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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4-1 승리, 강팀의 클래스는 달랐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로테이션 시스템이 적중했던 경기였습니다. '산소탱크' 박지성은 결장했지만 굳이 이번 경기를 뛸 필요성이 절실하지는 않았습니다. 백업 선수들이 즐비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강팀 클래스는 역시 달랐습니다.

맨유는 5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샬케04전에서 4-1로 대량 득점 승리했습니다. 전반 26분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선제골을 넣었으며 5분 뒤에는 대런 깁슨이 결승골을 기록했습니다. 전반 36분 호세 마누엘 후라도에게 만회골을 내줬지만 후반 27분과 31분에 안데르손 올리베이라가 2골을 추가했습니다. 1차전 원정까지 합하면 4강 통합 스코어 6-1 및 2전 2승을 올렸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오는 29일 런던 웸블리에서 FC 바르셀로나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맞대결을 펼칩니다. 2008/09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0-2 패배를 안겨줬던 FC 바르셀로나와의 리턴 매치 성사 및 복수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박지성은 샬케전에서 18인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9일 오전 0시 10분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첼시전에서 시즌 8호골에 도전합니다. 첼시전 2경기 연속골이 기대됩니다.

샬케, 포어 체킹으로 맨유 진영 흔들다

맨유는 샬케전에서 4-3-3으로 나섰습니다. 판 데르 사르가 골키퍼, 오셰이-에반스-스몰링-하파엘이 수비수, 안데르손-스콜스-깁슨이 미드필더, 나니-베르바토프-발렌시아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박지성-루니-비디치-퍼디난드-에브라-캐릭-에르난데스-긱스는 다음 경기인 첼시전을 위해 벤치 명단에 있거나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됐습니다. 샬케는 4-2-3-1로 변형했습니다. 노이어가 골키퍼, 에스쿠데로-메첼더-회베데스-우치다가 수비수, 후라도-파파도풀로스가 더블 볼란치, 드락슬러-바움요한-파르판이 2선 미드필더, 라울이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18세 유망주 드락슬러의 깜짝 선발 출전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샬케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맨유 진영쪽으로 거침없이 움직였습니다. 맨유의 후방을 압박하여 기습으로 골을 노리겠다는 전략입니다. 1차전에서 0-2로 패했기 때문에 2차전에서는 빠른 시간안에 선제골을 넣을 필요가 있습니다. 형식상으로는 라울이 원톱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2선 미드필더까지 최전방으로 움직이고 후방에서 간격을 좁히는 공격 지향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지난 1차전에서 맨유에게 주눅들었다면 2차전 원정에서는 포어 체킹을 강화하며 맨유 진영을 흔들었습니다. 4-4-2에서 4-2-3-1로 전환했던 배경 또한 포어 체킹과 밀접한 부분이죠.

[사진=샬케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대런 깁슨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발렌시아-깁슨 골, 맨유의 클래스는 강했다...전반전 2:1 리드

맨유는 자기 지역을 지키면서 볼을 받으며 완급 조절을 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안데르손-스콜스를 주축으로 볼을 키핑하고 조율하는 솜씨가 뒷받침하면서 샬케의 포어 체킹을 이겨냈죠. 하지만 적지 않은 백업 선수들이 포함되면서 상대 진영에서의 손발이 안맞았습니다. 전반 15분 점유율에서 45-55(%)로 밀렸고, 나니-베르바토프-발렌시아 같은 공격 옵션들이 샬케 수비진의 압박에 밀리면서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습니다. 나니는 전반 20분까지 3개의 패스가 모두 부정확하게 향했고, 베르바토프는 볼 터치가 불안했으며, 발렌시아는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임펙트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미드필더들이 포백과 간격을 좁히며 골보다는 무실점에 주력하는 경기를 펼쳤죠.

그런 맨유는 전반 26분 발렌시아가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안데르손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우치다의 백패스를 걷어내면서 오른쪽에 있던 깁슨에게 패스를 밀어줬고, 발렌시아가 박스쪽 상대 수비 빈 공간에서 깁슨의 킬러 패스를 받아 오른발 안쪽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습니다. 우치다의 패스 미스가 샬케의 2차전 승리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샬케 수비수들은 우치다의 예상치 못한 실수로 수비 밸런스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발렌시아를 놓쳤습니다. 전반 31분에는 깁슨이 두번째 골을 기록했습니다. 하파엘 스로인 과정에서 박스 오른쪽으로 쇄도할 때, 발렌시아의 짧은 패스를 받아 노마크 상황에서 오른발로 가볍게 골을 넣었죠. 맨유가 갑작스럽게 2-0으로 앞섰습니다.

맨유의 2-0 리드 과정은 결코 어렵지 않았습니다. 전반 25분까지 공격 옵션들이 샬케 후방의 압박에 밀렸지만, 두 번의 골 장면은 상대 수비가 방심한 틈을 노렸던 결과입니다. 발렌시아 골은 우치다 패스 미스, 깁슨 골은 하파엘 스로인을 느슨하게 대처했던 샬케 수비진 전체의 문제였습니다. 1차전처럼 경기 내내 상대 수비진을 크게 휘젓는 임펙트가 꾸준하지 못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해결짓는 클래스는 역시 강팀 다웠습니다. 1.5군 내지는 1.8군 이었지만 팀으로서의 풍부한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샬케와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에반스-스몰링 센터백 조합이 라울 봉쇄에 성공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죠.

