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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EPL 빅3의 고민, 브라질 MF 어찌할꼬?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빅4' 였습니다. 첼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아스날-리버풀이 상위권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었죠. 하지만 지난 시즌 리버풀이 리그 7위로 밀렸고 올 시즌에는 총체적인 부진 속에 비틀거리면서 빅4의 위용을 찾을 수 없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맨체스터 시티-토트넘이 상위권 대열에 가세하면서 빅4가 '빅6'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리그 우승 경쟁력이 있는 팀들을 꼽는다면 첼시-맨유-아스날로 형성되는 '빅3'로 좁힐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빅3의 경기력은 지난 시즌보다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정체됐습니다. 첼시는 시즌 개막과 동시에 1위를 확고히 지키고 있지만 리그 13경기에서 3번이나 패했습니다.(9승1무3패) 아스날은 8승2무3패를 기록중이지만 늘 일정한 경기 패턴 때문에 상대에게 읽히기 쉬운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3위 맨유는 6승7무의 무패 행진을 내달리고 있으나 승리한 것 보다는 비긴 횟수가 더 많습니다. 공교롭게도 세 팀은 서로 똑같은 문제점을 안으며 경기력 향상에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브라질 출신 젊은 미드필더의 부진 때문입니다.

하미레스-데니우손-안데르손, 빅3의 계륵으로 전락하다

냉정히 말해, 하미레스(23)는 첼시의 먹튀 입니다. 지난해 여름 1700만 파운드(약 310억원)의 거액 이적료로 첼시에 입성했지만 지금까지는 그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램퍼드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선발 출전했던 빈도가 많았지만 문제는 1700만 파운드에 걸맞는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팀에 입단한지 얼마되지 않은데다 프리미어리그 적응중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첼시의 클래스에 맞는 선수인지는 의문입니다. 공교롭게도 하미레스의 등번호는 7번입니다. 무투-마니시-셉첸코 같은 첼시의 실패작으로 거론되었던 선수들의 등번호도 7번 이었습니다.

하미레스는 빠른 순발력을 앞세운 돌파 및 공격 전환, 왕성한 움직임을 자랑하는 미드필더입니다. 브라질 대표팀에서는 오른쪽 윙어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골고루 오갔죠. 하지만 첼시에서는 자신의 장점이 최대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램퍼드-에시엔보다 공격의 창의성이 떨어지며, 브라질 대표팀 선수 치고는 개인기가 결코 위력적이지 않으며, 움직임이 좋지만 상대의 강한 압박을 받으면 맥을 못추는 단점에 발목 잡혔습니다. 오른쪽 인사이드 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 공격적인 역할을 요구받고 있지만 벌써부터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브라질 대표팀에서는 팀 플레이어로서 궂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지만 첼시에서 팀 전술에 따라가는데 벅찬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첼시에게는 조 콜-발라크-데쿠 같은 지난해 여름 팀을 떠났던 대체자들이 필요했습니다. 세 명의 공통점은 특출난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이죠. 그래서 하미레스-베나윤을 영입했습니다. 하지만 베나윤은 장기 부상에 직면했고 하미레스는 프리미어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문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할만한 자질이 전혀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피지컬이 좋지 않기 때문에 기교로 승부수를 띄워야하지만 상대 수비를 제끼는 개인 능력이 취약합니다. 그래서 활동량에 치우치는 경기 패턴을 나타내지만 문제는 프리미어리그에 그런 유형의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어쩌면 하미레스는 프리미어리그에 적합하지 않은 유형일지 모릅니다.

아스날의 데니우손(22)은 최근 사타구니 부상에서 회복하여 실전 감각을 되찾는 중입니다. 지난 14일 에버턴전에서는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하여 패스 플레이를 주도하는 능숙함을 발휘하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비록 기복이 심했고 은근히 부상이 잦았지만 정확한 패싱력을 주무기로 삼는 선수이기 때문에 여전히 아스날 전력에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팀에서 공격적인 역할을 계속 부여 받으면 창조적인 경기 운영을 펼칠 수 있는 감각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아스날에서 그런 역할을 도맡는 미드필더들(파브레가스-로시츠키-디아비-윌셔-나스리)이 즐비하다는 점입니다. 데니우손은 아스날의 벤치 멤버이며 아직 그들에 비해 창의성이 부족합니다.

