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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의 AG 맹활약이 반가운 이유

 

'박 선생' 박주영(25, AS 모나코)이 한국 축구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절대적입니다. 아울러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모든 축구 선수 중에서 가장 독보적이며 그와 동등하거나 더 높은 레벨을 자랑하는 선수는 없습니다. 언뜻보면 과장인 것 처럼 보이지만,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박주영이라는 이름에 시선이 쏠리기 쉽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8강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뒤 "박주영은 우리 팀에서 수준이 높은 선수다. 어린 선수들을 경험으로 잘 이끌고 있다"고 칭찬 했습니다. 박주영이 지금까지 와일드카드로서 제 몫을 다하며 후배 선수들과 힘을 합쳐 팀에 융합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즈베키스탄전까지 3경기 연속 골 및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3골 2도움)를 기록한 스탯 또한 눈에 띕니다. 가장 반가운 것은 박주영의 '미친 존재감'이 팀을 일깨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박주영 개인에게도 아시안게임 맹활약이 남다릅니다.

역시 공격수는 골로 말하는 법이다

홍명보호가 박주영의 존재감에 웃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기존 스쿼드에서 마땅한 골잡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박희성은 지난해 U-20 월드컵에서 중앙 공격수로 뛰었으나 득점력이 떨어졌던 아쉬움을 남겼고 지난 북한전에서는 경기 운영 및 시야, 볼을 받을 때의 움직임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최근 K리그 신생팀 광주FC에 입단한 김동섭은 지난 4년 동안 일본 J리그(시미즈) J2리그(도쿠시마)에서 꾸준한 경기 출전에 어려움을 겪은 끝에 기량이 늘지 못했고 올 시즌은 전 경기 결장했습니다. 그래서 아시안게임 멤버로 발탁되지 못했죠.

한국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려면 팀에 승리를 안겨줄 확실한 골잡이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팀의 단점인 골잡이 부재를 해소하기 위해 박주영을 와일드카드로 발탁했고 올 시즌 K리그에서 두각을 떨친 지동원까지 수혈했습니다. 특히 박주영 같은 경우에는 유럽 무대에서의 롱런을 위해 병역혜택이 절실했기 때문에 아시안게임 출전이 필요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박주영의 가장 큰 장점은 지난 몇년 동안 국제 경기에 출전한 경험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와일드카드로서 후배 선수들을 이끌며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 적합한 선수가 박주영이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박주영의 아시안게임 차출이 불발 되었다면 홍명보호의 우즈베키스탄전 승리는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이겼다고 하더라도 4강과 결승전에서의 승승장구는 버겁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홍명보호의 기존 주전 공격수였던 박희성이 북한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 부진했기 때문에 박주영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 됐습니다. 박주영이 아시안게임 첫 경기를 치렀던 예선 2차전 요르단전 부터 8강 우즈베키스탄전까지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아시안게임 출전을 막으려 했던 모나코를 설득하는데 성공하여 광저우행 비행기에 오른 박주영이 더욱 기특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물론 아시안게임은 23세 이하 선수들을 주축으로 치러지는 대회이기 때문에 아시안컵보다 경기력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24년 동안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결코 이 대회를 만만히 바라볼 수 없게 됐습니다. 그리고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더욱 열의를 다해야 합니다.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짓지 못한 박주영 입장에서는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금메달을 위해 열심히 싸우면서 후배들을 챙겨야 합니다. 축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혼자만 잘하기보다는 팀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박주영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바로 실력으로 말이죠.

특히 16강 중국전에서는 팀 공격을 이끄는 구심점 활약이 뚜렷했습니다. 원톱으로서 골에 주력하기 보다는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유인하면서 밸런스 붕괴를 유도하거나, 그 틈을 노려 후방에서 공급되는 볼을 받아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고, 그런 작업을 쉴새없이 반복하며 한국이 적극적인 공격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그래서 2선 미드필더들의 전방 침투가 용이해지면서 한국이 3-0 완승을 거두는 결정타로 작용했죠. 이날 박주영의 프리킥 골도 멋졌지만, 그보다 더 의미있는 것은 팀 공격이 철저히 '박주영 중심' 이었다는 것입니다. 박주영의 존재감이 빛을 발했기 때문에 후배 선수들이 열의를 다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박주영의 활약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기대케 합니다. 지금의 아시안게임 세대들 중에 적지 않은 인원들이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4년 뒤면 29세가 되는 박주영 입장에서는 후배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컨셉에 미리 적응 했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성인 대표팀에서 새로운 리더가 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됐죠. 전임 대표팀 체제였던 허정무호에서 이청용-기성용 같은 뉴페이스들이 '캡틴' 박지성과 함께 뛰면서 경기력 향상에 힘을 얻었던 것 처럼, 2014년 월드컵에서는 박주영이 박지성과 동등하거나 필적할 수 있는 무게감을 앞세워 팀을 이끌고 후배 선수들을 리드해야 합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박주영이 아시안게임에서 터뜨렸던 3골 모두 영양가가 컸다는 점입니다. 예선 3차전 팔레스타인전, 16강 중국전에서는 팀이 1-0으로 앞선 시점에서 한국 승리의 쐐기를 박는 골을 터뜨렸습니다.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양팀이 1-1로 맞선 연장 전반 2분에 상대 수비를 등지고 오른발 터닝슛을 날렸던 것이 결승골로 이어졌습니다. 우즈베키스탄전 같은 경우에는 2선 미드필더들의 잦은 패스미스 및 연계플레이 실패로 90분 동안 최전방에 고립될 수 밖에 없었지만, 연장전이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한 방'을 터뜨리는 해결사의 기질을 발휘했습니다. 후배 선수들 앞에서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는 것을 실력으로 입증했죠.

그리고 박주영 개인으로서도 아시안게임 맹활약이 남다릅니다. 대회 종료 후 유럽 무대에서 많은 골을 터뜨릴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죠. 박주영은 한 번 골을 넣으면 걷잡을 수 없이 몰아치는 성향이 뚜렷한 공격수입니다. 올 시즌 초반 왼쪽 윙어로 포지션이 변경되는 혼란 속에서 득점력 부진에 시달렸던 것을 떠올리면 아시안게임이 골잡이로서의 감각을 되찾는 전환점이 되었음에 분명합니다. 물론 광저우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2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슬럼프 탈출에 성공했지만, 아시안게임 3경기 연속골을 통해 골잡이로서의 기질을 완전히 되찾았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습니다.

모나코와 대표팀에서의 기록을 합하면, 박주영은 11월 6경기에서 6골을 터뜨렸습니다. 한국 축구의 혜성으로 떠올랐던 2005년 이후 특정 기간에 골을 많이 몰아쳤던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자신의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결정타는 다름 아닌 '골'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관심을 얻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 축구의 고질적 문제점인 골 결정력 부족을 박주영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속에서 말입니다. 그 이후 부상 및 부진으로 신음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성숙할 수 있는 계기로 이어지면서 꿋꿋하게 성장했습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따른 병역 혜택에 성공할 경우, 박주영의 불꽃같은 득점 행진을 오랫동안 유럽 축구 무대에서 마음 놓고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