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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 머리로 발동했던 리그 7호 도움

 

'블루 드래곤' 이청용(23, 볼턴)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7번째 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지난 6일 토트넘전에서 무릎 타박상을 당하면서 4일 뒤 A매치 터키전에 결장했지만, 그동안의 체력 저하 및 부상 우려를 떨치고 새로운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이청용의 볼턴은 14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리복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 에버턴전에서 2-0으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10분 게리 케이힐(G. 케이힐)이 스튜어트 홀든의 프리킥 상황때 문전 정면에서 헤딩 슈팅을 날렸던 것이 욘 헤이팅아의 오른팔을 맞고 선제골로 연결됐습니다. 후반 22분에는 이청용이 아크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헤딩 패스한 것을 다니엘 스터리지가 왼발로 강하게 슈팅을 날리면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후반 14분 교체 투입했던 이청용은 리그 7호 도움을 기록했고 스터리지는 최근 3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습니다.

이로써, 볼턴은 9승9무9패(승점 36)로 리그 8위를 기록하며 7위 선덜랜드(9승10무8패, 승점 37)를 승점 1점 차이로 추격했습니다. 이청용이 아시안컵에 차출된 5경기에서는 1무4패로 부진했지만 그 이후 3경기에서 2승1패를 기록하며 시즌 후반기 도약의 자신감을 성취했습니다. 아울러, 이청용은 리그 6호 도움을 기록했던 지난해 12월 27일 웨스트 브로미치전 이후 7주 만에 공격 포인트를 올렸습니다.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평점 7점을 부여 받으며 이날 경기에서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31분 출전' 이청용, 짧지만 강렬했던 에버턴전 활약상

볼턴은 에버턴전에서 4-4-2로 나섰습니다. 야스켈라이넨이 골키퍼, 로빈슨-나이트-G.케이힐-리케츠가 수비수, 테일러-홀든-마크 데이비스(M. 데이비스)-엘만더가 미드필더, 스터리지-케빈 데이비스(K. 데이비스)이 공격수로 포진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체력을 소모했던 이청용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면서 엘만더가 오른쪽 윙어를 대신 맡았습니다. 이에 에버턴은 4-4-1-1을 활용했습니다. 하워드가 골키퍼, 베인스-디스탱-헤이팅아-네빌이 수비수, 빌야레티노프-펠라이니-아르데타-콜먼이 미드필더, 팀 케이힐(T. 케이힐)이 쉐도우, 아니체베가 타겟맨을 맡았습니다.

이 경기는 사실상 초반에 승부가 가려졌습니다. 볼턴의 기선 제압이 주효했기 때문입니다. 미드필더진을 중심으로 낮은 패스를 번갈아가면서, 때에 따라 좌우로 크게 흔들어주는 패스를 연결하며 에버턴 진영을 공략했습니다. 특히 스터리지는 왼쪽 측면과 최전방을 활발히 오가면서 네빌-헤이팅아의 뒷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뚜렷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볼턴 미드필더들이 스터리지쪽을 활용한 패스를 줄기차게 연결하면서 에버턴 선수들의 몸놀림이 느릿느릿한 약점을 읽었습니다. 상대 미드필더들의 압박이 느슨했기 때문이죠. 그 과정에서 에버턴이 파울을 범하여 프리킥을 허용했던 것이 G.케이힐의 선제골로 연결됐습니다.

볼턴은 힘-기교-스피드-컨트롤에서 에버턴에 우세를 점했습니다. 경기 흐름을 지배할 수 있는 대부분의 요소에서 상대팀을 압도했죠. 볼턴이 의도하던 대로 경기가 풀렸다면 에버턴은 한마디로 졸전 이었습니다. 좌우 윙어를 맡았던 빌야레티토프-콜먼의 컨디션이 좋지 못하면서 공격의 활로를 찾는데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아니체베-T.케이힐의 봉쇄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펠리아니-아르데타의 중원 운용은 무기력 했습니다. 볼턴의 압박을 받으면 좀처럼 패스 줄기가 전방쪽으로 뻗지 못했고 볼 컨트롤까지 나빠졌죠. 그래서 볼턴에게 인터셉트를 허용 당하거나 스스로 패스 미스를 범하면서 어렵게 경기를 풀었습니다.

