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기를 항상 그리워했다. 훌륭한 리그이자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리그다. 아마도 언젠가 복귀할 것이며, 그 팀은 항상 말했던 것 처럼 맨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지켜봐야 한다"
데이비드 베컴(35, LA갤럭시)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맨체스터 지역지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를 통해 언젠가 맨유에서 뛰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2003년 여름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로 맨유를 떠난 이후에도 "맨유는 나에게 있어 최고의 팀이다", "맨유 시절이 그립다", "맨유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라고 밝히면서 친정팀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습니다. 그러더니 맨유에서 뛰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습니다. 지난해 여름에 이어 2011년 1월 이적시장을 앞둔 현 시점에서 또 다시 맨유 복귀를 희망했습니다.
베컴은 1991년 연습생 시절부터 2003년까지 12년 동안 맨유에서 활약했던 잉글랜드 최고의 축구 스타입니다. 2003년 여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했고, 2007년 LA 갤럭시(미국)에 둥지를 틀었지만, 맨유에서 뛰었을 때 유년 시절 및 전성기를 보냈기 때문에 더욱 애착을 가졌습니다. 2009년 초, 올해 초에는 AC밀란(이탈리아)에 임대됐지만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에 따르면 앞으로는 그럴 계획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임대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출전을 위한 경기력 유지 차원이었죠. 하지만 AC밀란에서 뜻하지 않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무산됐습니다.
그래서 베컴은 지금까지 내년 초 임대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치면서 LA 갤럭시에 전념하기를 원했습니다. 지난해 초 AC밀란 잔류를 희망하면서 LA 갤럭시 팬들에게 '배신자'라는 야유를 들었던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죠. 내년이면 만 36세이기 때문에 미국 및 유럽 일정을 함께 병행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무리입니다. 그래서 LA 갤럭시와의 계약기간(2012년 까지)을 채우겠다고 밝혔고, 자신의 아이들이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섣부른 유럽 클럽 이적이 무리입니다.
베컴은 내년 1월 임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잉글랜드 축구계 분위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데이비드 모예스 에버턴 감독, 스반 고란 에릭손 레스터 시티(2부리그 소속) 감독이 베컴의 임대를 추진했기 때문이죠. 베컴과 LA 갤럭시거 거절하면서 무산되었지만, 다른 클럽들도 비공식적으로 베컴 임대를 떠올렸을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맨유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베컴이 친정팀에서 뛰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이죠. 에버턴-레스터 시티의 제안을 거절한 것도, 맨유 외에 다른 잉글랜드 클럽 소속으로 몸 담는 것을 원치 않음을 뜻합니다. 2008년 초에는 아스날 팀 훈련에 참가했지만 정식 계약이 아닌 2008시즌 LA 갤럭시 일정을 위한 컨디션 유지 차원 이었습니다.
현 시점에서, 베컴은 맨유 전력에 필요한 선수입니다. 맨유의 측면 자원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현 시점에서는 실력을 믿고 기용할 윙어가 루이스 나니 단 한 명에 불과합니다. 박지성은 27일 선덜랜드전을 끝으로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워야하고,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발목 부상으로 내년 봄에 돌아올 예정이며 실전 감각 회복의 시간까지 필요합니다. 라이언 긱스는 기량 노쇠화에 직면했으며, 오베르탕-베베는 아직 경기력의 숙련도가 떨어집니다. 내년 1월 맨유 복귀 예정이었던 톰 클레버리는 위건 임대 연장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적어도 박지성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측면에 새로운 인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맨유의 내년 1월 베컴 임대는 힘들지 모릅니다. 앞서 언급했듯, 베컴은 맨유 임대-LA 갤럭시 2011시즌 일정을 병행하기에는 체력적인 어려움이 따릅니다. 내년이면 36세이기 때문에 이제는 몸을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2007년 초 맨유에서 10주 동안 임대 선수로 두각을 떨쳤던 헨리크 라르손(은퇴)의 당시 나이는 36세였지만, 베컴은 그동안 두 번의 AC밀란 임대 및 미국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결코 넉넉치 않은 행보를 보냈습니다. 여전히 잉글랜드 대표팀 복귀를 갈망하는(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대표팀 은퇴를 원하고 있지만) 베컴에게는 많은 경기 출전이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됩니다.
그럼에도 베컴은 자신의 선수 생활을 2012년 LA 갤럭시에서 마침표 찍는 것을 원치 않을 것입니다. 맨유 복귀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죠. 만약 베컴의 올드 트래포드 입성이 현실화되면 2012년 이후에 가능하며, 2007년 여름에 레알 마드리드 계약을 종료하고 LA 갤럭시에서 뛰었기 때문에 2012/13시즌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때 즈음이면 베컴의 나이는 37세입니다. 자신의 전성기 시절 포스를 그대로 재현하기에는 무리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맨유 에이스 출신으로서의 아우라는 상대 수비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관건은 퍼거슨 감독의 베컴 영입 여부입니다. 한때 베컴과 불화가 있었고 그 뒤로는 화해를 했었지만, 그때 즈음이면 팀 전력에 필요한 선수인지 돌아봐야 합니다. 30대 중후반에 속한 긱스-스콜스-네빌 같은 베컴 동료 출신 선수들이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베컴이 맨유 전력에 꾸준히 공헌할 수 있는 선수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의 미드필더들은 빠른 경기 템포 특성상 부지런한 공수 전환, 넓은 활동 폭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에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베컴이 그 흐름에 완전히 따라갈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베컴이 맨유에 돌아오는 것 만으로 상징성이 높은 것은 분명합니다. 맨유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대표적인 스타 플레이어로서 여전히 지구촌 축구팬들의 많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올드 트래포드 입성 소식이 엄청난 뉴스거리가 될 것입니다. 어쩌면 체력적인 문제 또는 기량 저하에 직면하여 맨유 복귀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맨유는 매 시즌마다 우승해야 하는 빅 클럽의 숙명을 짊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베컴의 맨유 복귀 가능성이 희망적인 이유는 퍼거슨 감독이 자신의 옛 제자에게 뜻깊은 선물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자신과 대립각을 세웠지만 이제는 화해했기 때문에 맨유에서 은퇴하는 것을 배려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그동안 자신과의 관계가 불편했던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과의 관계가 최근에 좋아졌던 것과 비슷한 흐름이죠. 그 시점이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베컴은 맨유로 돌아오는 꿈을 이루기 위해 LA 갤럭시에서 부단히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