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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1-0 승리, 그래도 씁쓸한 이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승점 3점을 따냈지만 경기 내용은 실망스러웠습니다. 1-0으로 이겼지만 경기 종료 직전에 상대 수비 실수로 페널티킥 골을 넣었다는 점에서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맨유의 전술적인 문제점들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 되면서 답답한 경기 운영을 일관했죠.

맨유는 25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이브록스 경기장에서 벌어진 2010/1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C조 본선 5차전 레인저스 원정에서 1-0으로 승리했습니다. 후반 41분 웨인 루니가 페널티킥 결승골을 넣으며 맨유의 승리를 견인했죠. 루니는 지난 8월 28일 웨스트햄전 페널티킥 골 이후 3개월만에 골맛을 보았으며 맨유는 4승1무로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 확정됐습니다. 한편,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여전히 골 침묵을 일관하며 최근 10경기 연속 무득점 부진에 빠졌고 박지성은 레인저스전에서 결장했습니다.

맨유의 승리, 개운치 못한 공격력

맨유는 레인저스전에서 4-4-2를 구사했습니다. 판 데르 사르가 골키퍼, 파비우-스몰링-에반스-오셰이가 수비수, 긱스-스콜스-캐릭-나니가 미드필더, 루니-베르바토프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레인저스 원정에서는 박지성-비디치-퍼디난드-플래쳐-하파엘 같은 주요 멤버들이 18인 엔트리에 빠지면서 체력을 안배했습니다.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이 맨유 승리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지, 부상에서 복귀한 긱스가 측면 공격의 물꼬를 틀지, 최근 부진에 빠진 베르바토프-나니가 원래의 폼을 되찾을지 여부가 레인저스전의 관건 이었습니다.

하지만 맨유의 전반전 공격력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슈팅 5-2(개, 유효 슈팅 1-1), 점유율 52-48(%), 패스 시도 353-269(개, 패스 성공 281-194)로 앞섰지만, 문제는 공격 시도에 비해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스콜스-캐릭이 중원을 장악하면서 맨유가 우세하게 경기를 풀었지만, 좌우 측면 공격이 활발하지 못하면서 중앙 공격에 치우치는 단점이 나타났습니다. 스콜스-캐릭 조합에서 루니-베르바토프 콤비로 넘어가는 볼 배급이 즐비했지만 일찌감치 상대 수비에게 읽히면서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더욱이 레인저스가 5-4-1의 수비 위주 포메이션을 펼쳤기 때문에 맨유의 공격이 처음부터 순탄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긱스-나니로 짜인 좌우 윙어들의 폼이 좋지 못했습니다. 두 선수는 전반전 패스 정확도에서 각각 65%(31개 시도, 20개 성공) 54%(26개 시도, 14개 성공)에 그쳤습니다. 그래서 루니-베르바토프를 지원사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스콜스-캐릭의 공격 부담을 키우는 전술적 단점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긱스-나니는 측면에서의 번뜩이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못했습니다. 상대 밀집 수비에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무기력함을 일관했죠. 나니 같은 경우에는 이전 경기에 비해 몸 놀림이 가벼워진 인상이지만 긱스는 부상 복귀 이후 몸이 무거워졌습니다. 하지만 나니의 드리블 돌파는 상대에게 철저히 막혔습니다.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의 경기력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루니가 쉐도우로 내려오고 베르바토프가 타겟맨으로 올라오면서 시즌 초반 역할을 그대로 부여받았지만, 상대 수비를 따돌리면서 연계 플레이를 펼치는 파괴적인 공격력이 연출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베르바토프의 최전방 고립이 아쉬웠습니다. 루니가 2선에서 공을 잡으면 전방쪽으로 패스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베르바토프가 상대 수비에 막혀있다보니 루니의 패스가 미드필더진에게 향하기 일쑤였죠. 전술상으로는 베르바토프가 루니와 간격을 좁히면서 볼을 받을 위치를 찾아야 하는데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상대 압박에 취약한 베르바토프의 약점이 두드러진 것이죠.

