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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바르사 8강 진출, 아스날은 왜 탈락했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최고의 빅 매치로 관심을 모았던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vs아스날'의 진검 승부는 바르사가 결국 웃었습니다. 1차전에서 패했던 것을 2차전에서 만회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2008/09시즌 유로피언 트레블을 재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바르사는 9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캄프 누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아스날전에서 3-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48분 리오넬 메시가 선제골을 기록하면서 팽팽했던 0의 균형을 깨뜨렸지만, 후반 8분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자책골을 범하면서 경기가 새로운 국면에 빠졌습니다. 그럼에도 후반 24분 사비 에르난데스가 결승골을 넣었고, 2분 뒤에는 메시가 페널티킥으로 추가골을 터뜨렸습니다. 특히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전반 48분과 후반 24분에 도움을 올리며 팀 승리의 물꼬를 텄으며, 바르사는 16강 통합 스코어에서 아스날을 4-3으로 제압하여 8강 고지에 올랐습니다.

[사진=FC 바르셀로나전 1-3 패배를 발표한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C) arsenal.com]

바르사vs아스날, 판 페르시 퇴장에 희비 엇갈렸다

바르사는 아스날전에서 4-3-3으로 나섰습니다. 발데스가 골키퍼, 아드리아누-아비달-부스케츠-알베스가 수비수, 마스체라노가 수비형 미드필더, 이니에스타-사비가 공격형 미드필더, 비야-메시-페드로가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피케-푸욜로 짜인 센터백 조합이 경고 누적 및 부상을 이유로 결장하면서 아비달-부스케츠의 센터백 전환이 불가피 했습니다. 반면 아스날은 4-2-3-1로 맞섰습니다. 스체스니가 골키퍼, 클리시-코시엘니-주루-사냐가 수비수, 디아비-윌셔가 더블 볼란치, 나스리-파브레가스-로시츠키가 2선 미드필더, 판 페르시가 원톱을 맡았습니다. 파브레가스-판 페르시-디아비가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르사전 출전을 강행했죠.

경기는 예상대로 바르사가 주도권을 장악했습니다. 아스날이 지난 1차전에서 선 수비-후 역습 전략으로 바르사전 2-1 승리를 연출했고, 2차전 장소는 바르사의 홈 구장인 캄프 누 였습니다. 아스날은 통합 스코어 2-1 우세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2차전에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갈 필요가 있었죠. 그래서 2차전은 바르사가 슈팅 19-0(유효 슈팅 10-0, 개) 점유율 68-32(%), 패스 횟수 857-339(패스 성공 724-199, 개) 패스 성공률 84-59(%)로 아스날을 크게 앞섰습니다. 가장 주목할 것은 슈팅입니다. 바르사가 아스날 밀집 수비를 상대로 융단 폭격을 퍼부었다면, 아스날은 단 1개의 슈팅을 시도하지 못할 정도로 공격에 매우 소극적이었죠.

그렇다고 아스날에게 공격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정확히는 바르사가 주도하는 경기 분위기에 완전히 짓눌렸습니다. 2선에서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거나 풀백이 오버래핑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바르사에게 점유율을 내준 상황이었기 때문에 많은 공격 기회를 얻는 것이 어려웠죠. 하지만 점유율이 변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인터 밀란이 지난 시즌 4강 1차전에서 바르사를 3-1로 이겼던 것, 아스날이 올 시즌 16강 1차전에서 바르사를 2-1로 제압했던 배경에는 '역습'이 있었습니다. 바르사 선수들의 활동 반경을 앞쪽으로 유도하면서 빠른 종패스에 의한 기습을 노리는 전략 말입니다. 그런데 아스날은 2차전에서 그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아스날이 지쳐있는 상태에서 2차전에 임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12일 울버햄턴전을 시작으로 4주 동안 8경기를 치렀죠. 1주일에 2경기씩 소화하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 되었고, 그 시기에는 칼링컵 우승 실패 및 주력 선수들의 끊임없는 부상 악령에 직면했습니다. 2차전 같은 경우에는 파브레가스-판 페르시-디아비가 부상 완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고 월컷-송 빌롱이 부상으로 결장했습니다. 지난 5일 선덜랜드전 0-0 무승부까지 포함하면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된 상태에서 바르사 원정에 나섰죠. 경기력이 나빠졌기 때문에 1차전 만큼의 경기력을 재현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아스날 패배는 판 페르시가 퇴장당했던 불운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근본적 관점에서 리스크가 있었죠.

