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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인터 밀란전 이변을 예고했던 성남의 승리

 

'아시아 챔피언' 성남이 세계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의 기쁨을 맛봤습니다. 그것도 4골을 퍼부는 대량 득점 승리를 거두었죠. '유럽 챔피언' 인터 밀란(이탈리아)전 선전을 예고하는 값진 승리였습니다.

성남은 12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연합(UAE) 아부다비 자에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FIFA 클럽 월드컵 6강에서 알 와다(UAE)를 4-1로 제압했습니다. 전반 4분 마우리시오 몰리나가 선제골을 넣었으며 전반 27분에는 페르난두 바이아누에게 동점골을 내줬습니다. 그 이후 전반 30분 사샤 오그네노브스키, 후반 27분 최성국, 후반 35분 조동건이 골을 터뜨리며 성남이 4강에 진출했습니다. 특히 몰리나는 1골 2도움, 조동건은 1골 1도움을 기록하여 알 와다전 승리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로써, 성남은 클럽 월드컵 준결승에 진출하여 오는 16일 오전 2시에 인터 밀란과 결승행을 놓고 4강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습니다. 한국 클럽이 유럽 챔피언과 격돌하는 의미가 있지만, 단순한 친선 경기가 아닌 세계적인 권위력을 상징하는 토너먼트 대회에서 맞붙는 상징성이 큽니다. 성남이 인터 밀란을 제치고 아시아 최초로 클럽 월드컵 결승 진출에 성공할지 기대됩니다. 특히 알 와다전에서는 고비가 찾아왔었지만, 전체적인 경기 흐름에서는 인터 밀란전 이변을 예고하는 긍정적인 내용 이었습니다.

성남의 우세로 끝났던 전반전 2-1 리드

성남은 알 와다전에서 4-3-3을 구사했습니다. 정성룡이 골키퍼, 홍철-조병국-사샤-고재성이 포백, 전광진-김성환이 수비형 미드필더, 최성국이 공격형 미드필더, 몰리나-조동건이 좌우 윙 포워드, 라돈치치가 중앙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지난달 13일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조 바한전)에 결장했던 라돈치치-최성국-전광진-홍철이 선발 출전하면서 가용할 수 있는 최상의 스쿼드로 경기에 임하게 됐습니다. 다만, 김철호의 상무 입대 공백을 전광진-김성환이 얼마만큼 메워줄지 관건 이었습니다.

그런 성남은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는 기분 좋은 출발을 했습니다. 전반 4분 몰리나가 아크 정면에서 알 와다 수비수 함단이 잘못 것어낸 볼을 받아 왼발 발리슛을 날리며 성남의 1-0 리드를 이끌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측면 공격을 중심으로 70-30(%)의 점유율 우세를 점하면서 '맹공'을 퍼부었던 것이 상대 수비의 실수를 유도하며 행운의 선제골을 기록했습니다. 성남이 경기 초반에 승부수를 띄웠던 이유는 알 와다가 공격 지향적인 팀이기 때문입니다. 빠른 순발력을 기반으로 출중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전방 옵션들이 즐비한 만큼, 성남이 그것을 역이용하여 경기 초반부터 몰아붙이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성남은 선제골 이후에 미드필더진에서 주도권을 점하여 알 와다 수비를 공략했습니다. 라돈치치를 전방에 고정시키고, 몰리나-최성국-조동건이 스위칭하거나 서로의 간격을 좁히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전진패스 및 오픈 패스가 활발했습니다. 경기 흐름에 따라 몰리나-조동건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거나, 라돈치치에게 종패스를 밀어주거나, 서로 볼을 돌리는 지공 형태의 공격을 골고루 섞으며 상대 수비를 마음껏 유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빠른 볼 터치가 더해지면서 상대 수비가 순발력이 약한 취약점을 파악했습니다. 그래서 상대 수비 사이로 빠지는 패스를 적극적으로 연결했고, 라돈치치가 후방에서 올라오는 볼을 부지런히 받아내면서 서로 약속된 패턴 플레이를 펼쳤죠.

하지만 성남은 전반 20분을 넘기면서 경기 집중력이 떨어졌습니다. 적극적인 패스 플레이를 펼쳤음에도 25분까지 슈팅 3개에 그칠 정도로 상대 진영을 흔들어놓는 강렬한 임펙트가 부족했습니다. 박스 안에서 활발히 슈팅하면서 골을 노렸다면 알 와다의 경기력 위축을 키웠을텐데, 경기를 다채롭게 풀어가는 쪽에 너무 무게감을 두면서 추가골 의지가 약해졌습니다. 그래서 알 와다의 추격을 느슨하게 대응한 끝에, 전반 27분 바이아누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습니다. 엘사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렸던 크로스를 문전 정면에서 헤딩으로 떨구면서 골로 연결됐죠. 성남 선수들이 유리한 경기 흐름에 도취되었기 때문에 엘사의 크로스가 골로 이어질 것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이어진 전반 30분에는 사샤가 몰리나의 왼발 코너킥을 헤딩골로 연결하며 성남이 2-1로 앞섰습니다. 한 번의 세트 피스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성남의 응집력이 빛났던 장면 입니다. 사샤는 '골 넣는 수비수'로서 몰리나의 코너킥 낙하지점을 비집고 195cm의 장신을 앞세운 헤딩을 날리며 골을 엮어냈습니다. 성남은 동점골 허용 이후 알 와다에게 끌려다닐 수 있었던 경기 분위기를 뒤집으며 다시 경기 흐름을 장악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수비 라인을 밑으로 내리고 미드필더진의 압박을 강화하며 수비에 무게감을 두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알와다에게 또 다시 동점골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느슨한 플레이를 버리고 수비진의 탄탄함을 키우는데 주력했죠. 하지만 전광진이 전반 44분 왼팔 부상으로 교체되는 뜻밖의 상황을 맞이하며 전반전을 마쳤습니다.

