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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 AG 차출 불발, AS모나코의 패착

 

'박 선생' 박주영(25, AS모나코)가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소속팀 모나코로 부터 차출을 거부 당했습니다. 모나코가 지난 5일 대한축구협회(KFA)보내 박주영의 아시안게임 차출이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주영과 홍명보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8일 북한과의 첫 경기가 임박한 시점에서 차출이 거부된 것에 당혹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주영은 기 라콤브 모나코 감독과 담판을 벌이며 광저우행 입장을 굽히지 않으려 하겠지만 차출이 성공할지는 의문입니다.

원칙적으로, 박주영의 아시안게임 차출은 의무적이지 않습니다. 아시안컵 같은 대륙 대항전이나 국제축구연맹(FIFA)가 지정한 A매치 데이에서는 소속팀이 대표팀에 뽑힌 선수의 차출을 해야하며 강제성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A매치가 아니기 때문에 유럽 클럽 입장에서 차출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대표팀이 해당 선수의 아시안게임 또는 A매치 데이가 아닌 경기에서 차출을 행사하더라도 유럽 클럽이 반대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박주영의 권리는 대한축구협회가 아닌 모나코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의 차출 불발은 엄연히 '모나코의 패착' 입니다.

모나코, 강등권 탈출 기회 얻었지만 실리를 잃다

축구팬 입장에서 박주영의 아시안게임 차출 불발이 아쉬운 이유는 며칠전 기성용과 똑같은 케이스가 되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성용도 박주영과 더불어 소속팀의 반대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소속팀의 좋지 않은 상황과 맥락을 같이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성용은 셀틱의 주전이었던 중앙 미드필더 스캇 브라운이 부상으로 경기에 모습을 내밀지 못한 공백을 충실히 메웠으나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고, 박주영은 모나코가 강등권(18위)으로 빠진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소속팀 경기에 뛰어야 합니다.

만약 두 선수가 병역의 의무에서 자유로웠다면 아시안게임에 차출되지 않아도 됩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년 전 부터 월드컵 군 면제가 폐지되면서(월드컵 16강 진출이 기준) 아시안게임 금메달-올림픽 3위 이내 입상자만 적용하게 됐습니다. 두 선수에게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8강 진출에 실패했던 순간을 아쉬워 할 것입니다. 특히 박주영이 병역혜택 기회를 받을 마지막 기회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와일드카드 합류입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이 와일드카드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마지막 기회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박주영이 라콤브 감독과의 담판에서 광저우행을 보장받지 못하면, 모나코의 강등권 탈출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 모나코는 올 시즌 11경기 1승7무3패로 18위를 기록중이며 강등권에 속했습니다. 문제는 박주영이 아시안게임 차출 불발의 아쉬움을 이겨내고 제 몫을 다할지 의문입니다. 기성용은 셀틱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의 경우는 다릅니다. 이미 모나코 주축 선수로 거듭났지만 아시안게임에 대한 불만 때문에 태업성 부진을 나타낼지 모릅니다. 그동안 모나코를 위해 뛰었지만, 자신의 유럽무대 롱런의 희망이나 다름 없었던 아시안게임 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쾌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며 이미 감독과의 담판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특히 모나코의 강등권 추락 원인은 라콤브 감독에게 있습니다. 단조로운 롱볼 축구를 고집하다가 상대 수비 전술에 완전히 읽혔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전술적 대응 능력이 결여됐습니다. 모나코의 롱볼은 박주영이 타겟맨으로서 공중볼을 여러차례 따내며 공격 기회를 마련했을 때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박주영에 의존하는 롱볼이 그동안 일관적이었고, 그 흐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박주영을 왼쪽 윙어로 전환했지만 음보카니는 롱볼을 빈틈없이 받아내는 타입이 아니었습니다. 몇몇 경기에서는 패스 축구로 전환했지만 스쿼드 전체가 짧은 공격에 약했습니다. 결국, 박주영은 잦은 포지션 전환 속에서 골 부진에 시달렸고 모나코는 강등권으로 추락하게 됐습니다.

모나코가 11경기에서 단 1승밖에 챙기지 못한 것은 팀의 경기력이 문제가 있음을 뜻합니다. 올 시즌 9골 11실점을 기록했는데, 강등권팀 치고는 실점이 적지만 골에서 발목 잡혔습니다. 네네-피노의 이적 공백을 막지 못한 것, 음보카니-니쿨라에-아우바메양-말롱가 같은 이적생 및 임대생의 경기력 저하, 박주영의 불필요한 포지션 전환이 대표적 문제로 거론됩니다. 그 문제들을 해결짓지 못하면 강등이 현실화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나코는 더 이상의 위기를 막기 위해 박주영의 아시안게임 차출을 막았습니다.

하지만 모나코의 결정은 나무만 보면서 숲을 돌아보지 못한 꼴입니다. 강등권 탈출 기회의 명분을 얻었지만 실리를 잃었다는 뜻이죠. 광저우 아시안게임 기간에 박주영을 계속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박주영의 태업 가능성, 몇년 뒤 군 입대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문제(병역 혜택에 완전 실패할 경우)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상무가 K리그에 계속 존속하고 박주영이 그 길을 택하면 2년 뒤 모나코를 떠나야 합니다.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한 박주영이라면 다른 유럽팀에서 뛸 수 없습니다.

박주영은 그동안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았고, 남아공 월드컵 맹활약을 통해 모나코에 이적료 댓가를 안겨줄 수 있는 가치를 쌓았습니다. 그런 박주영이 모나코에 많은 돈을 안겨주고 이적하려면 군 문제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모나코를 비롯한 프랑스리그 클럽들은 선수 이적을 통해 수익을 얻어왔던 특징이 있습니다. 단순히 박주영의 미래 때문에 모나코의 결정을 아쉬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나코가 박주영 이적료를 통한 금전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잃겠다는 뜻을 아시안게임 차출 불발을 통해 알렸기 때문입니다.

모나코의 강등권 탈출 돌파구는 박주영의 광저우행을 막는 것이 아닙니다. 성적 부진의 원인인 라콤브 감독을 경질하는 것입니다. 축구는 감독 중심의 스포츠이기 때문에 그 수장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선수 한 명이 없더라도 조직의 힘으로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축구입니다. 하지만 모나코에는 그런 마인드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어짜피 박주영의 화려한 미래를 위해서 '프랑스리그 상위권이 아닌' 모나코에 오래있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모나코의 패착이 매우 유감스러울 따름입니다.

*이 글을 작성한지, 1시간 만에...모나코가 박주영의 아시안게임 차출을 허락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모나코가 어려운 결단을 내린것에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차출 거부까지 나왔다는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글을 쓴 저로서도 허무합니다. 어제 광주에 당일치기로 다녀오느라 매우 피곤합니다. 어쨌든, 박주영과 홍명보호의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응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