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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결승골' 박주영, 위태로웠던 한국 구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위태로웠던 경기 흐름 속에서 연장전에 돌입한 끝에 값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을 제물 삼아 4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한국은 19일 저녁 8시 중국 광저우 티앤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 3-1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전반 2분 홍정호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26분 카리모프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고 그 이후 추가골 획득에 실패하면서 연장전을 치렀습니다. 연장 전반 2분 박주영이 결승골을 작렬하여 한국의 승리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연장 전반 12분에는 김보경이 추가골을 넣으며 한국의 3-1 승리가 확정됐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을 제압하고 4강에 진출하여 오는 23일 저녁 8시 아랍에미리트 연합(UAE)과 결승행을 놓고 격돌하게 됐습니다. UAE는 8강 북한전에서 0-0으로 비겼지만 승부차기 끝에 9-8로 물리치고 4강에 올랐습니다. 200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선수권 우승 및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에 진출했던 세대여서 한국이 만만치 않은 상대와 대결하게 됐습니다.

한국의 공격 축구vs우즈베키스탄의 수비 축구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4-2-3-1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김승규가 골키퍼, 윤석영-김영권-홍정호-신광훈이 포백, 김정우-구자철이 더블 볼란치, 지동원-김보경-조영철이 2선 미드필더, 박주영이 원톱으로 뛰었습니다. 지동원과 김보경의 위치가 이번 경기에서 바뀌었을 뿐, 지난 15일 중국과의 16강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 이었으며 이 선수들이 홍명보호의 베스트11 입니다. 중국전 3-0 완승 분위기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이어갈 수 있을지,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4강 우즈베키스탄전 0-1 패배를 16년 만에 설욕할지 관심을 모았습니다.

경기 초반은 예상대로 한국이 공격, 우즈베키스탄이 수비 축구를 펼쳤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이번 대회에서 선 수비-후 역습 패턴에 5백을 둘 정도로 박스 쪽에 많은 인원을 두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한국전에서의 기본 전형은 4-4-2였지만 수비시에는 좌우 윙어 또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수비 라인으로 내려오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5백이 형성됐습니다. 한국은 북한과의 예선 1차전에서 90분 동안 상대의 두꺼운 수비 라인을 공략하지 못하고 0-1로 패했는데, 과연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밀집 수비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이날 경기 최대의 관전 포인트 였습니다.

홍정호 선제골, 그러나 경기 내용 아쉬웠다

한국은 경기 시작부터 선제골을 넣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습니다. 전반 3분 구자철의 오른쪽 코너킥이 문전쪽으로 원 바운드 되면서 홍정호의 헤딩골로 이어졌습니다. 볼이 그라운드를 맞고 튕겨진 방향을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읽지 못했고, 홍정호가 그 틈을 노려 문전쪽으로 비집고 들어가 재치있게 골을 넣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이른 시간부터 골을 넣으며 우즈베키스탄 밀집 수비에 따른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포백과 미드필더들이 하프라인을 중심으로 서로 볼을 돌리는 지공 형태의 공격을 펼치며 상대 중원의 배후 공간을 노리는데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전에 비하면 공격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을 남겼습니다. 중국전에서는 상대가 4-2-3-1 포메이션을 구사하면서 더블 볼란치 옆 공간쪽, 가운데 쪽으로 침투하면서 볼 배급의 완성도를 높이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반면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상대가 5백으로 변형하면서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의 전방 압박을 강화하는 경기를 펼치다보니 한국의 공격 작업이 더딜 수 밖에 없었습니다. 2선 미드필더쪽에서 박주영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빈번하게 끊어졌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이 박스쪽에 수비 인원을 늘리다보니 박주영이 중국전보다 강한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박주영은 전반 20분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터치하며 최전방에서의 고립을 면하려는 움직임이 역력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지동원이 왼쪽 윙어, 김보경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습니다. 지동원이 홍명보호에서 중앙쪽에 기반을 두는 경기를 펼쳤음을 떠올리면 우즈베키스탄전 포지션 변화가 눈에 띄었죠. 그 이유는 김보경의 공격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경기 조율을 맡기겠다는 것이 홍명보 감독의 전략 이었습니다. 김보경이 적시적소의 볼 배급 및 빠른 순발력을 강점으로 팀 공격을 이끄는 기질이 다분하기 때문에, 그 이점을 살려 상대 배후 공간을 노리고 2선 미드필더들의 활발한 공격 침투를 유도하는 것이 홍명보호의 공격 전술 이었죠. 중국전에 비하면 측면에서의 움직임이 무뎌진 아쉬움이 있었지만 전술 변화가 결코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동원의 왼쪽 윙어 전환은 전반전만을 놓고 보면 성과가 미미했습니다. 올 시즌 전남에서 왼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갔지만, 최근 홍명보호의 중앙쪽에서 활약해서인지 왼쪽에서의 역할이 다소 어색했습니다. 동료 선수들이 우즈베키스탄 진영에서 볼을 돌릴 때 그 간격을 좁히지 못하다보니 자기 공간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뚜렷했습니다. 올해 K리그와 각급 대표팀에서 수많은 경기에 뛰다보니 체력이 저하된 듯 했습니다. 다만,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폼이 좋았습니다. 전반 32분 한국 골문에서 상대 슈팅을 직접 걷으며 실점 위기를 모면했던 것을 비롯해서 경기 내내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해 상대의 역습 의지를 무너뜨리는데 일조했습니다. 하지만 원 포지션이 공격수임을 상기하면 왼쪽 윙어 전환이 '좌천' 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한국은 전반 25분을 넘어서면서 우즈베키스탄에게 공격 주도권을 내주는 불안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홍정호의 골 이후 2선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패스 미스가 속출했고, 지동원의 왼쪽 윙어 전환이 별 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한국의 연계 플레이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나타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그 틈을 노리며 지공 형태의 공격을 펼쳐 점유율을 늘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선수들은 수비쪽에 인원이 늘어나면서(지동원이 전반 32분 실점성 슈팅을 걷어낼 수 있었던 배경) 우즈베키스탄이 공격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한국이 1-0 이후 안일하게 플레이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추가골을 노리는 경기를 펼쳤어야 했는데 스쿼드 전체가 나사 플린 듯한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전반전을 마쳤습니다.