후반전에 값졌던 조동건 1골 1도움, 성남 4-1 대승 원동력

성남은 후반 초반에도 압박을 강화하는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공격에 치중하면 후반 중반부터 체력 저하에 시달리거나, 인터 밀란전을 염두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앞쪽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후반 3분에는 조재철이 알 와다 진영에서 상대 공격을 끊는 전방 압박을 취했죠. 알 와다 공격을 차단하면 선수들끼리 볼을 돌리며 체력을 비축했습니다. 상대 수비가 빈 공간을 허용할 때는 종패스 및 전방 돌파에 의한 역습을 펼치며 세번째 골 기회를 노렸죠. 8분에는 라돈치치가 박스 오른쪽에서 직접 역습을 주도하며 상대 골키퍼와 1대1로 맞섰지만, 슈팅이 골키퍼에게 걸리면서 골망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후반 15분에는 사샤가 핸드볼 파울로 경고를 받았습니다. 4강 인터 밀란전을 비롯한 향후 경기 일정을 감안하면 성남 수비의 대들보라 할 수 있는 사샤의 경고가 아쉬웠습니다. 그 이전이었던 10분 조재철의 경고까지 포함하면 성남의 카드 관리가 옥에 티 였습니다. 그리고 박스 안에서 알 와다에게 여러차례 슈팅을 허용하는 불안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역습 형태의 공격을 취하면서 알 와다에게 주도권을 내줬지만, 후방 옵션들이 거칠게 대응했던 것이 두 번의 경고로 이어지면서 압박이 느슨해졌죠. 특히 미드필더진과 수비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알 와다의 역습 발판을 허용했습니다. 전광진의 부상 교체가 아쉬웠던 대목입니다.

그래서 신태용 감독은 후반 23분 라돈치치 대신에 송호영을 교체 투입하여 느슨해진 경기 흐름을 만회 했습니다. 조동건이 최전방 공격수로 올라가고 송호영이 오른쪽 윙 포워드를 맡는 포지션 변동이 있었습니다. 그 교체는 성남의 공격 분위기가 무르익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성남 선수들이 송호영 투입 의중을 읽으며 반격을 노렸던 것이 세번째 골의 발판이 됐습니다. 27분 송호영의 왼쪽 코너킥을 조동건이 아크 정면에서 상대 수비수 세 명과 둘러쌓인 상황에서 오른쪽 패스를 연결했고, 최성국이 오른발 인스텝킥으로 상대 골망을 가르며 성남이 3-1로 앞섰습니다. 송호영을 교체 투입하여 선수들의 분발을 유도한 신태용 감독의 전략이 적중했습니다.

신태용 감독이 라돈치치를 교체한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인터 밀란전을 위해서 라돈치치의 체력을 안배한 것, 둘째는 송호영 투입으로 공격력 변화를 노린 것, 그리고 세번째는 라돈치치의 경기력 저하를 질책하는 의도였습니다. 라돈치치가 전반 중반까지는 2선과 활발히 연계 플레이를 펼치며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그 이후에는 상대 수비를 흔들지 못하면서 팀의 공격력이 무뎌지는 단점이 노출됐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의 경기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수비까지 불안했기 때문에 자극제가 필요했습니다. 결국, 그 선택은 옳았습니다. 성남이 라돈치치를 빼면서 연이어 추가골을 넣는 원동력을 마련했죠.

라돈치치의 교체 공백은 조동건이 톡톡히 메웠습니다. 후반 27분 최성국의 골을 어시스트했다면 35분에는 직접 골을 터뜨렸습니다. 몰리나의 오른쪽 측면 프리킥 상황에서 골문으로 달려들 때 머리로 볼의 방향을 골문쪽으로 틀어놓는 헤딩슛으로 성남의 네번째 골을 작렬했습니다. 조동건은 본래 최전방 공격수였기 때문에 라돈치치 몫을 대신 담당할 수 있습니다. 선수 본인도 성남이 승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량에 의한 골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최전방에서 임펙트 넘치는 경기를 펼쳤죠. 결국, 성남은 조동건의 1골 1도움에 힘입어 알 와다를 4-1로 제압했습니다.

성남의 알 와다전 승리가 값진 이유는 골이 필요한 시점에서 어김없이 넣었기 때문입니다. 선수 기량 및 팀의 단결력, 감독의 지략 등에서 성남이 우세를 점했지만, 알 와다가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한 특징이 성남에게 부담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 와다가 경기를 지배할 수 있었던 분위기를 이겨내고 골에 대한 응집력을 키운 끝에 4골을 작렬했습니다. 이러한 경기 흐름이라면 인터 밀란 선수들에게 주득들지 않고 착실하게 경기를 풀어가면서 반격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경기력 저하로 비틀거리는 인터 밀란이라면 성남의 이변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