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프리미어리그 1위로 도약하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홈에서 에버턴에게 패했기 때문이죠. 문제는 리그 1위 진입을 노리는 팀 치고는 경기 내용이 좋지 못했습니다.
맨시티는 21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에버턴전에서 1-2로 패했습니다. 전반 4분 팀 케이힐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며 전반 19분에는 레이턴 베인스에게 추가골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맨시티는 후반 15분 에버턴 공격수 빅토르 아니체베의 퇴장으로 수적 우세를 점했고, 후반 27분에는 필 자기엘카의 자책골에 의해 1-2로 따라 붙었습니다. 하지만 후반 37분 마리오 발로텔리가 부상으로 교체되었고, 경기 종료 직전에는 콜로 투레가 퇴장당하면서 동점에 실패했습니다.
이로써, 맨시티는 9승5무4패(승점 32)로 리그 3위를 유지하는데 그쳤습니다. 만약 에버턴을 이겼다면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9숭7무, 승점 34)를 제치고 리그 선두로 도약했겠지만 끝내 그 기회를 놓쳤습니다. 맨시티를 제압한 에버턴은 리그 14위(4승9무5패, 승점 21)로 뛰어오르며 강등 위협에서 한 시름 덜게 됐습니다.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5일 블랙풀전-20일 첼시전이 연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리그 선두를 지켰습니다.
수비 불안 및 33개 슈팅-1골, 맨시티는 이기는 방법을 몰랐다
맨시티는 에버턴전에서 4-4-2를 구사했습니다. 하트가 골키퍼, 콜라로프-콤파니-콜로 투레(K. 투레)-사발레타가 수비수, 밀너-배리-야야 투레(Y. 투레)-실바가 미드필더, 테베스-발로텔리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데 용이 경고 누적으로 에버턴전에 결장하면서 중앙 미드필더 세 명을 두 명으로 줄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최근에는 발로텔리의 폼이 올라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테베스와의 최전방 공존을 추진했죠. 기존에는 발로텔리가 테베스와 함께 공존할 때 4-3-3의 왼쪽 윙 포워드로 나섰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함께 투톱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맨시티는 에버턴전을 안일하게 시작했습니다. 수비진이 에버턴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 맥을 못추면서 침투 공간을 쉽게 허용하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에버턴이 그동안 빠른 역습에 강했던 팀 컬러를 자랑하기 때문에 포백과 미드필더진이 협력 수비를 펼치면서 상대 선수가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을 막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맨시티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집중력이 결여된 모습을 보였고, 에버턴 선수들은 필사적으로 기습을 노리면서 '뻔한' 경기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맨시티의 2실점 과정은 수비 불안에서 연출 됐습니다. 전반 4분 케이힐에게 선제골을 내줬을때는 위치 선정 불안으로 자신의 마크맨을 놓치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베인스가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을 때 어느 누구도 마크하지 않았고, 6명의 선수가 박스 안에서 베인스의 크로스를 바라봤지만 그 이후의 수비 대응도 미숙했습니다. 케이힐의 헤딩슛 타이밍을 허용했기 때문이죠. 근처에 있던 K. 투레의 위치 선정이 안좋았습니다. 19분 베인스에게 실점할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밀너가 베인스의 문전 침투 공간을 여지없이 허용했고, K. 투레가 베인스의 오른발 슈팅을 걷어내지 않고 몸을 움츠렸던것이 실점의 화근 이었습니다.
그런 맨시티는 에버턴에게 전반 4분 실점한 것이 뼈아팠습니다. 올 시즌 부진에 빠진 에버턴과의 홈 경기였기 때문에 느긋하게 준비한 것도 문제였지만, 선제골을 내주면서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죠. 그 이후에는 에버턴의 빠른 역습에 흔들리면서 수비 뒷 공간을 내주는 어려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리그 1위를 노리는 팀 치고는 무기력한 경기 운영 이었습니다. 0-1 이후에는 에버턴의 전방 압박을 받으면서 미드필더진에서 패스 줄기가 끊어지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그런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베인스에게 추가골을 내줬죠. 수비 조직력이 불안했기 때문에 추가 실점을 내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습니다.
