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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 희망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브레멘전

 

슈퍼 탤런트' 손흥민(19)이 아시안컵 복귀 이후 첫 출전하면서 함부르크의 대승을 공헌했습니다. 아쉬운 장면들이 몇차례 있었으나 지역 라이벌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는 패기를 발휘했던 경기 내용이 희망적 이었습니다. 팀에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에 의미가 남달랐던 승리였습니다.

함부르크는 19일 저녁 1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임테크 아레나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3라운드 베르더 브레멘(이하 브레멘)전에서 4-0으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42분 믈라덴 페트리치가 선제골을 기록했으며 후반 19분과 25분에는 호세 파울로 게레로가 2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의 쐐기를 박았습니다. 후반 43분에는 손흥민을 대신해서 교체 투입했던 벤 하티라가 추가골을 올렸습니다. 이로써, 함부르크는 11승3무9패로 리그 7위로 도약했으며 손흥민은 후반 37분까지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의 왼쪽 측면을 책임졌습니다.

[사진=손흥민 (C) 함부르크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hsv.de)]

'82분 출전' 손흥민, 재치 넘쳤지만 오버 페이스가 아쉬웠다

함부르크는 브레멘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입장 이었습니다. 지난 17일 '함부르크 더비' 지역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는 상 파울리에게 33년 만에 패하면서(0-1 패배) 리그 8위 추락 및 현지 팬들에게 거센 질타를 받았습니다. 또 다른 지역 라이벌(북독더비) 브레멘전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하지 못했다면 다음 시즌 유럽 대항전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르민 베 감독은 브레멘전에서 판 니스텔로이를 벤치로 내리고 손흥민을 선발 출전시키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손흥민의 어깨가 제법 무거워졌죠.

사실, 함부르크의 전반전 경기 내용은 안좋았습니다. 브레멘 4백이 전진 배치 되면서 함부르크 공격진이 박스 안쪽을 노리는 연계 플레이가 적극적이지 못했죠. 그나마 전반 9분 박스 중앙에 있던 게레로가 오른쪽으로 대각선 침투 패스를 띄운게 눈에 띄었을 뿐이죠.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페트리치가 공격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한게 문제였습니다. 페트리치는 프링스-프린츠로 짜인 상대 더블 볼란치 사이에서 막히는 바람에, 손흥민을 비롯한 다른 동료 선수들이 패스를 주고 받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왼쪽 윙어로 나섰던 손흥민의 움직임은 전반전에 경쾌했지만 팀이 공격을 풀어가지 못했습니다.

함부르크는 브레멘전에서 슈팅 14개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전반 27분까지 슈팅 2개에 그쳤습니다. 58-42(%)의 점유율 우세를 점했음에도 팀 전체가 슈팅 타이밍을 잡지 못했죠. 그 시점에서는 포백-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이 벌어졌습니다. 수비진이 볼을 잡을때는 중앙 미드필더쪽에서 볼을 응시하지 않고 중원 지역에 가만히 있는 장면이 노출됐습니다. 경기 집중력이 떨어졌죠. 결국에는 후방에서 빌드업 속도가 늦어지면서 전반 30분 부터 브레멘에게 역습 당하거나 수비 상황에서 불필요한 패스 미스를 범하는 불안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전반전에 제 몫을 해냈습니다. 전반 22분 박스 중앙 근처에서 상대 수비진에게 둘러 쌓이며 침투 길목이 막혔을 때, 좁은 공간에서 끈질기게 볼을 지키면서 상대 수비수의 파울을 유도하여 프리킥을 얻어내는 재치를 발휘했습니다. 이렇다할 슈팅 기회를 얻지 못했던 함부르크에게 반가웠던 장면 이었습니다. 또한 손흥민은 페트리치가 프링스-프릿츠에게 봉쇄당하는 함부르크 공격 전술의 어려움 속에서도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받아내려는 움직임에 적극적 이었습니다. 전반 중반까지 종적인 움직임이 많았다면 그 이후에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줄기차게 이동하는 패턴의 다양화를 노렸습니다. 기동력으로 승부수를 띄운 셈이죠.

브레멘전에서는 수비쪽에서 인상깊은 장면을 남겼습니다. 전반 40분 함부르크 왼쪽 측면 뒷 공간에서 브레멘 원톱 아노토비치가 소유했던 볼을 커팅했고, 1분 뒤에도 수비에 가담하면서 아오고에게 종패스를 띄워주면서 팀의 공격 템포를 높였습니다. 함부르크가 브레멘 역습에 흔들리는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드필더들의 무게 중심이 밑으로 내려갔죠. 손흥민 입장에서는 공수 밸런스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었지만 경기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수비쪽에 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그 이외에도 수비 가담에 참여하여 팀의 압박 과정에 참여했죠.

하지만 손흥민은 팀이 1-0으로 앞섰던 후반전에 오버 페이스가 아쉬웠습니다. 전반전에 적극적으로 연계 플레이에 참여했지만 후반전에는 공을 많이 못잡았죠. 페트리치가 전반 42분 선제골을 기록한 것에 힘입어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게레로의 페이스가 살아났더니 브레멘 중앙 수비의 뒷 공간이 열렸습니다. 그래서 함부르크는 페트리치-게레로를 활용한 공격 패턴을 활발히 노렸고, 손흥민-피트로이파 같은 좌우 윙어들이 볼 없는 상황에서 공간 침투에 주력했습니다. 그래서 제 호베르투-웨스터만 같은 중앙 미드필더들의 전방 볼 배급이 게레로-페트리치에게 향하기 쉬웠죠.

그리고 후반전에는 전반전에 비해 볼 처리가 떨어졌습니다. 후반 4분 박스쪽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왼쪽 후방 패스를 받지 못했죠. 볼의 궤적이 빠르게 향했기 때문에 오른발로 한 번 접어주고 상대 수비를 제치거나 2차 패스를 연결해야 하는데, 패스 날라올 때 원터치로 연결하려다가 볼 키핑이 떨어지면서 상대에게 볼 소유권을 내줬습니다. 후반 10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 궤적이 낮게 흘렀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휴식기 및 아시안컵 출전에 의해 10주 만에 함부르크 경기에 출전했던 감각 문제가 브레멘과의 후반전에 노출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후반 초반이나 중반에 교체되지 않았습니다. 후반 37분까지 뛰었다는 것은 아르민 베 감독이 자신의 실력 및 잠재력을 신뢰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게레로-페트리치 처럼 공격을 주도하는 본능이 떨어졌고, 전반전에 비해 볼을 받으려는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피트로이파와 더불어 공간을 창출하려는 의지는 뚜렷했습니다. 볼이 없을 때 측면에서 중앙으로 쇄도하는 움직임을 통해서 상대 오른쪽 수비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죠. 상대 수비의 제약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래서 브레멘의 수비 밸런스가 후반 중반에 완전히 무너지면서 함부르크가 경기 막판에 걸쳐 3골을 추가하며 4-0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손흥민은 오는 26일 저녁 1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이저슬라우테른 원정에 출격할 계획입니다. 올 시즌 3골을 원정 경기에서 기록했기 때문에 카이저슬라우테른전에서 4호골을 터뜨릴지 주목됩니다. 브레멘전에서 후반 37분 교체 투입했던 하티라가 함부르크의 네 번째 골을 기록했기 때문에, 손흥민 입장에서는 붙박이 주전 확보를 위해 카이저슬라우테른전에서 골을 기록할 필요가 있습니다. 함부르크가 브레멘전 4-0 승리로 기사회생했던 분위기를 손흥민이 향후 경기에서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