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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나니, '무결점 윙어'로 진화하나?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바라보는 관점에 의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존재 유무에 따라 경기의 재미가 달랐습니다. 호날두가 올드 트래포드를 휘젓던 시절에는 맨유가 역동적이면서 후끈 몰아치는 반격을 통해 박진감 넘치는 공격 축구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호날두가 떠난 이후에는 속공에서 지공 형태의 공격 패턴이 많아지면서 경기 템포가 느슨해졌죠. 공격의 파괴력 또한 호날두 시절이 지금보다 더 강했습니다. 그리고 맨유는 불과 2년 전까지 '호날두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죠. 그만큼 호날두의 영향력은 강렬했습니다.

하지만 맨유가 호날두를 잃으면서 강팀의 클래스가 퇴색된 것은 아닙니다. 맨유는 점진적 세대교체에 의해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수없이 발굴하고 육성하면서 팀 전력을 강화하는 컨셉입니다. 90년대 중후반 황금세대의 등장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으며, 그 중에 한 명이었던 베컴과 작별했을 때 호날두가 2~3시즌 만에 완벽하게 대체했죠. 그리고 루이스 나니(24)가 올 시즌 오른쪽 측면에서 눈부시게 성장하면서 'Next 호날두'의 기세를 만방에 과시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잉글랜드 진출 이래 가장 화려한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니, 4년 전 호날두를 보는 듯한 '놀라운 성장'

나니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2경기에서 9골 13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올드 트래포드에 입성했던 2007년 여름 이후 가장 많은 골과 도움, 공격 포인트를 올렸습니다. 특히 13도움은 올 시즌 리그 도움 순위 1위 입니다.(2위는 아스날 아르샤빈의 11도움) 한때 '개인 욕심이 많은 선수'라는 질타를 받았지만, 도움 기록을 봐도 팀을 위해 많은 공헌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강팀과 약팀 경기에 관계없이, 그리고 시즌 내내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양산하며 맨유의 화력을 키웠습니다. 맨유가 올 시즌 리그 1위를 달리는 원동력 중에 하나로 나니의 성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나니는 12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전반 40분 문전 쇄도 과정에서 긱스의 원터치 패스를 받아 왼발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고, 후반 32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던 것이 루니의 바이시클 킥으로 이어져 맨유의 승리가 확정됐습니다. 경기 내용에서도 활약상은 대단했습니다. 발군의 개인기 및 볼 컨트롤로 맨시티 선수들을 교란하며 팀의 오른쪽 공격에 물꼬를 텄습니다. 맨시티는 콜라로프를 수비형 윙어로 활용하고 사발레타에게 나니 전담 마크를 맡기는 맞춤형 전술을 구사했지만, 나니는 이에 개의치 않고 '혼자의 힘으로' 상대 집중 견제를 뚫어내는 괴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러한 나니의 파괴력이 맨유에게 반가운 이유는 왼쪽에 있던 긱스와 균형이 맞았기 때문입니다. 긱스가 몇차례 정교한 볼 배급으로 팀의 공격을 조율했다면 나니는 상대 수비 밸런스를 흔들며 맨유 공격의 과감함을 키웠죠. 때로는 팀 플레이를 통해서 동료 선수의 움직임을 활용하는 패스를 주고 받는 이타적인 공격을 펼쳤다면 다른 때에는 자신의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뚫었죠. 경기 흐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전개하며 맨시티의 왼쪽 밸런스를 무너뜨리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 맨시티가 후반 중반부터 테베스를 왼쪽 윙어로 포진했던 배경은 나니의 공격력을 저지하겠다는 의도가 짙었죠.