그래서 맨시티는 가까스로 수비 안정을 취하면서 공격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오히려 이것이 독으로 작용했습니다. 0-2 열세를 의식하면서 공격의 템포를 조절하지 못했던 마인드 컨트롤이 아쉬웠습니다. 공격을 빠르게 풀어가면서 단번에 에버턴 골문을 공략할지, 아니면 느리게 볼을 주고 받아 에버턴 수비 공간 약점을 파고들지, 이도 저도 아닌 공격 전개를 일관했습니다. 에버턴의 견고한 압박을 받아 패스 줄 곳을 찾지 못하는 약점을 노출했죠. 또한 오른쪽에 있던 실바쪽에 집중되는 연계 플레이를 일관하면서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나타냈습니다. 볼이 없을 때의 공격 움직임 또한 소극적이었죠. 그래서 공격 옵션들의 개인 역량, 사발레타의 오른쪽 오버래핑에 기대는 '서로 따로 노는' 공격 운영을 펼쳤습니다.
2실점 보다 더 큰 문제는 골 결정력 부족 이었습니다. 에버턴전에서 무려 33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유효 슈팅은 5개에 불과했으며, 맨시티 선수들의 몸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유일한 1골은 자기엘카의 자책골 이었죠. 그 중에 실바가 8개, 발로텔리-콜라로프가 6개, Y. 투레가 4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을 엮어내는데 실패했습니다. 맨시티의 간판 골잡이로 이름을 떨쳤던 테베스는 에버턴전에서 시도했던 2개의 슈팅이 모두 유효 슈팅이 되었지만 골과 인연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후반 27분에는 Y. 투레가 박스 오른쪽에서 시도했던 슈팅이 자기엘카의 왼쪽 무릎을 맞고 에버턴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기록상으로는 자기엘카의 자책골로 처리됐죠. 축구는 골을 넣어야 승리하는 스포츠이지만 맨시티 선수들은 에버턴 수비를 완전히 뚫지 못하면서 무리한 슈팅을 남발하거나(실바-콜라로프가 대표적) 골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는 답답한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슈팅 상황에서 너무 골을 의식하면서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했죠. 그런 맨시티는 점유율 69-31(%)의 압도적인 우세를 점했으나 그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맨시티가 후반 시작과 함께 밀너를 빼고 존슨을 교체 투입하여 4-2-3-1로 전환한 것은, 4-4-2 전환이 실패작임을 의미합니다. 후반전에 2선 미드필더를 형성했던 발로텔리-실바-존슨이 수시로 스위칭을 하면서 공간을 넓게 움직였던 것이 맨시티가 공격 분위기를 주도하는 발판이 됐죠. 하지만 전반전의 4-4-2에서는 필드 플레이어들이 공간을 서로 일정하게 배분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3선 공간 사이를 좁히지 못하는 구조적 약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밑으로 내려오거나 윗쪽으로 올라오면서 트라이앵글을 만들어야 하는데, 4-3-3 및 4-2-3-1 전술에 익숙했던 맨시티 선수들에게 4-4-2는 몸에 맞지 않았습니다.
특히 맨시티는 올 시즌 9번의 홈 경기에서 4승에 그쳤습니다.(4승3무2패) 리그 7위 안에 포함된 팀들 중에서 홈 경기 승점이 가장 낮습니다. 오히려 원정 경기에서 5승2무2패를 기록하면서, 홈 경기 보다는 원정 경기 실적이 더욱 좋습니다. 4위 첼시가 홈에서 6승1무1패를 기록한 것을 상기하면 맨시티는 승점 관리를 못하고 있습니다. 홈 경기는 홈팀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맨시티의 에버턴전 패배는 준비 부족 및 선수들의 집중력 결여, 골 결정력 부족이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맨시티는 이기는 방법을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