여전히 아쉬웠던 공격, 그리고 동점골 허용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지동원을 빼고 홍철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전반전에서의 아쉬운 공격력을 극복하기 위해 지동원을 벤치로 내리는 결단을 내렸죠. 홍철이 이번 대회에서 물 오른 폼을 과시했기 때문에 팀의 전체적인 공격력 변화가 기대됐습니다. 그리고 후반 초반에는 공격 옵션들의 움직임과 침투 패스를 늘리는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며 상대 진영을 위협했습니다. 다만, 후반 7분에는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수비쪽에 완전히 모여있을 때 한국 수비가 전방쪽으로 롱볼을 날렸던 것이 상대 수비에 커팅 당했습니다. 그 상황에서는 빠른 볼 처리에 의한 지공 형태의 공격으로 상대 수비를 한꺼풀씩 벗겨내야 했습니다.

후반 12분에는 우즈베키스탄 공격수 나가에프가 퇴장 당했습니다. 심판에게 불필요하게 항의하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죠. 우즈베키스탄 입장에서는 동점 및 역전골을 위해 사력을 다해야했는데 공격수가 한 명 줄어들면서 조급한 경기 운영을 나타냈습니다. 이에 한국은 11-10(명)의 수적 우세를 점하여 상대 역습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죠. 그 과정에서 미드필더진을 중심으로 볼을 돌리는 경기 운영을 펼치며 상대 선수들의 조급함을 유발했습니다. 16분과 17분 김정우가 상대 선수 발에 가격 당하는 비매너성 파울을 당했다는 것은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가는 냉정함을 잃었음을 뜻합니다.

그리고 후반 중반에는 두 가지의 의미있는 데이터가 제시됐습니다. 한국은 17분 파울 숫자에서 3-14(개)의 적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22분 공격 점유율에서는 75-25(%)의 우세를 점했습니다. 4강-결승전을 염두해야하기 때문에 파울 관리에 주력하면서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는데 힘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추가골이 터지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박스 바깥에서 안쪽으로 향하는 패스가 세밀하지 못했고 박주영이 최전방에서 고립되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2선의 문제도 있었지만 최전방에서 스스로 공격을 해결하는 모습이 부족했습니다.

불안한 경기 운영을 펼쳤던 한국은 결국 치명적인 실점을 허용했습니다. 그것도 수비 실수 상황에서 불거졌기 때문에 그 여운이 씁쓸했습니다. 후반 26분 신광훈이 한국 문전 오른쪽에서 패스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상대팀 선수에게 볼을 빼앗겼고, 그 볼이 근처에 있던 카리모프에게 돌파 및 슈팅을 허용한 끝에 동점골로 이어졌습니다. 홍정호의 선제골 이후 공격이 풀리지 않았던 한국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골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에는 홍철이 31분과 34분에 왼쪽 골문에서 과감히 슈팅을 시도했지만 볼은 골문 바깥으로 향했습니다. 그 이전이었던 19분에는 왼쪽 골문에서의 왼발슛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차단되었죠. 골을 노리는 움직임은 좋았지만 슈팅을 강하게 날리는데 급급했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한국은 후반 막판에 우즈베키스탄 밀집 수비를 상대로 골을 노리는 버거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선수 전원이 박스 쪽으로 들어갔고 6명이 일렬로 수비 라인을 형성하면서 한국의 골을 막아내는데 주력했죠. 후반 26분에 동점골을 내줬던 것이 좋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됐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전방쪽으로 내주는 패스 루트를 찾지 못했고 그 장면들이 연이어 반복됐습니다. 44분에는 조영철을 빼고 서정진을 교체 투입하여 후반 막판 및 연장전을 의식한 공격 변화를 단행했습니다. 하지만 서정진이 두번째 조커였다는 점에서, 교체 카드를 아꼈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박주영의 결승골, 역시 해결사는 달랐다

한국은 연장전 초반에 두번째 골을 넣었습니다. 박주영이 연장 전반 2분 골문 왼쪽에서 김영권의 대각선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를 등에 지고 오른발 터닝슛으로 상대 골망 왼쪽 밑을 흔들었습니다. 연장전에 돌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타이밍에 골을 넣었다는 것은 우즈베키스탄을 더욱 힘들게하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1명이 퇴장 당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국보다 체력 저하가 두드러질 수 밖에 없었고, 한국이 쉴새없이 볼을 돌리고 측면과 중앙쪽을 넓게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경기를 효율적으로 지배하여 상대의 힘을 떨어뜨렸죠. 결과적으로, 박주영의 골이 단순 이상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역시 해결사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는 것을 박주영이 멋진 한 방으로 입증했습니다.

연장 전반 12분에는 또 한 번의 값진 골이 터졌습니다. 김보경이 골문 정면에서 상대 수비수가 소유했던 볼을 빼앗아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으며 한국이 3-1로 달아났습니다. 그 이후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되면서 한국의 승리가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연장 후반에는 추가골을 노리기보다는 체력을 아끼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3-1 승리 분위기가 고조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무리한 공격을 펼칠 필요가 없었고, 우즈베키스탄도 공격을 펼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으면서 경기 종료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결국,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을 제압하고 4강 고지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