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빅4 재진입을 위해 사활을 걸은 리버풀에게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주력 선수였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26)를 결국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로 보내게 됐습니다. 지난 아스날-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전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던 리버풀에게 '몰락의 징조'가 느껴지는 악재가 떨어졌습니다.
리버풀은 27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마스체라노의 이적을 발표했습니다. 발표 내용에 의하면 "리버풀은 바르사와 마스체라노를 보내는 조건에 동의했다. 스페인 클럽(바르사)은 마스체라노와 개인적인 협상을 나눌 권한을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로이 호지슨 감독은 그동안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마스체라노의 잔류를 거듭 주장했지만, 선수를 잔류시키겠다는 노력이 결국 현실적인 벽을 넘지 못하고 다른 팀에 내주게 됐습니다.
물론 마스체라노는 리버풀에 잔류하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선수 본인이 리버풀에 대한 충성심이 떨어졌고 그의 가족들은 잉글랜드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다른 리그로 이적하기를 바랬습니다. 리버풀이 지난 시즌 성적 부진으로 리그 7위로 추락하면서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에 실패했던 동기 부여 결여 또한 또 하나의 이적 원인으로 꼽을만 합니다. 하지만 호지슨 감독과 리버풀은 마스체라노의 이적을 완강히 반대했고 불과 며칠 전까지 바르사-인터 밀란의 영입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마스체라노는 올 시즌 리버풀에 잔류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리버풀이 두 가지의 예상치 못했던 변수에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첫째는 마스체라노가 지난 24일 맨시티전 출전을 거부했고 팀은 0-3으로 완패했습니다. 제라드-루카스 조합이 중앙에서 버텼지만 마스체라노의 공백을 메울 수 없었죠. 만약 마스체라노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리버풀에 잔류하더라도 '이적을 위해' 태업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리버풀 입장에서 골치 아플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올 시즌 빅4를 되찾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마스체라노의 태업 또는 이적 요구로 팀 분위기가 안좋아지면 조직력에 흠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리버풀이 마스체라노 잔류를 고수하기에는 엄연히 손해였습니다.
두번째는 리버풀의 재정난을 해결할 것으로 보였던 홍콩 스포츠 재벌 케니 황이 인수를 포기했습니다. 케니 황은 CIC(중국 투자공사, 중국 정부 운영 회사)의 힘을 얻으며 4억 파운드(약 7415 억원)를 제시했지만, '리버풀 공동 구단주' 힉스-질레트가 6억 파운드(약 1조 1123억원)을 원하면서 끝내 인수가 결렬 됐습니다. 리버풀 입장에서는 케니 황의 인수를 반길 수 밖에 없었지만 힉스-질레트가 너무 많은 자금을 요구하는 바람에 막대한 빚을 갚아야 하는 절박한 순간에 놓였습니다. 케니 황의 4억 파운드는 리버풀의 빚인 2억 3700만 파운드(약 4394억원)를 충분히 갚고도 남는 금액 이었습니다.
그런 리버풀은 적어도 이번달 말 또는 다음달 초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BS, Royal Bank of Scotland)에 2000만 파운드(약 371억원)의 페널티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리고 오는 10월까지 빚을 완전히 갚지 못하면 파산 위기가 현실로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법정 관리를 비롯해서) 그런데 2000만 파운드의 페널티는 공교롭게도 리버풀이 마스체라노의 바르사 이적료로 값을 수 있는 금액입니다. 아직 마스체라노의 이적료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2000만 파운드를 웃도는 규모임엔 분명합니다. 바르사가 마스체라노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초기에 1800만 파운드(약 334억원)의 금액을 리버풀에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리버풀이 마스체라노를 바르사로 이적시킨 것은 빚을 갚기 위한 의도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베나윤-아퀼라니(임대)를 잃었고 여전히 인수아 이적을 추진중이기 때문에 주력 선수의 이적은 어쩔 수 없는 시나리오 였습니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제라드-토레스 잔류 작전까지는 성공했지만 두 선수를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는 마스체라노를 잃은 공백을 기존 선수들이 메울 수 밖에 없는 힘겨운 현실에 처했습니다.
리버풀은 지난 16일 아스날전에서 4-2-3-1을 구사하며 제라드-마스체라노를 더블 볼란치로 포진시켰고, 24일 맨시티전에서는 4-4-2 체제에서 제라드-루카스 조합을 구사했습니다. 아스날전에서는 1-1 무승부 속에서도 상대 허리를 꽁꽁 묶으며 90분 동안 경기 흐름을 지배했지만, 맨시티전에서는 상대 허리의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끝에 0-3 완패로 고개를 떨궜습니다. 호지슨 감독이 맨시티전에서 무리한 4-4-2 전환으로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마스체라노의 '미친 존재감'은 리버풀에게 귀중했습니다. 더욱이 마스체라노는 아스날전 맹활약으로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양팀 최다 평점인 9점을 기록했습니다.
결국, 리버풀은 마스체라노를 이적시키면서 제라드-루카스-폴센으로 중원을 꾸려야 하는 힘겨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여름 이적시장 막판에 새로운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할 수 있지만 구단의 재정 문제로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없기 때문에 몸값이 저렴한 선수를 데려올 수 밖에 없죠. 문제는 루카스가 리버풀 전력에서 여전히 미덥잖으며 폴센은 전 소속팀인 유벤투스에서 슬럼프에 빠진 끝에 리버풀에 입성했습니다. 팀 전력의 중심을 잡았던 제라드 입장에서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어수선한 행보를 나타내는 리버풀에게 '몰락의 징조'가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또한 리버풀의 마스체라노 이적은 제라드-토레스가 언젠가 다른 팀으로 떠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극단적인' 의미를 부여합니다. 호지슨 감독은 마스체라노 잔류를 강력히 원했지만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새로운 인수자를 찾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힉스-질레트 공동 구단주가 현실적으로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으며, 결국 인수에 실패한 끝에 법정 관리에 처하면 리버풀은 재정 극복을 위해 제라드-토레스를 이적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케니 황의 인수가 빠른 시일 안에 성공적으로 끝났다면 리버풀은 마스체라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잔류에 성공했을지 모릅니다. 아니면 마스체라노를 다른 팀으로 보내고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대형 수비형 미드필더를 영입했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마스체라노를 바르사에 넘긴 리버풀의 앞날 행보가 주목됩니다. 하지만 그 길은 매우 어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