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의 고비로 작용했지만 오히려 태극 전사들의 승리욕을 자극했습니다. 개최국 중국과의 경기였고 극심한 안방 텃세를 걱정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중국을 상대로 전술 및 개인 실력, 팀으로서 하나로 똘똘 뭉치는 조직력에서 모두 우세를 점한 끝에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한마디로, '일방적인 승리' 였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중국을 물리치고 금메달 획득에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15일 저녁 8시 티앤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16강에서 중국을 3-0으로 제압했습니다. 전반 20분 김정우가 결승골을 넣었고, 후반 5분에는 박주영, 후반 13분에는 조영철이 중국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역대 중국과의 올림픽 대표팀 전적에서 9전 8승1무를 기록하여 단 한 번도 중국에 패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중국전 승리로 8강에 진출하면서 오는 19일 카타르vs우즈베키스탄 승자와 겨루게 됩니다.
한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했던 전반전, 김정우 결승골
한국은 중국전에서 4-2-3-1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김승규가 골키퍼, 윤석영-김영권-홍정호-신광훈이 포백, 구자철-김정우가 더블 볼란치, 김보경-지동원-조영철이 2선 미드필더, 박주영이 원톱으로 출전했습니다. C조 예선 3경기에서 로테이션 형태로 스쿼드를 가동하면서 금빛 사냥을 이끌 옥석들을 발굴하여 중국전에서 최정예 멤버를 기용했습니다. 중국전 이전에 선발 명단이 발표될 때는 박주영-지동원 투톱의 4-4-2가 예상되었지만, 실제로는 지동원이 2선으로 내려가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하면서 박주영을 보조했습니다. 전남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맹활약 펼쳤던 포스를 홍명보호에서 100% 발휘할지 관건 이었습니다.
그런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신중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중국이 개최국이어서 공격적인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미드필더들의 간격을 좁혀 타이트한 압박을 가했죠. 전반 5분과 8분에는 김정우가 상대 미드필더의 공을 빼앗아 주변에 횡패스를 연결하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이 지공 형태로 공을 주고받아 중국 선수들의 기세를 빼앗는데 주력했습니다. 무모하게 공격을 시도하기에는 상대 커팅에 이은 역습에 흔들릴 공산이 크기 때문에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박스 부근까지 원활하게 볼이 배급되며 상대 중원 배후 공간을 노리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박주영의 움직임이 좋았습니다. 중국 수비수들을 자신쪽으로 끌어내서 밸런스를 흔들거나, 공중볼 경합을 통해 높이에서 위협을 가하거나, 박스 부근에서 후방의 패스를 받아 연계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그래서 2선 미드필더들이 박스쪽으로 접근하기가 용이해졌고 박주영과의 간격을 좁히면서 쉴새없이 공격을 펼친끝에 전반 19분 김정우가 선제골을 터뜨렸습니다. 김보경이 왼쪽 측면에서 연결한 크로스를 오른쪽에서 조영철이 볼을 터치하여 골대 왼쪽으로 스루패스를 날렸고, 김정우가 문전으로 가담한 상황에서 가볍게 골을 밀어 넣었습니다. 중국 미드필더들이 한국 선수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뚫리다보니 김정우가 앞쪽으로 나오면서 골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공격은 1-0 이후에도 변함없이 활발했습니다. 미드필더를 통해 거치는 원투패스를 통해 중국 미드필더들의 뒷 공간을 손쉽게 공략했고, 그 과정에서 돌파까지 더해지면서 골 기회를 노릴 수 있었습니다. 박주영 같은 경우에는 전반 25분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을 연출했고 1분 뒤에는 상대 수비의 오프사이드에 걸렸지만 후방에서 볼을 받기 위한 움직임이 능동적 이었습니다. 적극적인 패스 플레이를 통해 경기 흐름을 일방적으로 장악했고 볼을 돌리는 여유까지 발휘했습니다. 30분과 32분에는 수비진에서 박주영쪽으로 한 번에 찔러주는 롱볼을 시도했습니다. 다양하게 공격을 시도하면서 추가골을 노리겠다는 의도였습니다. 38분에는 김보경이 중국 문전에서 상대 수비수 사이를 한 번의 돌파로 뚫어내는 과감함을 발휘했습니다.
한 가지 인상깊었던 것은, 전반전에 중국 공격진을 상대로 이렇다할 골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국 골문을 위협하는 슈팅이 없었죠. 중국 미드필더들이 경기 초반부터 한국의 능숙한 경기 운영에 말려들면서 갈피를 못잡다보니 공격수가 최전방에서 자동으로 고립됐습니다. 김정우-구자철이 중국 2선 미드필더들을 찰거머리같이 따라붙거나 예상 침투 공간을 사전에 차단하면서 상대가 공격의 돌파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중국도 한국과 더불어 4-2-3-1을 구사했는데, 더블 볼란치들이 한국의 패스 플레이에 뚫리면서 2선 미드필더가 후방을 의식하다보니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죠. 전반전만을 놓고 보면 한국이 '한 수 앞선' 경기를 펼쳤습니다.