하지만 나니의 부진은 맨유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됐습니다. 전반전 패스 성공률이 맨유 선수 중에서 가장 낮았고(52%, 11/21개) 상대 수비를 제끼는 페인팅 또는 드리블 돌파에 아무런 힘이 실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맨유의 왼쪽 공격 완성도가 떨어졌죠. 발렌시아가 전반 26분 선제골을 계기로 샬케 진영을 과감히 흔들었던 활약상과 대조적입니다. 최근 중요한 경기에서 박지성-발렌시아 측면 조합에 밀렸던 자신감 결여, 또는 그동안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체력 저하가 맞물린 부진 입니다. 또한 전반전에는 미드필더 라인을 구성했던 깁슨-스콜스-안데르손이 모두 경고를 받았습니다. 후반전 경기 운영에 영향을 끼치는 불안 요소로 작용했죠.

전반 36분에는 샬케의 후라도가 만회골을 넣으며 1-2로 추격했습니다. 스몰링이 맨유 진영 중앙에서 상대 선수쪽으로 패스를 밀어줬던 실수가 우치다의 오른쪽 크로스로 이어졌고, 맨유 수비가 라울과 문전에서 볼을 다투는 혼전 상황에서 후라도가 왼발로 골을 넣었습니다. 1~2차전 통합 스코어에서 1-4로 밀렸지만 끝까지 공격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성의를 다했습니다. 맨유와의 실력 차이가 뚜렷했지만 경기 자세는 프로 다웠습니다.

안데르손 2골, 맨유 결승 진출 확정

샬케는 후반 시작과 함께 바움요한을 빼고 에두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라울-에두 투톱이 형성되면서 4-4-2로 전환했죠. 바움요한이 안데르손-스콜스-깁슨의 압박을 받으면서 공격의 줄기를 잡지 못했던 여파가 라울의 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에두의 투입으로 최전방을 강화하면서, 오른쪽 측면에서 오버래핑 및 빌드업을 전개했던 우치다의 공격력을 믿겠다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우치다는 전반전에 백패스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공격력에서는 나니가 압박을 풀어주면서 맨유 진영쪽으로 넘어오는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후반 초반에는 수비 가담때 나니를 끈질기게 마크했었죠. 박지성 결장이 우치다의 폼이 살아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샬케는 후반 초반에 라울의 2선 가담을 늘렸습니다. 라울은 경기 상황에 따라 미드필더진으로 내려가 동료 선수들과 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타이밍을 읽는 경기 운영을 나타냈습니다. 때로는 최전방에서 에두와 동일 선상을 유지했죠. 샬케의 포메이션이 4-4-2, 4-2-3-1로 변형되었죠. 라울을 전반전에 원톱으로 활용했던 샬케의 작전은 실패작 이었습니다. 문제는 에두가 에반스-스몰링 사이에서 공격의 갈피를 못잡았습니다. 후반 25분에는 센터백 회베데스를 벤치로 내리고 공격수 훈텔라르를 조커로 활용했습니다. 세 명의 공격수(에두-훈텔라르-라울)를 활용하는 초강수를 띄웠습니다.

반면 맨유는 후반 14분 에브라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하파엘이 하체쪽에 문제가 생기면서 에브라 출전이 불가피했죠. 그 이후에는 공격 템포를 늦추고 지공으로 경기를 풀었습니다. 통합 스코어에서 4-1로 앞서면서 더 이상 무리할 이유가 없었죠. 그런데 샬케가 훈텔라르 투입으로 공격에 치중하면서 3선 간격이 벌어졌습니다. 후방의 수비 부담이 커지면서 맨유 선수들에게 자연스럽게 빈 공간을 내줬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샬케의 약점을 눈치채며 역습으로 대량 득점에 도전했습니다. 샬케가 스스로 수비 불안을 자초했던 것을 이용하겠다는 뜻이죠. 후반 27분-31분 안데르손 추가골은 샬케 수비진을 흔들었던 역습에서 비롯됐습니다. 후반 27분에는 나니가 오른쪽 측면에서 박스쪽으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 뒤, 안데르손이 그 볼을 받아 왼발 터닝 슈팅으로 맨유의 세번째 골을 안겨줬습니다. 후반 31분에도 안데르손이 맨유 역습 때 박스쪽에서 베르바토프의 패스를 받아 가볍게 골을 넣으며 맨유가 4-1로 앞섰습니다. 안데르손은 2007년 여름 맨유 입단 후 처음으로 2골을 기록했습니다. 맨유는 후반 28분과 32분에 각각 스콜스-베르바토프를 빼고 플래처-오언을 교체 투입하면서 시간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베르바토프의 명예회복은 끝내 실패했습니다. 후반 31분 안데르손의 골을 어시스트했지만 상대 수비 공간이 벌어졌기 때문에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습니다. 경기 내용에서는 메첼더-회베데스에게 발이 묶이면서 골 생산에 실패했죠. 샬케 수비진의 레벨이 약했음을 상기하면 이날 경기 부진은 문제 있습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챔피언스리그 골이 없었던 징크스는, FC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선발 출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결정타로 작용할 것입니다. 결국, 맨유는 2차전 4-1 승리가 확정되면서 2년 만에 결승 무대에서 FC 바르셀로나와 리턴 매치를 펼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