데니우손은 아스날에서 홀딩맨으로 성장했던 자원 이었습니다. 몇년 전 아스날 중원을 지배했던 질베르투 실바(파나시나이코스)의 대체자로 유력했던 선수가 바로 데니우손 입니다. 중원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부여받으면서 정확한 패스 공급을 통해 공격 옵션들의 후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치가 작용했죠. 적어도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데니우손의 공격적인 재능이 아스날 승리의 기폭제가 되었던 적이 여럿 있었습니다. 문제는 강팀과의 경기였습니다. 데니우손은 활동 폭이 좁은 단점 때문에 상대 미드필더들에게 뒷 공간을 허용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였습니다. 그래서 아스날 공격 옵션들은 수비 부담을 의식하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 앞에서는 이렇다할 맥을 못추는 것이 데니우손의 단점이죠.

분명한 것은, 데니우손이 아스날의 미드필더진을 짊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22세의 어린 나이지만 팀에 입단한지 5시즌 되었기 때문에 언제나 만년 유망주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행보를 바라보면 팀 전력에서 겉돈다는 느낌이 짙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이면서 송 빌롱처럼 수비력이 강하거나 투쟁적인 모습이 아쉽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기에는 그 자리에 동료 선수들이 로테이션 형태로 버티고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어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주무기가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팀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성장하기를 원하면 파브레가스를 롤 모델로 삼거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꾸준히 출전하면 질베르투의 장점을 자기 플레이 습득할 수 있는 그런 노하우가 요구됩니다. 더 이상 계륵으로 머물기에는 그 재능과 잠재력이 아깝습니다.


맨유의 안데르손(22)은 이미 먹튀로 판명난 미드필더 입니다. 지난 2007년 여름 1400만 파운드(약 255억원)의 이적료로 올드 트래포드를 밟았지만 2007/08시즌에만 반짝했을 뿐 그 이후에는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했고 올 시즌에는 맨유 입단이래 최악의 경기력을 펼쳤습니다. 최근에는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오히려 맨유의 경기력이 향상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안데르손이 선발 출전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의 맨유 플레이가 서로 상반되기 때문입니다. 선발 출전하면 맨유의 공격은 쉴새없이 끊어지면서 이렇다할 공격의 맥을 찾지 못했습니다. 안데르손 자신이 패싱력-시야-볼 키핑력-위치선정에 취약점을 드러내면서 상대 수비에게 막히기 일쑤였죠. 이제는 결장이 잦다보니 경기를 운영하는 기질이 보이지 않습니다.

안데르손은 맨유가 스콜스의 대체자로 영입했던 선수였습니다. FC 포르투의 신성, 2005년 FIFA U-17 월드컵 골든볼(MVP)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며 맨유로 이적했고 제2의 호나우지뉴라는 별명까지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안데르손은 맨유에서의 역할에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맨유 이적 이전에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왼쪽 윙어로서 천부적인 공격 재능을 자랑했지만 맨유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롱볼을 배급하거나 몸싸움을 펼치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2007/08시즌에는 그런 역할을 성공적으로 적응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공수 양면에 걸친 느슨한 경기를 펼치면서 팀 전력에 부담을 안겼습니다. 맨유는 4-4-2를 구사하는 팀이었기 때문에 공격적인 재능이 뛰어난 안데르손의 희생을 원했지만 선수 본인이 그 역할에 최적화되지 못했습니다. 더 아쉬운 것은 열심히 뛰겠다는 성의가 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런 안데르손은 지난해 여름 맨유를 떠나려고 했던 미드필더입니다. 2008/09시즌 꾸준한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에 불만 품었고 지난 여름에 퍼거슨 감독이 시인했습니다. 지난 1월에는 무단으로 브라질에 출국하는 돌출 상황을 연출하며 8만 파운드(약 1억 4600만원)의 벌금을 물었습니다. 1달 뒤에는 십자인대 부상으로 몇달 동안 공백기를 가졌지만 올 시즌 복귀 후에는 이전 시즌보다 감각이 떨어진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이대로의 흐름이라면 맨유에서 방출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맨유는 영건을 키워야 할 입장이지만 안데르손의 경기력은 오히려 퇴보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잔류시킬 명분이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맨유가 손쉽게 방출 결단을 내리지 않는 이유는 팀의 미래를 짊어질 기대주로 주목을 끌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믿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