아쉬운 것은 오른쪽 측면 이었습니다. 신광훈은 부정확한 패스를 연결하거나 상대 공격 옵션에게 뒷 공간을 내주는 불안함을 노출했습니다. 백업 자원인 오재석이 예선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음을 상기하면 앞으로의 경기에서는 한국의 오른쪽 측면 뒷 공간에 대한 약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조영철은 김정우의 골을 엮어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활동량이 처지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전반 30분 이후에는 동료 미드필더들이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함께 움직일 때의 위치도 어정쩡했죠. 신광훈과의 폭을 좁히지 못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올 시즌 일본 J리그 후반기에 폼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그 여파가 중국전에서도 두드러지는 듯 했습니다.
박주영-조영철 추가골, 한국의 3-0 승리
한국은 전반전에 이어 후반 초반에도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1-0 리드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면서 추가골 기회를 노렸죠. 결국, 후반 5분에 골이 터졌습니다. 박주영이 박스 왼쪽 바깥에서 직접 파울을 얻어 오른발로 프리킥을 날렸던 것이 중국 골망 오른쪽을 흔들고 한국의 두번째 골로 이어졌습니다. 이 골이 값진 이유는 동점 및 역전골을 노렸던 중국의 기세를 단단히 꺾어놓는 결정타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선수들은 멘탈 컨트롤 부족 때문에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 약점을 한국 선수들이 노리며 후반 이른 시간에 추가골 기회를 노렸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후반 8분 공격 상황에서는 비록 골을 넣지 못했지만 패스 과정이 재치 넘쳤습니다. 양팀 선수들이 중국 진영에서 혼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박스 중앙에 있던 박주영이 왼쪽 측면에 있던 김보경에게 빠른 타이밍에 의한 대각선 패스를 연결했습니다. 박주영은 10분 하프라인 중앙 부근에서 왼쪽으로 빠지면서 볼을 터치하여 직접 역습을 시도했고, 11분에는 문전에서 상대팀 선수들이 자신의 공간을 애워쌓을 때 뒷쪽에 있던 구자철에게 볼을 돌리며 중거리슛을 유도했습니다. 와일드카드이자 팀의 맏형으로서 노련한 경기 운영을 펼쳐 후배 선수들을 이끌었습니다. 박주영이 팀 공격을 든든히 책임졌기 때문에 후배 선수들이 충분히 따라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후반 13분 추가골을 기록하여 3-0으로 앞섰습니다. 구자철이 왼쪽 측면에서 전진패스를 연결한 것을 지동원이 박스 부근에서 받아 쇄도했고, 문전으로 논스톱 패스를 연결한 것을 조영철이 가볍게 골을 밀어 넣었습니다. 중국 수비수들이 박주영의 공격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무기력한 수비력을 일관했고, 구자철이 그 틈을 노려 전방쪽으로 킬패스를 연결한 것이 지동원의 도움에 이은 조영철의 골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은 이 골을 통해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고, 홍명보 감독도 그 흐름을 인지하여 18분에 지동원을 빼고 홍철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김보경을 왼쪽에서 가운데로 이동하여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기고 홍철이 왼쪽 윙어로 출전했죠. 지동원의 교체는 다음 경기 대비를 위한 체력 안배 였습니다.
그 이후의 한국은 추가골 보다는 3-0 리드를 지키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경기 분위기에서 중국을 완전히 압도했고 끈끈한 수비 조직력을 자랑했기 때문에 실점 허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예선 3경기를 6일 동안 치르는 빠듯한 경기 일정을 치르고 16강 중국전을 치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서 체력을 아낄 필요가 있었죠. 후반 25분 이후에 중국에게 주도권을 내주었지만 그렇다고 경기 흐름이 갑작스럽게 나빠졌던 것은 아닙니다. 29분과 34분에 각각 조영철-구자철을 빼고 서정진-윤빛가람을 투입하며 또 다시 체력 안배를 위한 교체를 했습니다. 오히려 중국은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 거친 몸싸움을 일관하며 점점 자제력을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중국의 거친 플레이에 아랑곳않고 철저히 경기에 전념했습니다. 상대의 행동에 말려들어 신경전을 펼치는 것을 철저히 경계했죠. 3-0으로 앞섰음에도 여전히 중국보다 경기에 더 몰입하여 점유율을 늘리면서 공격의 주도권을 찾아갔습니다. 지공 형태의 패스를 통해 체력을 아끼고 시간을 버는 영리한 경기 운영을 펼치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를 기다렸죠. 결국, 한국은 개최국 중국을 상대로 3-0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진출했습니다. 90분 동안, 공수 양면에서, 개인 실력 및 조직력 같은 모든 면에서 중국을 압도하여 한국 축구의 매운맛을 실력으로 과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