아스날의 패착은 전반전 이었습니다. 전반 48분 메시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기 전까지 0-0을 유지했지만, 아스날은 전반전에 선제골을 넣었어야 했습니다. 만약 전반전에 골을 터뜨렸다면 1-0 리드에 탄력이 붙으면서 바르사의 오버 페이스를 유도함과 동시에 후반전을 여유롭게 보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스날은 전반전 슈팅 0-8(개) 점유율 25-75(%)로 밀렸으며 20개 이상의 패스를 기록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바르사가 9명 이었던 것과 정반대였죠. 판 페르시 패스가 8개(4개 성공)에 불과했고 나스리 패스 정확도가 30%(3/10개)였던 것을 미루어보면, 아스날은 애초 공격을 시도할 힘을 잃었습니다. 전반 이른 시점에 공세를 취했거나 또는 중거리 슈팅으로 승부수를 띄웠어야 했습니다.

그런 아스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비 불안 이었습니다. 전반 48분 메시에게 실점한 것은 아스날 수비수들의 실책 이었습니다. 이니에스타가 박스 중앙에서 볼을 터치할 때 아스날 선수 3명이 달라붙었죠.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니에스타 옆쪽에 있던 메시를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코시엘니가 이니에스타의 킬러 패스를 차단하지 못한 것이 발단이었지만, 클리시가 코시엘니와 동선이 겹치면서 메시가 침투하는 공간을 커버링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죠. 후반 24분 사비의 결승골 같은 경우에는 아스날 선수들이 이니에스타-사비를 앞쪽에서 마크하지 못하면서 침투 기회를 허용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1분 뒤에는 코시엘니가 페드로의 발을 걸면서 페널티킥을 허용했고 메시가 후반 26분에 추가골을 터뜨렸죠. 3실점 모두 수비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공교롭게도 아스날은 지난 세 시즌 챔피언스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10실점을 허용했습니다. 2008/09시즌 맨유와의 4강 2차전 3실점, 2009/10시즌 바르사와의 8강 2차전 4실점, 그리고 이번에는 3실점 이었습니다. 골을 내줄 때 마다 수비쪽에 결함이 나타났죠. 특히 이번 경기에서는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선수들의 수비 집중력 부족 및 잔실수가 문제였죠. 토너먼트 대회에서 수비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그리고 아스날이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력이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르사와 아스날의 희비가 엇갈렸던 대표적 장면이 후반 10분 판 페르시의 퇴장 이었습니다. 판 페르시는 주심의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졌음에도 스스로 공격을 속개하며 강한 슈팅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주심은 시간 지연으로 판단했고 판 페르시는 전반전 경고까지 맞물리면서 추가로 옐로우 카드를 받으며 퇴장을 당했습니다. 경고가 지나쳤다는 일각의 반응이 있었지만, 판 페르시가 오해의 소지를 제공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이미 경고가 한 장 있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장면을 연출할 필요가 없었죠. 아스날이 후반 8분 부스케츠의 자책골 이후 1-1 동점을 기록한 상황이었던 만큼, 팀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아스날의 판 페르시 퇴장은 전방에서 포어 체킹을 할 수 있는 옵션을 잃은 꼴이 됐습니다. 공격수 없이 수비에 치중하면서 바르사 선수들이 전방쪽으로 올라오는 흐름을 맞이하게 됐죠. 그 과정에서는 미드필더들이 활동 폭에 부담을 느끼면서 위치선정 불안에 직면했고 그 결과는 압박 저지선이 무너지면서 바르사에게 여러차례 골 기회를 내주는 상황으로 연결됩니다. 결국 사비에게 결승골을 내주었고, 코시엘니가 페드로에게 쓸떼없는 파울을 범하여 페널티킥을 허용했죠. 또한 벵거 감독의 아르샤빈 교체 투입 타이밍이 늦었습니다. 판 페르시 퇴장 이후 아르샤빈을 조기에 투입하면서 포어 체킹에 의한 역습을 노릴 기회를 노렸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벵거 감독은 1-3이 된 후반 28분에 아르샤빈을 경기에 내보내고 말았죠. 끝내 아스날은 탈락했습니다.

반면 바르사는 아스날전에서 상대 밀집 수비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 이점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바르사와 상대할 팀은 선 수비-후 역습에 의한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다분한 만큼, 바르사도 그 흐름을 감지했을 것입니다. 바르사보다 양질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유럽 클럽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바르사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려면 상대에게 역습을 내주지 않으면서 수비 실수를 유도할 수 있는 경기 흐름을 키워야 합니다. 아스날에게 슈팅 1개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은 경기를 퍼펙트하게 운영하는 노하우를 익힌 결과였죠. 또한 쉴새없이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상대 수비 배후 공간을 노리는 연계 플레이, 극강의 점유율 축구는 여전히 강했습니다. 바르사는 여전히 챔피언스리그의 강력한 우승 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