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날이 파르티잔을 제압하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했습니다. 파르티잔전에서는 4-4-2로 변신했지만 전체적인 경기 내용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상대 밀집 수비에 취약한 약점을 노출했고, 몇몇 선수 끼리의 공격이 잘 풀리지 못했고, 후반 초반에 동점골을 허용하더니 경기 막판에는 한 명의 선수가 퇴장을 당했습니다.
아스날은 9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H조 6차전 파르티잔전에서 3-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30분 로빈 판 페르시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7분 클레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습니다. 거듭된 공격 끝에 후반 28분 시오 월컷, 후반 32분 사미르 나스리의 골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샤흐타르에 이어 H조 2위(4승2패)로 16강 고지를 밟았습니다. 하지만 후반 40분 바카리 사냐가 알렉산드로 라제브스키에게 불필요한 파울로 퇴장당하면서 아스날의 16강 전망을 낙관할 수 없게 됐습니다.
판 페르시 PK골, 하지만 아스날 공격은 문제 있었다
아스날은 파르티잔전에서 4-4-2를 구사했습니다. 파비안스키가 골키퍼, 깁스-코시엘니-스킬라치-사냐가 수비수, 아르샤빈-데니우손-송 빌롱-나스리가 미드필더, 샤막-판 페르시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파르티잔전에서는 지난 시즌부터 줄곧 활용했던 4-3-3을 버리고 원래의 포메이션이었던 4-4-2로 변신했습니다. 샤막-판 페르시 투톱의 공존이 그 핵심 이었습니다. 파르티잔이 H조 5차전까지 5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약팀이기 때문에 전형 변화를 시도하는데 리스크가 크지 않았습니다. 오는 14일 프리미어리그 1위를 놓고 라이벌 맨유와 격돌하기 때문에 전술 변화를 모색하게 됐습니다.
경기 초반에는 승부의 흐름을 결정지을 임펙트가 없었습니다. 선수들끼리 볼을 주고받는데 집중하면서 파르티잔의 허점을 찾는 탐색전에 집중했죠. 전반 15분까지 패스 132-74(개), 점유율 66-34(%)의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면서 지공 형태의 경기를 펼쳤죠. 그래서 볼 배급의 템포가 느렸지만 선수들이 4-4-2 체제에서 새롭게 발을 맞춰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급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나스리가 2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연계 플레이를 노렸고, 송-데니우손의 경기 완급 조절 빈도가 높아졌고, 깁스-사냐가 롱볼을 날리는 평소와 다른 형태의 공격이 전개됐습니다.
하지만 아스날은 파르티잔의 두꺼운 수비 조직력에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샤막-판 페르시 투톱이 파르티잔 수비수들에게 발이 묶이면서 많은 볼 터치를 기록하지 못했고 연계 플레이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이 볼을 주고 받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오히려 파르티잔이 수비 전열을 가다듬는 역효과로 이어지면서 패스 줄기가 상대 박스쪽으로 연결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4-2-3-1을 구사했던 파르티잔이 원톱 클레오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를 수비쪽으로 내리는 '9백' 밀집 수비를 펼쳤던 만큼, 상대팀의 철저한 수비 축구에 약한 면모를 보이는 아스날의 고질적 문제점이 되풀이되는 듯 했습니다.
그런 아스날에게 전반 29분 행운의 상황이 찾아왔습니다. 판 페르시가 박스 중앙에서 송 빌롱의 오른쪽 패스를 받아 터닝 트래핑을 시도할 때 요바노비치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었죠. 그래서 판 페르시는 30분에 왼발 페널티킥 골로 선제골을 넣었는데, 그 골이 값진 이유는 파르티잔전 공격력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파르티잔은 아스날에게 지지않기 위해 밀집수비를 펼쳤던 만큼 폭발적인 공격력을 과시할 힘이 부족했습니다. 아스날 수비수들이 박스 쪽으로 내려가지 않고 위치를 잡을 정도로 미드필더들이 허리 싸움에서 우세를 점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1-0으로 앞서가면서 경기를 리드할 수 있는 여유를 부리게 됐습니다.
그러나 아스날은 전반전에 두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첫째는 데니우손-송 빌롱 조합의 실패작 입니다. 두 선수는 전반전에 각각 84%(41/49개), 89%(34/38개)의 높은 패스 정확도를 기록했고, 특히 데니우손은 공격수와 미드필더 중에서 가장 높은 패스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패스 정확도만 높았을 뿐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리턴-오픈-킬 패스 같은 볼 배급이 소극적 이었습니다. 단순한 짧은 패스 시도가 많았기 때문에 공격 템포가 느려질 수 밖에 없었고 파르티잔의 밀집수비가 탄력을 얻는 역효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판 페르시가 2선으로 내려오면서 공격 전개를 노렸지만 오히려 샤막이 최전방에 고립되면서 아스날의 투톱 밸런스가 깨졌습니다.
