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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타수 3안타' 이승엽, 잠자던 '거포 본능' 깨어나야



'국민 타자' 이승엽(32, 요미우리)의 타격 부진이 심각하다. 그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7연승의 화려한 전적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자신의 뛰어난 타격 감각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팀 전력에 보탬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승엽은 올림픽 본선 7경기에서 22타수 3안타(타율 0.136)에 그쳤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본선에서 5경기 동안 10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부진이 더 아쉽다는 지적이다. 8년 전에는 10연속 무안타에 끝에 일본과의 본선 경기에서 선발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상대로 투런포를 때렸지만 이번 본선에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홈런 조차 없었다.

이승엽은 올해 요미우리에서 극심한 부진에 빠져 100여일 동안 2군에 내려가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해 엄지손가락 부상 영향도 있었지만 최상의 스윙 폼을 잃은 것이 부진 요인으로 지적된 것. 그는 연습생처럼 하루 500차례 스윙을 거듭하는 배팅 훈련 끝에 지난달 1군에 복귀했지만 단 한번의 홈런(7월 28일 히로시마 카프전 투런 홈런)을 제외하고는 타석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심어주지 못했다.

문제는 그 여파가 올림픽 무대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 이승엽은 자신의 고질적인 단점인 변화구와 몸쪽 코스에 약한 모습을 보였으며 나쁜 공에 손이 많이 나가며 경기를 끌려 다녔다. 전체적인 타격폼도 홈런을 의식한 듯 잔뜩 힘이 들어간 모습을 보이며 상대팀 투수에게 위압감을 주지 못했다.

´잘 나가던´ 예전에 비해 자신감이 떨어진 것도 부진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15일 캐나다전을 SBS 김정준 해설위원과 함께 해설을 맡았던 김성근 SK 감독은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의 위압감이 많이 사라졌다. 배팅할 때 의욕이 너무 없다. 이승엽 뿐만 아니라 몇몇 타자들이 허리가 일찍 돌아가는 느낌이다"며 이승엽의 부진을 자신감 저하로 지적했다.

물론 이승엽은 22일 일본과의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에서 4번 타자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5년째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선수로서 다른 동료 선수들보다 일본 투수들의 구질을 잘 알고 있기 때문. 그가 한국의 ´국민 타자´이자 요미우리의 70대 4번 타자 출신이란 점에서 이번 일본전은 반드시 맹활약이 전제될 수 밖에 없다.

이미 상대는 이승엽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오노 유카타 일본 야구 대표팀 투수 코치는 지난달 28일 일본 일간지 스포츠닛폰을 통해 "이승엽이 홈런을 터뜨리면 한국은 사기가 오른다. 일본 투수들이 이승엽을 상대로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승엽이 한국 대표팀에 영향을 주는 거포라고 치켜 세우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승엽은 일본전에서 상대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선수들이 ´한국 타선의 중심´ 이승엽의 장단점을 알고 있어 집중 견제에 들어갈 수 밖에 없으며 유인구를 위주로 승부를 낼 공산이 크다. 그러나 집중 견제는 1997년 삼성 시절 홈런왕에 오르면서 시작돼 일본에서 계속됐던 것이라 경험 풍부한 베테랑 이승엽에게 문제되지 않는다. 철저한 선구안으로 좋은 공이 날아오면 한 방을 날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이승엽은 일본전에 강한 선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본선과 3-4위전에서 일본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두번씩이나 홈런으로 울리며 한국의 3위 달성을 이끌었고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일본전에서도 역전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한국의 3-2승리를 견인했다. 더구나 미국전에서는 특급 좌완 돈트렐 윌리스의 초구를 홈런으로 받아치는 등 5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여러 국제 경기에서 자신의 이름값을 다했다.

야구 대표팀의 두 경기 연속 타선 부진에 지친 팬들은 대표팀의 화끈한 승리와 함께 이승엽의 부활포를 바라고 있다. 일본전 같은 주요 국제 경기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리면 한국이 이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결정적인 한 방으로 팀의 승리를 이끄는 이승엽의 맹타가 절실한 이유다.

이승엽에게 있어 22일 일본과의 준결승전은 한국은 물론 일본 야구팬들의 흥미를 끄는 경기. 한국 타선의 중심인 이승엽이 또 다시 일본을 울리는 홈런을 앞세워 한일 야구팬들 앞에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