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박지성 없는 맨유, MF 과부하 우려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지난 20일 5부리그 클로리 타운과의 FA컵 16강에서 1-0으로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안데르손이 무릎 인대 및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미드필더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박지성-발렌시아가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현 상황에서는 안데르손의 부상이 경기력 유지의 타격으로 작용합니다. 오는 24일 마르세유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는 세 명의 미드필더 없이 경기에 나섭니다.

물론 맨유는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마르세유전을 포함한 원정 4연전(마르세유-위건-첼시-리버풀 원정)을 앞두면서, 빠듯한 경기 일정에 직면한 현실에서는 박지성-발렌시아-안데르손의 부상 공백이 존재합니다. 그것도 3개 대회(EPL+CL+FA컵)를 병행하고 있죠. 기존 미드필더들의 체력적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누적된 체력 문제까지 포함하면 시즌 후반기를 맞이한 현 시점에서 미드필더진의 과부하가 우려됩니다.

원정 4연전 앞둔 맨유의 불안 요소, MF 체력 저하

가장 걱정되는 인물은 '38세' 긱스입니다. 긱스는 유연한 경기 조절 및 세밀한 볼 전개로 박지의 아시안컵 차출 공백을 메우면서 맨유의 전력 약화를 막아내는데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맨유가 최근 3개월 동안 치렀던 18경기 중에서 15경기에 출전했으며 그 중에 11경기를 선발로 뛰었습니다. 특히 박지성이 아시안컵에 차출된 이후 11경기 중에 10경기를 뛰었고, 그 중에 8경기에서 선발로 모습을 내밀었습니다. '회춘 모드'를 발휘했던 2009/10시즌 초반에도 1주일에 1경기씩 출전하는 체력 안배가 있었지만, 이제는 박지성이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출전 부담이 많아졌습니다.

긱스는 지난해 9월과 10월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신음했습니다. 햄스트링은 무리한 경기 출전에 따른 피로 누적에 의해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지성-안데르손이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던 것도 같은 배경이죠. 그런 긱스의 경기 출전이 앞으로도 잦아지면 맨유 입장에서 햄스트링 부상 재발을 또 걱정해야 합니다. 긱스의 나이를 고려하면 무리한 출전은 팀 전력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긱스의 백업 자원인 '베베르탕(베베+오베르탕)' 듀오가 기량을 의심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맨유는 박지성-발렌시아가 돌아오기 전까지 긱스의 활용 빈도를 늘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긱스는 안데르손이 부상당하면서 중앙 미드필더 전환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맨유가 원정 4연전 중에 마르세유-첼시-리버풀전에서 4-2-3-1 또는 4-3-3을 구사할 것으로 보이며 중앙 미드필더들의 선발 출전 폭이 넓어집니다.(박지성 공백이 아쉬운 또 하나의 이유) 스콜스-플래쳐-캐릭 같은 기존 중앙 미드필더들이 그동안 많이 뛰었으며 지금까지 로테이션으로 기용됐습니다.(스콜스는 37세임을 감안해야 함) 깁슨-오셰이를 활용하기에는 경기력이 불안정하죠.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어느 시점에서 긱스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 미드필더들은 종횡 간격으로 활동 폭을 넓히면서 엄청난 이동거리를 필요로 합니다. 긱스가 그 패턴에 적응할지 의문입니다.

만약 긱스가 중앙에서 활동하면 루니가 왼쪽 측면에서 뛰게 됩니다. 박지성이 아시안컵에 전념했던 시기에 긱스와 함께 왼쪽을 담당했던 선수가 루니였죠. 4-2-3-1 또는 4-3-3 체제에서는 루니-베르바토프가 최전방에서 공존할 수 없기 때문에 둘 중에 한 명은 다른 포지션에서 뛰어야 합니다. 베르바토프가 맨유의 타겟맨을 굳힌 현 시점에서는 루니가 2선 또는 측면에서 이타적인 역할에 주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루니는 지난해 12월 29일 버밍엄전에서 왼쪽 윙 포워드를 맡았지만 이렇다할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긱스의 체력 부담이 축적될 수 밖에 없는 흐름이죠.
 
또 한 명의 우려되는 선수는 스콜스입니다. 올 시즌 초반에 칼날같은 패싱력으로 맨유 중원의 활기를 불어넣으며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체력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 중반부터는 허리에서의 활동 폭이 좁아지면서 커버 플레이에 제약을 받게 됐습니다. 상대 공격 길목을 틀어막는데 장애물이 되었죠. 체력 저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에도 지난 시즌처럼 지속적으로 경기에 출전했기 때문에 후반기에 무난한 활약을 펼칠지 의문입니다.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진이 허약해진 현 시점에서는 스콜스도 긱스처럼 '나이에 비해' 경기 출전 빈도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맨유는 지난해 여름 또는 올해 1월에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했어야 합니다. 플래쳐 이외에는 믿고 기용할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가 없기 때문입니다. 스콜스는 체력 저하, 캐릭-안데르손은 경기력 부진(그나마 안데르손은 몇몇 경기에서 폼이 올라왔지만), 깁슨은 실력 부족이라는 약점에 직면했죠. 구단의 막대한 재정난에 따른 대형 선수 영입의 어려움 때문에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기 어렵지만, 지난 1월에 아담(블랙풀)을 영입했다면 스콜스 체력 문제를 극복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여름 베베 영입에 740만 파운드(약 135억원)를 투자하는 악수를 두고 말았죠. 그 결과는 미드필더진의 허약함으로 이어졌죠.

긱스-스콜스 뿐만은 아닙니다. 플래쳐-캐릭-나니 같은 또 다른 미드필더 자원들도 과부하에 시달릴 우려가 있습니다. 이제는 우승을 위해 중요한 경기들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심리적, 육체적으로 지치기 쉽습니다. 맨유 미드필더진이 몇몇 선수들의 부상으로 예년과 달리 스쿼드가 얇았던 올 시즌에는 기존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가중되고 말았죠. 최악의 상황이라면 부상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 맨유의 타겟맨을 맡았던 루니가 지난해 3월말 발목 부상 및 잦은 경기 출전에 따른 컨디션 저하로 슬럼프에 빠졌던 교훈을 맨유가 떠올려야 합니다.

맨유는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선수들의 체력 소모를 줄이는 전략으로 시즌 후반기를 보낼지 모릅니다. 포백을 전진배치하면서 미드필더들과 공격진의 후방 부담을 줄이고, 스위칭이나 드리블 돌파 같은 체력을 요구하는 공격 패턴 보다는 자기 자리에서 패스를 주고 받으며 점유율을 늘리는 형태의 공격 전술로 변화할 것입니다. 지난 시즌 상반기에 활용했던 '점유율 축구' 말입니다. 긱스-스콜스 같은 노장들이 점유율 축구에 힘입어 묵직한 내공을 발휘했죠. 맨유가 여전히 두 노장의 회춘을 필요로 하는 현실에서는 전술 변경이 현실적 답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