그렇다고 레인저스가 경기 내내 수비 축구를 했던 것은 아닙니다. 수비시에는 5-4-1이 되지만 공격시에는 3-5-2로 변형하면서 종방향의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레인저스 입장에서는 맨유를 꺾어야 16강 진출의 희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승리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맨유의 공격을 차단하면 그 즉시 역습을 펼치거나 미드필더진에서 공을 돌리면서 점유율을 회복했죠. 루니-베르바토프를 비롯한 맨유 공격 옵션들을 집중 마크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맨유 수비진을 뚫기에는 수적 열세 때문에 이렇다할 골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전반전은 0-0으로 종료되었고 두 팀 모두 아쉬움이 남긴 경기를 펼쳤습니다.

맨유의 후반 초반 공격은 전반전보다 내용이 좋았습니다. 후반 8분 긱스가 아크 왼쪽에서 후방의 롱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논스톱 패스를 날렸고, 1분 뒤에는 루니와 베르바토프가 상대 수비진 앞에서 2대1 패스를 시도한 뒤에 캐릭이 오른발 강슛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습니다. 11분에는 루니가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를 달고 돌파를 시도했던 장면이 코너킥 유도로 이어졌죠. 이러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연출했다면 상대 수비의 견제를 뚫고 골을 기록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맨유는 레인저스가 다시 점유율을 회복하면서 공격의 지속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나타났습니다. 레인저스 5백을 분산시킬 수 있도록 속공-2대1 패스-침투 패스-드리블 돌파를 번갈아가면서 상대 수비를 위협했어야 하는데, 후반 11분 이후 공격 템포를 늦추고 지공 작전을 펼친것이 아쉬웠습니다. 한 번 공격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골을 노리는 것이 강팀의 기본적인 특성임을 상기하면 맨유의 파괴력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후반 22분 스콜스를 교체 시킨 것도 이러한 맥락이죠. 스콜스의 경기 템포 조절이 후반 중반에 이르러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퍼거슨 감독에 의해 벤치로 내려갔죠.

다만, 긱스의 폼이 회복된 것은 맨유에게 희망적 이었습니다. 전반전에는 부진했지만 후반들어 왼쪽 측면과 중앙을 번갈아가면서 빠른 볼 터치에 의한 침투패스를 통해 맨유 공격의 분위기를 키우는데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패스를 받는 동료 선수들의 연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하면서 골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이 여전히 레인저스 5백을 공략하지 못하면서 긱스의 패스가 빛이 바랬죠. 그리고 나니는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에 발이 묶이면서 속공 전술을 펼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미드필더진에서 횡패스와 짧은 패스를 주고 받는 패턴만 활발했죠.

후반 30분에는 베르바토프-나니를 빼고 에르난데스-오베르탕을 교체 투입 했습니다. 베르바토프-나니는 레인저스전을 비롯해서 최근 폼이 매우 좋지 않기 때문에 풀타임까지 믿고 가기에는 무리였습니다. 특히 베르바토프는 최근 10경기 연속 무득점이 확정되면서 슬럼프가 두드러졌고 루니와의 공존 또한 실패작 이었습니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동료 선수들에게 짜증을 부리면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최근에는 박지성-에브라에게 화를 내거나 인상을 쓰면서 국내 축구팬들에게 논란 대상이 되었는데, 레인저스전에서는 두 선수가 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짜증을 냅니다. 팀 플레이에 해를 끼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결국, 맨유는 후반 41분 루니의 페널티킥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파비우가 레인저스 문전에서 나이스미스의 오른발에 의해 머리를 맞으면서 페널티킥을 얻었고 루니가 골을 넣었죠. 하지만 슈팅 21-7(개, 유효 슈팅 8-3), 점유율 55-45(%), 패스 시도 692-464(개, 패스 성공 565-328)의 우세 속에서도 필드 골이 없었다는 점이 이날 경기의 문제점 이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전술적으로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났고 공격 옵션들의 몸놀림이 무겁다보니 레인저스의 5백을 공략하는데 실패했죠. 파비우가 페널티킥을 유도하지 못했다면 맨유는 0-0으로 비겼을지 모릅니다. 맨유는 승리에 성공했지만 그 뒷맛은 개운치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