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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박지성 차출 공백, 루니가 정답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박지성을 아시안컵에 보내야 하며 7경기 정도 출전하지 못할 것이다. 매우 실망스럽게 생각한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이 지난 14일 아스날전 종료 후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박지성에 대해 언급했던 부분입니다. 박지성은 오는 27일 선덜랜드전을 치른 뒤 조광래호에 합류하여 내년 1월 아시안컵에 출전할 예정입니다. 프리미어리그 시즌 중에 차출되기 때문에 맨유 입장에서 '박지성 차출 공백'을 걱정해야 합니다. 퍼거슨 감독이 아쉬운 마음을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죠.

맨유는 아스날전에서 박지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 및 프리미어리그 1위에 진입했지만 마냥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박지성이 아시안컵에 차출되기 때문에 왼쪽 윙어 자리가 허전하게 됐습니다. 지난 9월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왼쪽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루이스 나니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자리를 이동했고, 박지성이 왼쪽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진입하면서 발렌시아 부상 공백을 메웠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이 아시안컵에 대략 한달동안 차출되면서 맨유의 전력 약화가 불가피합니다. 프리미어리그 1위 수성을 위해서는 누군가 박지성 공백을 튼튼히 메워야 합니다.

그러나 맨유 측면은 박지성-나니 이외에는 실전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적임자가 없습니다. 긱스는 이미 노쇠화 및 체력 저하에 시달리고 있으며, 내년이면(앞으로 17일 뒤) 38세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만큼 활약을 펼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오베르탕-베베는 여전히 경기력이 능숙하지 못합니다. 유망주이기 때문에 몇몇 경기에서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실력이 나날이 향상되지 않는 것이 맨유에게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그나마 내년 1월 위건에서 임대 복귀 예정이었던 클레버리라면 일말의 희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난 여름 프리시즌때 왼쪽 윙어로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으며 최근 위건의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 잡았죠. 하지만 위건이 최근 맨유에 임대 연장을 제의하면서 언제 원 소속팀에 복귀할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발렌시아가 부상에서 빠르게 회복하면서 1월 복귀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당초 시즌 아웃 위기에 몰렸던 선수였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부상 복귀자의 무리한 출전을 선호하지 않는 지도자임을 상기하면 발렌시아의 1월 복귀는 다소 이릅니다. 또한 실전 감각을 찾는 것도 중요하죠.

그래서 긱스-오베르탕-베베가 로테이션 형태로 박지성 공백을 메우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집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가 평준화되면서 기존 강팀들의 전력이 내림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맨유의 앞날 행보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맨유와 상대하는 팀들 입장에서는 박지성 공백을 약점으로 물고 늘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맨유는 내년 1월 8일에는 라이벌 리버풀과의 FA컵 3라운드 맞대결에 직면했습니다. 지난 시즌 FA컵 3라운드에서 라이벌 리즈 유나이티드(3부리그 소속)에게 0-1로 패했던 만큼, 리버풀전을 소홀히 넘기지 않을 것입니다. '강팀킬러' 박지성의 존재감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현실적으로, 1월 이적시장에서 박지성 대체자를 새롭게 보강하기에는 맨유의 재정적 부담이 가중됩니다. 엄청난 재정 적자(공식적인 적자 규모는 7억 5000만 파운드 -약 1조 3585억원- )를 안고 있기 때문에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할 처지가 아닙니다. 최근 대형 선수 영입이 뜸해진 것도 이 때문이죠. 맨유측은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그보다는 재정 문제 분터 해결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왼쪽 윙어 애슐리 영(애스턴 빌라) 영입설이 전해졌지만 오히려 리버풀이 적극적인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기존 선수들 중에서 누군가 박지성 공백을 메워야 할 상황입니다.

그래서 맨유는 박지성 공백의 대안으로 누군가의 포지션 전환을 염두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안데르손-에르난데스-루니를 떠올릴 수 있는 이유죠. 하지만 안데르손은 최근 중앙 미드필더로서 일취월장한 실력을 과시하며 '미완의 대기'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였습니다. 중원에서 경기력을 키우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칫 왼쪽 윙어 전환이 포지션 혼란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에르난데스는 측면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닙니다. 문전에서의 영리한 위치선정을 바탕으로 골 냄새를 맡는 전형적인 골잡이입니다. 공격 전개가 익숙한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윙어라는 옷이 자신에게 잘 맞지 않습니다. 루니-베르바토프 콤비의 골 생산이 꾸준하지 못한 만큼, 에르난데스는 공격수로 뛰어야 합니다.

반면 루니는 에르난데스와 다릅니다. 2007/08시즌 및 2008/09시즌 중반까지는 맨유의 무한 스위칭 체제를 통해 최전방에서 왼쪽 측면으로 내려가 직접 빌드업을 전개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2008/09시즌 막판에는 4-4-2의 왼쪽 윙어로 전환하여 월등한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 당시 박지성이 대표팀 차출에 따른 컨디션 저하에 시달렸기 때문에 루니가 그 대안으로 나섰죠. 물론 루니는 측면보다는 중앙에서 뛰는 것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맨유는 박지성 공백을 빈틈없이 메워야하기 때문에 루니의 포지션 전환을 또 다시 검토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루니는 공격수로서의 킬러 본능을 잃었습니다. 지난 3월 31일 바이에른 뮌헨전 이후 8개월 반 동안 필드 골이 없기 때문에 맨유의 공격을 이끌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루니가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치는 것은 아닙니다. 맨유의 쉐도우로서 베르바토프를 돕기 위해 이타적인 플레이에 충실하며 팀의 공격력을 지탱했습니다. 그런 베르바토프가 올 시즌 리그 11골로 득점 선두를 질주할 수 있었던 것도 루니의 궂은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루니가 왼쪽 측면과 최전방을 넓게 벌리며 상대 수비를 뒤흔들며 맨유의 연계 플레이를 유도했기 때문에 베르바토프가 골에 전념할 수 있었죠.

그런 루니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입니다. 공격수는 심리적인 부분이 경기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죠. 기나긴 필드 골 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이며, 지난 아스날전에서는 페널티킥까지 실축하면서 경기력 저하에 시달릴 염려가 있습니다.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한다'고 의식하면 자칫 맨유의 공격 밸런스가 깨질 수 있는 만큼, 루니는 골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지난 시즌 타겟맨으로 뛰었던 루니를 올 시즌 쉐도우로 내렸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루니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부상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해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기 때문이죠. 그때의 악몽이 맨유에서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퍼거슨 감독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루니의 왼쪽 윙어 전환이 설득력을 얻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맨유의 공격진 변화입니다. 에르난데스가 최근 선발 출전 빈도가 적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경기를 뛸 수 있는 체력이 충만하며, 오언이 햄스트링 부상을 회복하여 오는 20일 첼시전에 복귀할 예정입니다. 그런 에르난데스는 베르바토프와 투톱으로 뛸 수 있으며 오언은 슈퍼 조커로서의 활용 가치가 있는 공격수입니다. 특히 에르난데스는 충분한 출전 시간을 보장받으면 지속적으로 골을 터뜨릴 능력이 뛰어납니다. 맨유는 에르난데스를 키워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마냥 조커로만 활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 투톱이라면 루니의 측면 이동이 불가피합니다.

물론 퍼거슨 감독이 루니를 왼쪽 윙어로 활용하여 박지성 공백을 메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박지성 빈 자리에 대한 어떠한 대비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루니는 맨유가 박지성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작용합니다. 박지성 부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 중에서 가장 믿음직한 것은 분명합니다. 맨유의 박지성 차출 공백은 루니가 정답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