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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 첼시 이적,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

 

'박 선생' 박주영(25, AS 모나코)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 첼시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지만 당분간 모나코에 잔류할 전망입니다. 첼시 측이 국내 언론을 통해 "박주영 이적은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히면서, 잉글랜드 일간지 <더 선>이 지난 25일 제기했던 "첼시는 박주영 영입을 48시간 이내에 결정할 것이다"라는 보도는 지금까지의 정황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박주영의 첼시 이적이 무산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당시 더 선의 보도에 따르면, "박주영의 에이전트가 지난 14일 첼시-웨스트 브롬위치와의 시즌 개막전 이전에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프랑크 아르네센 이사, 론 조레이 실무 책임자와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첼시는 박주영 영입 48시간 이내 결정, 이적료는 800만 파운드(약 150억원), 내년 여름 프리시즌 투어에서 박주영과 함께 한국 투어를 치를 수 있다는 점, 첼시의 스폰서 삼성전자와의 계약이 연장 될 수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여기에 많은 현지 언론사들이 더 선의 기사를 인용하며 박주영의 첼시 이적설을 보도하면서 국내 팬들의 관심과 시선을 모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첼시측은 박주영 영입을 시인하지 않았습니다. 첼시가 박주영 같은 공격수 영입을 절실히 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 이유는 공격진에 가동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첼시는 말루다-드록바-아넬카로 짜인 스리톱을 구사하고 있으며 칼루-베나윤을 슈퍼 조커로 활용하며 스터리지-가쿠타 같은 유망주 공격수들이 있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이 지난 1월부터 첼시의 공격수 영입을 원하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죠.(올해 여름에 영입한 베나윤은 윙어 출신) 스터리지-가쿠타를 키우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박주영이 꾸준한 출전 기회를 보장받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첼시는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4개의 대회를 병행하며 한 시즌에 약 60경기 정도 치릅니다.그래서 백업 선수들을 선발로 내세우며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안첼로티 감독은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과 달리 로테이션의 활용이 적극적이지 못하며 베스트 일레븐에 대한 변화의 폭이 적습니다. 그렇다고 로테이션을 포기하지 않지만, 올 시즌에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주축 선수들을 시즌 내내 풀 가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이 덜 된 박주영에게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또한 첼시는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금융 위기로 재정적인 타격을 입으면서 2년 전 부터 긴축 재정에 돌입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과 중반에는 '이적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했지만 긴축 재정 이후에는 선수 영입에 무리한 돈을 지출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넬카-조 콜(현 리버풀) 같은 노장들이 구단의 주급 삭감 정책에 불만을 품을 수 밖에 없었고, 올해 여름에도 주축 선수들의 주급 삭감을 또 다시 추진하면서 예전같지 않은 재정 상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첼시의 박주영 영입이 현실적이지 않은 이유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투자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하미레스(1700만 파운드) 요시 베나윤(600만 파운드) 토마스 칼라스(520만 파운드) 마테이 델라치(270만 파운드) 영입에 총 3090만 파운드(약 571억원)을 쏟았으며, 현재까지 맨체스터 시티에 이어 두 번째로 최다 이적료를 지출했습니다. 더 선에 따르면 박주영 영입에 8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책정했지만 첼시 입장에서는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는 액수입니다. 기존 공격 자원이 많은 상황에서 박주영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할 정도로 영입이 절실한지 의구심이 듭니다.

박주영 입장에서도 첼시 이적은 우선적인 과제가 아닙니다. 빅 클럽 이적보다 더 필요한 것은 병역 혜택입니다.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 카드 자격으로 참가하여 한국의 금메달을 따내야 군 면제를 받습니다. 만약 와일드 카드로 뽑히지 못하거나, 한국에게 금메달을 안겨주지 못하면 앞으로 2년 안으로 상무에 입대해야 합니다. 만약 그 기간을 넘기면 경찰청에 입대하거나(30세까지) 현역 복무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프로 경기를 못뜁니다. 박주영을 데려오려는 다른 클럽 입장에서도 병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선수를 부담스러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오랫동안 팀의 일원으로 활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만약 박주영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병역 혜택을 받으면 몸값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합니다. 박주영을 다른 팀에 보내야 하는 모나코 입장에서 재정적인 수익을 충분히 얻을 수 있고, 다른 팀 입장에서도 박주영을 믿고 영입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만약 병역 혜택이 확정되면 이적 시기는 내년이 최적기입니다.

박주영의 첼시 이적은 현재 정황상으로는 무산쪽으로 기울어졌습니다. 그렇다고 박주영의 첼시 이적이 아직 실패로 끝난 것은 아닙니다. 내년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이면 각각 33세, 32세가 되는 드록바-아넬카가 노쇠화 기미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박주영이 대체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첼시는 지난 시즌부터 스쿼드의 노령화로 체력 부족의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젊은 공격 자원의 필요성이 두드러졌습니다. 올해 여름에는 베나윤을 영입했지만 윙어자원인데다 올해 나이가 30세입니다. 하지만 박주영은 25세의 타겟맨이며 드록바-아넬카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으로 충분히 분류될 수 있습니다.

만약 병역 혜택이 확정되면 내년에는 첼시로 부터 많은 이적료를 제시받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박주영 이적료는 800만 파운드가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병역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면 더 많은 이적료를 기록할 수 있는 가치가 있습니다. 그동안 첼시, 맨유, 리버풀, 위건, 풀럼, 애스턴 빌라 등과 같은 수많은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아왔기 때문에 각 팀들끼리의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몸값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물론 박주영이 모나코에서 꾸준한 맹활약을 펼친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분명한 것은, 첼시는 박주영에 대한 영입 관심을 접지 않을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영입하기에는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을 뿐, 병역 문제가 풀리고 주전 공격수들이 노쇠화되는 시점이라면 영입 공세를 펼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박주영 영입을 통해 삼성과의 스폰서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아시아 마케팅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이점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박주영의 첼시 이적이 무산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것입니다. 첼시 뿐만 아니라 박주영을 주시하는 다른 프리미어리그 클럽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