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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시즌 10골 달성 가능한 이유

 

"어떤 시즌이라도 10골 넣으면 행복할 것이다. 가능한 힘을 다해 시즌 10골을 목표로 할 것이다"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는 지난 19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 시즌 10골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인터뷰 이전까지 4골을 기록했고 이미 시즌의 3분의 1을 소화했기 때문에 더 많은 골을 넣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2008/09시즌, 2009/10시즌에도 언론을 통해 "10골을 넣겠다"는 목표를 밝혔기 때문에 올 시즌 만큼은 그 의지가 확고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블랙번전에서는 그 꿈이 현실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했습니다.

박지성이 블랙번전에서 시즌 5호골을 넣으며 맨유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28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블랙번과의 홈 경기에서 전반 23분 맨유의 두 번째 골을 작렬했습니다. 블랙번 왼쪽 진영에서 안데르손의 패스를 받은 즉시에 전방으로 쇄도하여 웨인 루니에게 침투 패스를 연결했고, 박스 왼쪽에서 루니에게 볼을 받아 2대1 패스가 완성되면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었습니다. 맨유는 박지성의 골을 비롯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5골, 루이스 나니의 1골을 포함해 7-1 대승을 거두고 프리미어리그 1위에 진입했습니다. 아울러, 박지성의 골은 맨유의 7-1 승리 과정에서 결승골이 됐습니다.

그런 박지성은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Took goal well(골을 잘 넣었다)"는 극찬과 더불어 평점 8점을 기록했습니다. 5골을 넣은 베르바토프는 10점 만점, 나니는 9점, 박지성을 비롯 하파엘-에브라-루니가 8점을 받았습니다. 후반 27분 교체되기까지 왼쪽 측면을 힘껏 두드리며 '레알 마드리드 스타 플레이어 출신' 미첼 살가도를 농락한 박지성의 종횡무진 활약이 뿌듯합니다.

박지성의 자신감+루니의 부활=시즌 10골 충분하다

박지성의 블랙번전 골이 값진 이유는 '골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스스로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팀을 위해 희생하면서 이타적인 플레이에 주력했으나 골을 넣는 강렬한 임펙트가 균형있게 부각되지 못하면서 골 부족이 아쉬웠죠. 맨유가 골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결장하거나 선발에서 제외된 경우가 잦았던 주 원인 입니다. 그런데 올 시즌 3분의 1이 지나간 시점에 벌써 5골을 넣었습니다. 맨유 이적 이후 자신의 시즌 최다 골이었던 5골(2006/07시즌)과 똑같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골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즌 10골 달성이 충분합니다. 미드필더가 한 시즌에 10골을 넣는 것이 쉽지 않음을 감안하면, 박지성은 골이 부족하다는 쓴소리를 듣지 않아도 됩니다.