두번째는 아르샤빈의 고립 이었습니다. 아르샤빈은 그동안 4-3-3의 왼쪽 윙 포워드로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4-4-2의 왼쪽 윙어 역할은 어색 했습니다. 상대 박스 부근에서 침투하는 활동 패턴에 익숙했으나 파르티잔전에서는 하프라인까지 폭 넓게 움직이면서 빌드업을 전개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역할 변화에 어려움을 겪었죠. 그래서 전반전에 30개 패스 중에서 12개의 미스를 범할 정도로 공격력이 매끄럽지 못했고 상대 수비벽을 뚫지 못하면서 전반전에 부진했습니다. 4-4-2에서는 투톱 공격수로 뛸 때 자신의 공격력이 최대화되는 성향이었기 때문에 윙어 전환이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월컷 조커 투입 성공, 하지만 샤막-판 페르시 공존은 실패...아스날 3-1 승리
아스날은 후반 초반에 파르티잔에게 예상치 못한 실점을 허용하면서 1-1 동점을 맞이했습니다. 후반 7분 파르티잔의 클레오가 아크 중앙에서 일리치-모레이라로 거치는 패스 줄기를 받아 오른발 다이렉트슛으로 동점골을 기록했죠. 사냐-송 빌롱이 일리치-모레이라의 전방 패스를 허용하는 느슨한 수비가 문제였습니다. 아스날 선수들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미드필더진을 앞쪽으로 올리면서 공세를 펼쳤지만 오히려 수비진이 방심하면서 골을 내줬습니다. 파르티잔이 경기 내내 밀집 수비를 펼쳤기 때문에 아스날 입장에서 상대팀의 골을 예상 못했겠지만, 상대팀의 역습에 약한 면모를 이번 경기에서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아스날은 1-1 이후 맥 빠진 공격력을 일관하며 파르티잔의 수비벽을 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포백을 전진배치하고 아르샤빈-나스리를 박스쪽으로 올리면서 지공을 펼쳤지만 중앙에서 공격이 풀리지 않은 바람에 나스리의 기교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패턴을 나타냈습니다. 아르샤빈의 고립, 데니우손-송 빌롱의 공격 부조화가 여전했기 때문에 나스리쪽에 공격이 쏠렸던 겁니다. 하지만 나스리는 상대의 밀착 견제를 받으면서 공격 활로를 찾지 못하거나 패스 미스를 남발하는 불안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샤막-판 페르시 투톱은 여전히 최전방에서 이렇다할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죠. 그래서 아스날은 후반 21분 아르샤빈을 빼고 월컷을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월컷의 교체 투입은 성공했습니다. 왼쪽으로 이동한 나스리 대신에 오른쪽 윙어를 맡아 중앙까지 폭 넓게 뛰어다니는 예측 불허의 움직임을 펼치면서 파르티잔 수비수들을 흔들었죠. 결국, 아스날은 후반 28분 월컷의 결승골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사냐의 오른쪽 크로스를 요바노비치가 박스 정면에서 헤딩으로 슬라이딩하여 걷어낸 것을 근처에 있던 월컷이 오른발 로빙슈팅으로 골을 터뜨렸습니다. 4분 뒤에는 나스리가 추가골을 기록했습니다. 송 빌롱이 아크 중앙에서 벤트너와 2대1 패스를 시도하면서 자신의 앞쪽에 있던 나스리에게 전진패스를 열어준 뒤, 나스리가 오른발 다이렉트골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죠. 후반 40분에는 사냐가 불필요한 태클로 퇴장당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3-1 리드를 지킨 끝에 파르티잔전에서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4-4-2 전환의 핵심이었던 샤막-판 페르시 투톱 공존은 실패작으로 끝났습니다. 아스날은 4-3-3의 중앙 공격수로 뛸 수 있는 샤막-판 페르시를 공존시키기 위해 4-4-2로 전환하여 전술 다양화를 노렸습니다. 그런데 두 선수는 '상극' 관계라는 느낌이 짙었습니다. 서로의 동선이 겹쳤죠. 한 선수가 2선으로 내려가 연계 플레이를 노리면 다른 한 선수는 문전을 지켰고, 어떤 상황에서는 그 역할을 바꾸면서 상대 수비를 흔들었지만 서로 어중간한 움직임을 취했습니다. 그래서 문전 중앙쪽에 쏠리는 활동 반경을 나타내면서 상대 밀집 수비에 발이 묶였죠. 물론 판 페르시가 데니우손-송 빌롱의 볼 배급 문제 때문에 2선으로 내려간 시간이 많았지만 샤막과의 콤비 플레이가 살아나지 못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특히 샤막은 타겟맨과 쉐도우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판 페르시가 쉐도우 역할을 수행하고 샤막이 철저히 타겟맨 역할을 맡아 박스 안에서 볼을 받아내는 플레이에 집중했다면(아데바요르의 아스날 시절처럼) 공격이 잘 풀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샤막은 공간을 넓게 움직이는 성향이었기 때문에 2선과 협력하기를 원했고 오히려 그 특징이 판 페르시와의 분업화 실패로 이어졌습니다. 맨유전을 앞둔 아스날이 꼭 짚고 가야 할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