[사진=루이스 나니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물론 맨시티전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루니였습니다. 나니의 오른쪽 크로스가 루니의 바이시클 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나니도 칭찬받아야 합니다. 루니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빨랫줄 같은 크로스를 연결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장면은 올 시즌 여러차례 시도했던 장면들입니다. 나니가 올 시즌 도움이 많았던 배경에는 오른쪽 측면에서의 크로스가 위협적 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패스 과정에서 도움을 기록한 경우도 있었지만 크로스를 통해 도움 기록을 양산할 수 있었죠. 크로스의 세기, 날카로움, 정확도 등을 놓고 보면 아마도 리그 최고의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니는 기복이 심한 약점이 있습니다. 맨유 입단 초기부터 꾸준한 폼으로 경기에 임했던 경우가 적었습니다. 팀 플레이에 눈을 떴던 2010년 1월 이전까지는 무리한 개인 플레이를 남발하며 팀 공격에 찬물을 끼얹으며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나니가 톱클래스 윙어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약점을 줄이면서 강점을 키우는 노하우를 익혔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공격 포인트 기록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특정 경기에 몰아치기 보다는 시즌 내내 골과 도움을 차곡차곡 올리며 스탯이 화려해졌죠. '꾸준함'을 자신의 주무기로 키웠죠. 베르바토프-루니-긱스의 올 시즌 폼이 일관되지 못했던 현실을 놓고 보면, 나니의 업그레이드는 맨유의 1위 수성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런 나니는 몇몇 상황에서는 크로스의 타이밍이 늦어지거나, 볼을 끌거나, 불필요한 실수로 맨유의 공격 템포를 끊는 단점을 노출했습니다. 이러한 약점을 놓고 보면 '꾸준함'이라는 키워드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기가 출중한 선수라도 실수는 꼭 있기 마련입니다. 호날두-메시 같은 축구 천재들의 개인기가 모두 성공했던 것은 아닙니다. 물론 나니는 이들에 비하면 실수 빈도가 높죠. 하지만 나니가 꾸준함에서 칭찬받아야 하는 이유는 실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자세가 뚜렷히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는 공격 포인트로 말해줬으며 맨유의 주축 선수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수비쪽에서의 움직임이 늘어났습니다. 상대 왼쪽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맨유 미드필더진의 압박 과정에 참여하고 있죠. 그러면서 수비진과 함께 존 디펜스를 형성합니다. 맨유가 수비에 치중할 때는 나니의 활동 반경이 후방쪽에 머물렀죠. 기존에는 공수 양면에서 불필요한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위치선정이 매끄럽지 못한 단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경기 흐름에 따라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선수 본인이 현지 인터뷰를 통해 맨유에서 수비력을 배웠다고 고백한 적이 있을 정도로, 나날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죠.

이러한 나니의 성장을 놓고 보면 4년 전 호날두를 떠올리게 합니다. 호날두가 미완의 대기에서 맨유의 에이스로 떠올랐던 시기가 2006/07시즌 이었기 때문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팀 전술을 호날두 중심으로 맞추면서, 호날두가 그동안 숨겨졌던 공격 포인트 본능을 내뿜었습니다. 결국에는 맨유의 리그 우승을 이끌면서 세계적인 축구 천재로 발돋움했죠. 수비 가담에 소극적 이었지만 팀 전술이 자신에게 맞춰져 있었던 특징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때를 계기로 공격쪽에서 다양한 장점을 발휘하며 '토탈 패키지'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개인기, 공중볼, 두 발을 활용하는 능력, 무회전 프리킥, 문전 쇄도, 연계 플레이, 슈팅 등 못하는 것이 없는 '무결점 윙어' 입니다.

아마도 나니의 완성형은 호날두 같은 '무결점 윙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호날두에 비하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의 성장을 놓고 보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한때 맨유에서의 부진으로 방출 위기에 휩싸였으나 이제는 팀 공격에 없어서는 안 될 옵션으로 무럭무럭 성장한 것에 탄력을 얻으며 불꽃같은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 이러한 나니의 행보는 퍼거슨 감독의 세대교체가 또 다시 성공했음을 의미하며 맨유가 호날두 없이도 건재할 수 있었던 비결과 직결됩니다. 지금의 기세를 놓고 보면, 나니가 호날두처럼 유럽 무대를 호령하는 날이 머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기량에 안주하지 않는 전제에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