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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AC밀란vs레알, 후끈했던 짜릿한 명승부

 

이탈리아와 스페인 명문 클럽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AC밀란과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가 접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레알의 승리 분위기가 고조되었으나 AC밀란의 역전했고, 레알이 극적인 순간에 동점골을 기록하는 명승부를 연출했습니다.

AC밀란과 레알은 4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산 시로에서 열린 2010/1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 본선 G조 4차전에서 2-2로 비겼습니다. 곤살로 이과인이 전반 45분 선제골을 넣으며 포문을 열으며 레알의 주도권을 잡았지만, '위치선정의 달인' 필리포 인자기가 후반 23분과 32분에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었습니다. 경기 종료 막판까지 AC밀란의 승리가 유력했으나 레알의 페드로 레온이 후반 49분에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2-2 무승부가 확정됐습니다.

이로써, 레알은 G조에서 3승1무(승점 10)로 조 1위를 그대로 지켰고 AC밀란은 1승2무1패(승점 5)로서 2위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AC밀란은 레온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무승부에 그친 바람에 3위 아약스(1승1무2패, 승점 4)와의 승점 차이가 1점에 불과합니다. 남은 2경기에서 분발하지 않으면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공격 축구' 레알 vs '수비 축구' AC밀란

AC밀란은 홈에서 4-3-3을 구사했습니다. 아비아티가 골키퍼, 잠브로타-티아구 실바-네스타-아바테가 수비수, 가투소-피를로-보아텡이 미드필더, 호나우지뉴-즐라탄-파투가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원정팀 레알은 4-2-3-1로 맞섰습니다. 카시야스가 골키퍼, 마르셀루-카르발류-페페-라모스가 포백, 케디라-알론소가 더블 볼란치, 호날두-외질-디 마리아가 2선 미드필더, 이과인이 원톱으로 뛰었습니다. AC밀란은 지난달 30일 유벤투스전(1-2 패)에 출전했던 포백 중에 네스타를 제외한 3명을 레알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고, 레알은 라모스가 부상에서 복귀한 것 이외에는 스쿼드에 변화가 없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레알의 무리뉴 감독과 AC밀란의 알레그리 감독은 각각 수비적-공격적인 색깔을 지닌 지도자입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레알이 공격적이고, AC밀란이 수비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 여름 레알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공격적인 스타일에 눈을 돌렸고 AC밀란 같은 수비 위주의 팀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반면 AC밀란은 승리를 위해 실리를 택했습니다.

두 팀 모두 잘 풀리지 않았던 전반전, 이과인이 막판에 골 터뜨렸다

지난 레알과의 원정에서 0-2로 패했던 AC밀란은 경기 초반부터 수비에 무게감을 두었습니다. 즐라탄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하고, 미드필더들이 레알의 2선 공격 길목을 봉쇄하면서 상대팀의 공격을 차단하려는 시도가 많았습니다. 점유율에서는 44-56(%)로 밀렸지만 레알 원정처럼 경기 초반부터 골을 허용하면(전반 12분과 13분에 실점 허용) 경기 분위기를 회복하기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전반 10분 알론소, 11분 디 마리아에게 슈팅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종적인 움직임을 차단하는데 어려움을 격었습니다. 보아텡의 돌파를 통해 역습을 노렸지만, 전반 15분 슈팅 숫자에서 1-6(개)로 밀릴 정도로 역습이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레알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 였습니다. 전반 20분까지 슈팅 숫자에서 9-1(개)로 몰아붙였지만 시도했던 것에 비해 결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AC밀란 선수들이 수비쪽으로 물러서는 바람에 중원을 쉽게 장악하면서 알론소를 2선쪽에 올렸지만, 상대 수비를 완전히 벗겨내지 못한 상태에서 슈팅이 많았던 아쉬움이 있습니다. 9개의 슈팅을 날렸으나 유효 슈팅은 단 2개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호날두-외질이 상대 수비에 집중적으로 견제당하면서 디 마리아-알론소쪽에 쏠리는 공격 패턴이 잦았지만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24분에는 호날두와 아바테와의 몸 싸움 과정에서 신체 접촉에 따른 신경전이 벌어질 정도로 경기가 과열됐습니다.

