존재감을 지우는데 제격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박지성은 맨유의 선 수비-후 역습 체제에서 반드시 필요한 선수입니다. 왼쪽 측면을 맡으면 알베스 또는 페드로 봉쇄에 주력할 것이며,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면 사비-이니에스타 사이의 뒷 공간을 파고들며 부스케츠와 경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역습시에는 자신과 호흡이 잘 맞는 루니-에르난데스와 원투패스를 주고 받거나 두 선수에게 종패스를 띄우며 골 기회를 엮을 수 있죠. 또는 과감히 문전으로 쇄도하여 골을 노릴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슈팅 의욕이 강해졌다는 점에서, 충분한 출전 시간을 얻는 전제에서는 자신에게 골 기회가 찾아올지 모릅니다.

한 가지 변수는 체력입니다. 지난 1일 아스널전에서는 4월 활약에 비해 기력이 떨어지면서 종종 불안한 상황에 직면했죠. 다른 동료 선수들도 체력적으로 안좋았기 때문에 박지성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5일 샬케전 결장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죠. 그런데 맨유가 9일 첼시전에서 패하면 '블루스(첼시의 애칭)'와의 프리미어리그 승점이 같아지면서 앞으로 남은 프리미어리그 경기(블랙번-블랙풀전)에서 사력을 다해야 합니다. 박지성은 에너지 소모가 많아진 상태에서 바르사전에 임하게 됩니다. 그동안 무릎 부상이 잦았기 때문에 부상도 조심해야죠. 바르사전 선발 출전도 중요하지만, 결승 무대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몸 관리를 하는 것이 산소탱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맨유의 일원으로 당당히 유럽 챔피언에 오르는 그 순간을 위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