물론 볼턴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전반 27분 나이트가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교체 되면서 주전 센터백을 잃었고, 후반 14분 이청용 교체 투입 이전까지 공격이 소강 상태에 빠지는 어려움에 있었습니다. 에버턴은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반격 본능에 충실한 클럽이기 때문에 1-0 리드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코일 감독은 패스 정확도(46.9%, 15/32개)가 떨어졌던 테일러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이청용의 출격을 지시하며 추가골 기회를 노렸습니다. 오른쪽 윙어로서 부진했던 엘만더가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이청용이 본래의 포지션을 맡았습니다.

볼턴의 이청용 교체 투입은 경기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계기가 됐습니다. 엘만더가 오른쪽 윙어로서 겉돌았던 문제점을 이청용이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엘만더는 투톱 공격수로 출전해야 하는 선수입니다. 3개월 전 리그 11월의 선수에 뽑히면서 승승장구했으나 그 이후 골 부족에 시달린 끝에 오른쪽 윙어로 좌천되고 말았죠. 문제는 측면에서 패스의 강약 조절 및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을 노출했고 특히 스터리지와의 호흡이 잘 안맞았습니다. 여기에 테일러까지 부진하면서 코일 감독이 측면 변화가 불가피했죠. 좌우 윙어가 모두 불안했기 때문입니다. 에버턴전을 이겨야 하는 관점에서는 이청용의 교체 투입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볼턴의 이청용 투입 효과는 단번에 나타났습니다. 이청용이 측면에서 여러 형태의 볼 배급을 전개하거나 빠른 타이밍의 패스를 연결하면서 에버턴의 무게 중심이 후방쪽에 쏠렸습니다. 에버턴은 후반 15분 빌야레티노프-오스만을 빼고 백포드-콜먼을 교체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볼턴의 이청용 효과에 제압당했죠. 이청용은 공격 상황에서의 절묘한 위치선정 및 너른 시야로 동료 선수의 움직임을 활용하는 패스를 줄기차게 연결했습니다. 예측된 상황에서의 볼 배급이 가능했죠. 에버턴처럼 동료 선수쪽으로만 패스를 내주는 진부한 공격 형태와 대조적 이었습니다. 이청용이 경기 흐름을 조절하기가 쉬웠습니다.

이청용은 31분 동안 12개의 패스를 시도했습니다. 5개의 패스 미스가 있었지만(그 중 1개는 볼을 걷어낸 상황이었던) 7개의 패스는 정확했습니다. 볼 배급의 효율성이 떨어졌던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모험적인 패스가 즐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동료 선수에게 가볍게 패스를 띄우며 정확도를 높이기 보다는 동료 선수의 예측된 움직임을 활용하거나 상대 수비 진영을 흔들어 주는 패스의 위력이 제법 컸습니다. 그 과정에서 후반 22분 스터리지의 골을 도울 수 있었죠. 아크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헤딩 패스를 했는데 그 공간이 비어 있었습니다. 근처에 있던 스터리지가 앞으로 올라오면서 왼발로 추가골을 터뜨렸죠.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이청용이 스터리지에게 헤딩 패스를 날렸을 때 베인스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이겼습니다. 베인스가 자신보다 신장이 10cm 작은 특징이 있지만(이청용 180cm, 베인스 170cm) 이청용은 그동안 공중볼에 강한 인상을 주는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공격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베인스와 과감히 볼을 다투면서, 머리로 볼을 오른쪽 공간에 띄웠습니다. 그쪽 근처에 있던 스터리지가 슈팅을 날릴 것임을 미리 예측했죠. 머리로 발동했던 리그 7호 도움 이었습니다. 짧은 출전 시간 속에서 강렬한 활약을 펼치며 팀의 2-0 승리를 공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