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지난 20일(한국시간 기준) 5부리그 소속 크롤리타운과의 FA컵 16강(5라운드)에서 1-0으로 승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8강(6라운드)에 진출했지만 경기 내용상에서는 답답한 공격 전개를 일관하는 아쉬움을 연출했습니다. 몇몇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했음을 감안해도 슈팅 6-8(유효 슈팅 3-3, 개) 점유율 47-53(%)로 밀릴 정도로 프리미어리그 1위팀 답지 못한 경기력을 펼쳤습니다.
그런 맨유에게 새로운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앞으로 치러야 할 4경기가 모두 원정이기 때문입니다. 오는 24일 마르세유 원정, 27일 위건 원정, 다음달 2일 첼시 원정, 7일 리버풀 원정을 치르는 빠듯한 일정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맨유는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는 팀이지만 우승을 위해서는 1경기라도 소홀히 넘겨서는 안됩니다. 맨유가 반드시 넘어야 할 '원정 4연전'을 되짚어 봤습니다.
마르세유-위건-첼시-리버풀 원정, 맨유가 모두 이길까?
우선, 맨유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유독 원정 경기에 약했습니다. 홈에서 13승1무(39골 9실점)로 극강했지만 원정에서는 3승8무1패(18골 16실점)를 기록했습니다. 리그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홈 경기에서의 천하무적 행보였죠. 하지만 원정에서는 홈 경기에 비해 골이 적었고 실점이 잦았습니다. 또한 맨유의 원정 경기 승점(17점)은 리그 9위 뉴캐슬의 원정 경기 실적(5승3무6패, 승점 18점)보다 저조합니다. 앞으로 치러야 할 원정 4연전 중에 3경기(위건-첼시-리버풀)가 원정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전략 및 준비가 요구됩니다.
그런데 24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마르세유 원정은 맨유에게 새로운 국면을 안겨줍니다. 지난해 11월 25일 스코틀랜드 원정(레인저스전) 이후 3개월 만에 잉글랜드 바깥에서 원정을 치르기 때문입니다. 경기 장소는 벨로드롬 스타디움으로서 마르세유 원정을 치르는 상대팀들에게 부담스러운 곳입니다. 마르세유는 프랑스리그 최고의 인기팀으로서 팬들이 극성스런 응원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물론 맨유는 지난 시즌과 올 시즌 32강 본선에서 터키 원정을 치렀던 경험이 있지만 벨로드룸 스타디움 분위기에는 익숙하지 않죠.
네임벨류에서는 맨유가 마르세유에 우세입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역대 전적에서는 1승1패였습니다. 마르세유는 3선의 탄탄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공격 템포를 능수능란하게 조절하는 경기력이 강점입니다. 챔피언스리그 32강 F조에서 2위(4승2패)를 기록했지만 초반 2경기에서 패했을 뿐 그 이후 4경기를 무실점으로 이겼습니다. 32강 6차전이었던 첼시와의 홈 경기에서는 1-0으로 승리했습니다. 맨유가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인 것은 분명하지만 마르세유를 가볍게 판단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원정 4연전 및 홈에서 치러질 16강 2차전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지 않으려면 마르세유 원정 승리가 꼭 필요합니다.
[사진=베르바토프가 위건 원정에서 특유의 몰아치기를 발휘할지 주목됩니다.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그나마 위건 원정은 다른 팀들에 비해 부담이 덜 합니다. 맨유가 위건에 강하기 때문입니다. 통산 12번의 경기에서 모두 이겼으며 37골 4실점의 순도 높은 성적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위건이 올 시즌 강등 위기에 빠진것은 맨유에게 부담입니다. 위건 입장에서는 맨유전에서 승점을 얻어야 강등권 탈출의 희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시즌 후반기 대도약을 위한 탄력을 얻게 됩니다. 지난 6일 리그 최하위 울버햄턴에게 1-2로 역전패를 당했던 맨유 입장에서 방심을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위건은 최근 6번의 홈 경기에서 12실점(1승3무2패)을 헌납했습니다. '약팀에 강한' 베르바토프를 위건전 승리의 선봉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베르바토프는 좁은 공간에서 상대의 강력한 압박을 받으면 맥을 못추는 고질적 약점에 시달리는 공격수입니다. 그래서 마르세유 원정에서 맹활약을 펼칠지 장담할 수 없죠. 현실적으로 마르세유 원정 보다는 위건 원정에서의 쓰임새가 많은 선수입니다. 맨시티 테베스와의 득점 1위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려면 위건전에서의 몰아치기가 중요합니다. 결국, 위건 원정은 베르바토프의 발끝에 달렸습니다.
맨유의 원정 4연전 중에 가장 큰 고비는 첼시 원정 입니다. 2002년 4월에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3-0으로 승리한 이후 첼시 원정에서 10경기 연속 무승(4무6패, 각종 경기)에 빠지는 징크스에 시달렸습니다. 지난 시즌 첼시와의 두 경기에서는 모두 패했죠. 올 시즌 리그 1위를 달릴 수 있었던 원인 중에 하나는 첼시와 경기하지 않았던 이점이 있었습니다. 다만, 첼시가 올 시즌 홈 경기에서 선덜랜드-리버풀에게 패하면서 3년 전 스탬포드 브릿지 86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갔던 시절의 포스가 조금 약화된 것은 맨유에게 위안입니다. 그러나 맨유는 첼시 원정에 매우 약했습니다.
또한 첼시에는 '맨유 킬러' 토레스가 있습니다. 리버풀 소속이었던 2009년 3월 14일 맨유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의 4-1 대승을 도왔고, 그해 10월 25일 맨유전에서는 리버풀의 2-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 이듬해 3월 21일 맨유전에서 전반 5분만에 선제골을 터뜨리며(1-2 리버풀 패) 맨유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특히 비디치에 강한 면모를 발휘하는 공격수죠. 올 시즌에는 부상 여파 등으로 폼이 가라앉았으며 얼마전에는 첼시로 이적했지만 동료 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는 문제점에 직면했죠. 맨유전 이전까지 골을 터뜨릴지 알 수 없지만, 첼시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면 맨유전 골이 중요합니다.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승점 3점을 노리는 맨유가 경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맨유는 마르세유-위건-첼시 원정에 이어 안필드에서 리버풀 원정을 치릅니다. 문제는 리버풀 원정도 첼시 원정 못지않게 까다롭습니다. 리버풀이 홈에 강하며(홈 : 8승4무2패, 원정 : 3승2무8패),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부임하면서 경기력 안정을 되찾았고, 최근 리그 5경기에서 4승1무를 기록했습니다. 리그 6위를 기록중인 리버풀 입장에서는 빅4 재진입을 위해 토트넘-첼시와의 경쟁을 이겨야하며 맨유전 승리가 필수입니다. 맨유는 올 시즌 리버풀과의 2경기(FA컵 포함)에서는 모두 이겼지만 상대팀이 침체에 빠졌던 시점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맨유가 리버풀 원정에서 승리해야 하는 이유는 그 경기가 리그 우승 가능성을 확신하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리버풀 원정 이후에는 볼턴-웨스트햄-풀럼-뉴캐슬-에버턴 같은 약팀들과 상대하며 그 중에 3경기가 홈에서 치러집니다. 스탬포드 브릿지에 이어 안필드에서 승리하면 남은 리그 경기 일정이 탄력을 얻으면서 우승에 대한 희망을 얻을 수 있죠. 2위 아스날과의 승점 격차를 벌리거나 또는 첼시 원정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리버풀 원정을 통해 만회할 수 있는 이점이 생깁니다. 과연 안필드에서 원정 4연전의 보람찬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