그래서 두 팀은 전반전에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레알은 전반 내내 포백과 미드필더 3명이 가세한 7백의 AC밀란에 철저히 봉쇄 당했습니다. 특히 호날두가 가투소에게 철저히 발이 묶였고, 외질은 피를로를 뚫지 못했던 것과 더불어 공을 몰고 가면서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부족했습니다. 선수들과 주고 받았던 볼 배급이 많았을 뿐 스스로 공격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AC밀란 또한 레알의 탄탄한 수비에 의해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습니다. 레알 포백 뒷 공간을 무너뜨리는 볼 배급에 주력했으나 연결이 매끄럽지 않았죠. 특히 호나우지뉴-파투는 라모스-마르셀루에게 봉쇄 당하면서 팀의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0-0으로 팽팽했던 경기 흐름은 레알이 전반 막판에 웃었습니다. 전반 45분 디 마리아가 AC밀란 수비진을 한 번에 가르는 오른발 전진패스를 날린것이 이과인의 오른발 선제골로 이어졌습니다. 디 마리아가 패스를 시도할 때 이과인이 재빨리 볼의 궤적을 파악하고 위치를 잡으며 골을 터뜨렸죠. AC밀란의 수비는 전반 내내 철벽 같았지만, 디 마리아의 패스 하나가 레알이 귀한 골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레알은 13번째 슈팅끝에 1골을 터뜨리고 전반전을 마무리 했습니다.

'조커' 인자기의 2골, 레온의 극적인 동점골...2-2 짜릿한 명승부

1-0으로 전반전을 마쳤던 레알은 후반 초반에도 공격의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케디라-알론소가 허리를 장악하면서 레알이 공격을 시도하는 횟수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호날두-외질이 AC밀란의 탄탄한 수비에 막혔던 흐름은 후반전에도 어김없이 반복됐습니다. AC밀란은 경기의 분위기를 뒤집기 위해 무리한 공격보다는, 레알의 공격을 박스 바깥에서 차단하고 역습을 노리는 패턴을 노렸습니다. 미드필더진이 커팅에 주력하고 전방쪽으로 빠르게 볼을 배급하며 레알의 추가골 의지를 무너뜨리는 과정이 성공적 이었습니다. 후반 14분에는 호나우지뉴를 빼고 인자기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우며 본격적인 동점골 사냥에 나서려 했습니다.

AC밀란의 인자기 투입은 교체 대상이 아쉬웠지만 오히려 예상밖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호나우지뉴 보다는 파투가 후반들어 움직임이 저조했기 때문입니다. 호나우지뉴는 교체 직전까지 27개의 패스를 날렸지만(15개 성공, 정확도 56%) 파투는 7개의 패스에 불과했고(6개 성공) 후반들어 이렇다할 볼 터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인자기-즐라탄-파투는 골을 넣는 타입이기 때문에 호나우지뉴처럼 패스에 의해 골을 만들어주는 선수가 없었습니다. AC밀란은 이러한 분위기를 만회하기 위해 빌드업 과정에서 즐라탄을 2선쪽으로 내리거나 왼쪽 측면에 배치하며 공격 기세를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결국에는 동점골의 결정타가 됐습니다. 후반 23분 즐라탄이 왼쪽 측면에서 볼을 터치하여 전방쪽으로 몰면서 크로스를 날렸던 것이 인자기의 헤딩골로 이어졌습니다. 즐라탄의 위치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던 레알 수비진이 AC밀란의 전술에 당하고 말았습니다. 페페가 1차적으로 즐라탄의 돌파를 차단하지 못했고, 2차 저지선을 형성했던 수비수들이 근접 마크 조차 시도하지 못했죠. 26분에는 AC밀란이 파투가 빼고 암브로시니를, 27분에는 이과인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벤제마를 투입했습니다. 무리뉴 감독이 경기 내내 부진했던 외질을 그 시점에 교체하지 않았던 이유는 해결사적인 기질을 믿겠다는 의도였습니다.

결국, AC밀란은 후반 32분에 역전골을 터뜨리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가투소가 하프라인에서 연결했던 롱볼을 인자기가 박스 안으로 파고들고 볼을 터치하며 오른발로 가볍게 골을 밀어 넣었습니다. 경기 내내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던 레알 미드필더들이 가투소가 전방쪽으로 한 번에 롱볼을 띄우는 동작을 사전에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AC밀란보다 더 많이 뛰면서 체력과 활동량이 떨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방 압박을 취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인자기는 레알전에서 2골을 넣으며 위치선정의 달인임을 재입증 했습니다.

그래서 레알은 35분 페페를 빼고 레온을 투입하면서 3-4-3으로 전환하여 공격에 많은 인원을 투입했습니다. 그래서 끈질긴 공세를 취한 끝에, 49분 벤제마가 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왼발로 전진패스를 이어준 것을 그 앞선에서 쇄도했던 레온이 오른발로 과감하게 슈팅을 날리며 상대 골망을 갈랐습니다. AC밀란의 승리가 99% 확정된 분위기 속에서 레온이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위기의 레알을 구했습니다. 결국 두 팀은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짜릿한 명승부를 연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