분명한 것은, 박지성의 올 시즌 행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지난 9월 22일 스컨소프 유나이티드, 10월 26일 울버햄턴 같은 칼링컵 에서 1골씩 터뜨리며 상대 골망을 가를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시즌 초반 경기력 부진에 시달렸기 때문에 칼링컵 골이 슬럼프 탈출의 큰 힘이 됐습니다. 그러더니 지난 6일 울버햄턴전에서 2골을 넣으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고 이제는 블랙번을 시즌 5호골 제물로 삼았습니다. 두 경기 모두 프리미어리그에서 기록한 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블랙번전 골을 통해 지금까지의 골 기세가 일시적이지 않음을, 공격력이 부쩍 향상되었음을 실력으로 과시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골 패턴을 꾸준히 유지하면 더 많은 골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박지성이 지나치게 골 욕심을 부린것은 아닙니다. 철저한 팀 플레이를 기반으로 이타적인 공격을 펼치는 패턴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시즌 초반 부진을 이겨내고 맨유의 리그 선두 도약을 이끄는 주역으로 거듭난 원동력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습니다. 퍼거슨 감독에게 "축구를 즐기라"는 조언을 받아 골 부족 및 경기력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조급함에 쫓기지 않고 마음속 내면을 안정시켰던 것이 경기력 향상과 직결 됐습니다.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면서 시야를 넓혔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빠르게 판단하고 대응하며 임기응변적인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이러한 자신감을 통해 스스로 골을 넣을 수 있는 과감함을 키웠습니다. 즉, 박지성의 오름세는 '멘탈(정신력)'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박지성의 시즌 5호골 원동력은 어떤 측면에서 접근하면 골 결정력 향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드필더에게 있어 골 결정력은 기술과 더불어 정신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합니다. 미드필더는 공격수 밑에서 경기를 펼치면서 패스 플레이에 주력하고 수비 가담까지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골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이타적인 선수들이 대표적이죠. 그래서 미드필더는 "자신만의 공격력을 어필하겠다"는 마음으로 공격 과정에 덤벼들어야 합니다. 드리블 돌파, 문전 쇄도, 스위칭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반드시 공격 기회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야 합니다. 자신감 없는 플레이는 그라운드에서 절대 버틸 수 없습니다. 박지성은 굳센 의지와 포기하지 않는 끈기, 강철같은 체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시즌 10골 달성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블랙번전에서는 박지성의 시즌 10호골 달성을 도와주기 위한 반가운 존재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루니입니다. 전반전에 루니와 세 번의 2대1 패스를 시도하며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데 주력했고 그 상황에서 전반 23분에 시즌 5호골을 기록했습니다. 전반 31분 2대1 패스 상황에서는 블랙번 오른쪽 풀백 살가도의 경고 카드를 유도하는 영민한 플레이를 펼쳤죠. 그 이외에도 왼쪽 측면과 중앙을 활발히 오가면서 루니와의 정확한 패스워크를 통해 맨유의 공격 분위기를 이끌었습니다. 이러한 루니와의 철벽 호흡이 있었기에 살가도를 적극 공략하여 상대 수비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맨유의 7-1 대승 발판을 마련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루니가 블랙번전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시도했던 선수입니다. 108개의 패스를 날려 도움을 비롯한 87개 패스를 동료 선수에게 정확하게 연결했습니다.(2위는 안데르손, 99개 시도 95개 성공...박지성은 51개 시도 43개 성공) 맨유가 블랙번을 상대로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한 경기에서 100개 이상의 패스를 시도한 케이스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1분에 약 1.1개의 패스를 날린 셈이죠. 블랙번전에서 얼마만큼 이타적으로 뛰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올 시즌 타겟맨에서 쉐도우로 내려가면서 이타적인 플레이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박지성이 루니의 패스에 힘입어 골을 노릴 수 있는 명분이 주어졌고 이미 블랙번전에서 성공했습니다.

특히 박지성과 루니의 호흡은 오래전부터 척척 잘 맞았습니다. 박지성이 찔러준 패스가 루니의 골로 이어지거나, 패스가 물 흐르듯 연결된 장면들이 부지기수 였습니다. 지난 시즌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며 '센트럴 팍'이라는 극찬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원톱이 루니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박지성은 '수비형 윙어'의 전형적인 패턴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측면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루니와 패스를 주고 받아 그 과정에서 골 기회를 노리는 장면들이 점점 늘어날지 모릅니다.

앞으로 맨유와 상대하는 팀들은 박지성 견제에 곤두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박지성이 팀 플레이 뿐만 아니라 팀의 골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상대팀이 가만둘리 없습니다. 하지만 루니가 부활 모드에 탄력을 얻었고 베르바토프-나니까지 각성하면서 상대 수비가 딜레마에 빠지게 됐습니다. 반드시 봉쇄해야 할 맨유의 공격 옵션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박지성 입장에서는 '루니가 있음에' 상대 압박에 대한 부담감을 덜으며 공격에 전념할 수 있는 이점이 작용합니다. 루니는 스스로 슈팅을 아낄 정도로 이타적인 플레이에 주력하며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에 박지성-베르바토프-나니의 공격력이 탄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또한 박지성이 골을 노리는 강렬한 임펙트가 향상되었다면 루니는 골보다는 철저한 팀 플레이를 기반으로 경기를 풀어갑니다. 지난 시즌까지의 컨셉과 비교하면 올 시즌 팀 내에서의 패턴이 서로 상반됩니다. 블랙번전 처럼 '루니 도움-박지성 골'이라는 공식을 앞으로의 경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유죠. 시즌 10골을 달성하겠다는 박지성에게 있어 루니의 부활은 천군만마와 같습니다. 그런 박지성의 시즌 10골은 적어도 올 시즌이라면 달성할 수 있는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