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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 돌풍' 수원, 앞날이 더 무서운 이유

 

K리그의 최대 화두는 수원 블루윙즈의 거침없는 행보입니다. 윤성효 감독 부임 이후 12경기에서 10승1무1패를 기록했고 그 중에 정규리그에서 6승1무를 거두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이전까지 정규리그 꼴찌로 추락했지만 감독 교체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한 끝에 8위로 도약하면서 '축구 수도'의 자존심을 회복했습니다. 6위 울산과 승점 3점 차이로 좁힐 정도로, 이제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비롯하여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에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특히 수원의 지난 28일 라이벌 FC서울전 4-2 승리는 최근의 오름세가 결코 일시적이지 않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경기 내용에서 후반 초반 집중력 저하에 따른 2실점을 제외하면 일방적인 우세를 점했을 뿐더러 미드필더진에서 상대를 제압했습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와의 끊임없는 연계 플레이가 물 흐르듯 유기적으로 연결되었고, 좌우 풀백을 맡는 양상민과 리웨이펑이 각각 날카로운 크로스와 저돌적인 오버래핑을 앞세워 공격의 시작점 역할을 도맡으면서 서울 진영을 초토화 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원의 행보는 지금보다는 앞날이 더 무섭다는 점에서 다른 팀들에게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중심에는 '에이스' 염기훈이 있습니다. 염기훈은 서울전에서 종횡무진 맹활약을 펼친 것을 비롯 최근 10경기에서 2골 10도움을 기록하며 수원 공격의 중심으로 거듭났습니다. 기존에는 드리블 돌파 및 날카로운 왼발 킥력으로 재미를 봤지만 남아공 월드컵 이후에는 경기 운영에 눈을 뜨면서 많은 어시스트를 양산했습니다. 시야를 넓히면서 동료 선수를 활용한 플레이에 자신감을 얻었고, 패스 타이밍이 빨라지고 과감해지면서 퀄리티 높은 볼 배급을 주도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수원과 상대하는 팀들은 염기훈에게 집중 견제를 가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염기훈의 거침없는 활약을 계속 기대할 수 있는 이유는 투톱 공격수들이 이타적이기 때문입니다. 신영록은 상대 수비를 힘으로 밀어붙여 괴롭히는 성향이며 다카하라는 상대 수비 시선을 자신쪽으로 유도하면서 빈 공간을 창출할 수 있는 이점을 지녔습니다. 만약 신영록-다카하라가 최전방에서 골을 기다리는 성향이라면 염기훈은 상대 수비에 봉쇄당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두 명의 공격수는 상대 진영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도맡아 염기훈의 공격력을 끌어올립니다.

그렇다고 수원은 염기훈의 공격력에 의존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른쪽 윙어 이상호가 복귀했기 때문입니다. 윤성효 감독은 자신의 기술 축구를 구현할 수 있는 적임자로서 백지훈, 김두현과 함께 이상호의 이름을 언론에서 공개적으로 거론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상호는 최근 부상으로 스쿼드에서 제외되었지만 서울전에서 전반 26분 골문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리웨이펑의 논스톱 패스를 받아 골을 성공시키는 성공적인 복귀를 했습니다. 리웨이펑과의 2대1 패스를 통해 서울 수비 라인을 공략한 것을 비롯해서 간결한 볼 터치와 정확한 패싱력, 부지런한 움직임을 앞세워 수원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수원의 최대 강점은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공격 패턴을 자랑합니다. 왼쪽에서 염기훈이 해결하지 못하면 오른쪽에 이상호가 있고, 측면이 불안하면 김두현-마르시오가 속한 중앙 공격으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습니다. 특히 중앙에는 김두현-마르시오-백지훈-이상호 같은 창의적인 옵션들을 로테이션으로 기용할 수 있습니다. 수원의 주장이자 그동안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조원희가 서울전 선발에서 제외되고도 상대 허리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중앙 공격의 효율성을 키우겠다는 윤성효 감독의 의중이 작용했습니다. 김두현-마르시오가 공격의 밸런스를 잡아주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줄기차게 공격을 전개하면서 상대의 공격 의지를 무너뜨린 것이죠.

특히 이상호는 서울전에서 후반 중반에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하면서 상대 중원 뒷 공간을 무너뜨리는 패스를 활발히 연결하며 수원의 4-2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만약 이상호가 중앙을 맡으면 박종진 또는 이현진을 오른쪽 윙어로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껍기 때문에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에 따른 체력 저하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성남과 8강전을 치르는 9월 중순이나 추석 무렵에는 스쿼드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 있겠지만, 주전 선수를 비롯해서 박종진-이현진 같은 백업 선수들의 폼이 올라온데다 마르시오가 수원 중원의 새로운 활력소로 거듭나면서 미드필더진의 경기력이 전체적으로 향상 됐습니다. 여기에 '살림꾼' 홍순학이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허리가 막강해졌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백지훈이 최근 3경기 연속 결장했습니다. 수원의 화려한 비상을 주도했던 공헌에 힘입어 지난 11일 A매치 나이지리아전을 통해 대표팀에 승선했던 백지훈의 결장은 다소 뜻밖입니다. 3경기 동안 서브 명단에만 있었기 때문에 부상으로 경기에 빠진것도 아닙니다. 지난달 중순부터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에 앞날을 위해 체력을 안배하며 아끼겠다는 것이 윤성효 감독의 의도입니다. 김두현-마르시오와의 치열한 주전 경쟁을 통해 로테이션의 질을 키우면서 백지훈에게 경쟁 의식을 키우는 메시지와 일치합니다. 4-4-2 체제에서는 조원희까지 백지훈과 더불어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는 숙명을 안게 됐습니다. 그 결과는 수원 미드필더들의 경기력 향상에 따른 팀 전력의 퀄리티 강화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다카하라의 서울전 2골은 수원의 득점 자원을 늘리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수원은 AFC 챔피언스리그 득점 1위(9골)을 기록중인 호세모따라는 특출난 골잡이가 있지만 윤성효 감독과의 전술적 괴리감 때문에 벤치 멤버로 전락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공격 옵션들이 골을 책임져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그런데 다카하라가 서울전 2골을 통해 골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득점 자원이 한 명 더 늘었습니다. 다카하라 입장에서는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하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수원의 득점력이 늘어나는 계기를 얻었습니다.

또한 9월초에는 황재원의 복귀가 유력합니다. 황재원은 지난 7일 인천전에서 왼쪽 발목 부상으로 전치 4주 진단을 받았지만 그 이전까지 '무결점 수비력'을 발휘하며 수원 수비에 큰 힘을 불어 넣었습니다. 동료 수비수를 리드하며 후방 라인을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인데다, 포항 시절이었던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수원 전력을 든든히 지탱할 것입니다. 최근에는 강민수가 남아공 월드컵 이후 집중력이 부쩍 향상되면서 대인방어에 자신감을 키우게 됐습니다. 그동안 불안함이 많았던 수원의 수비 라인이 점점 강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K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수원의 앞날이 더 무서워질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