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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평점 3점' 박주영, 윙어 전환 씁쓸한 이유

 

'박 선생' 박주영(25, AS 모나코)이 시즌 개막 후 4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지만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습니다. 이번 경기는 원톱에서 왼쪽 윙어로 포지션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둘 수 있지만 문제는 활약상이 좋지 못했습니다.

박주영의 모나코는 29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루이 2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프랑스 리게 앙 4라운드 AJ옥세르전에서 2-0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후반 7분 다니엘 니쿨라에가 박스 오른쪽에서 뱅상 무라토리의 헤딩 패스를 받아 한 차례 볼 트래핑에 이은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성공시켰고, 후반 15분에는 피에르-에메릭 아우바메양이 골문 가까이에서 듀메르시 음보카니의 크로스를 오른발로 밀어 넣었고 모나코는 3경기 연속 무승부 이후 시즌 첫 승을 올렸습니다.

한편, 박주영은 옥세르전에서 왼쪽 윙어로 출전하여 3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시즌 첫 골을 기록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전반적인 경기 운영은 무난했지만 강렬한 임펙트가 부족했기 때문에 현지 언론에서 저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풋볼>로 부터 오른쪽 풀백 아드리아누와 함께 평점 3점에 그쳤고 <레퀴프>에서도 아드리아누와 더불어 평점 4점을 기록했습니다. <풋볼 365>에서는 아드리아누-한센과 함께 평점 5점에 머무르면서, 아드리아누와 더불어 모나코 선수 중에서 가장 안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15경기 연속 무득점' 박주영, 왼쪽 윙어로 전환하다

우선, 박주영이 왼쪽 윙어로 전환한 배경은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는 박주영이 소속팀에서 깊은 골 침묵에 빠졌습니다. 올 시즌 4경기에서 골이 없었고 지난 시즌 막판 무득점 행보까지 계산하면(프랑스컵 포함) 15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렸습니다. 두번째는 모나코의 단조로운 팀 전술이 박주영의 활용을 최대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공격 옵션들의 연계 플레이 부족 및 롱볼에 의지하는 공격 패턴 때문에 박주영이 최전방에서 고립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지난 시즌까지 왼쪽 윙어로 뛰었던 네네가 파리 생제르망으로 이적하면서 그의 공백을 메울 선수가 없습니다.

특히 모나코는 지난 시즌까지 4-2-3-1에서 3의 역할을 했던 네네가 이적했고, 하루나-알론소가 부상으로 스쿼드에서 제외됐고, 박주영 백업 이었던 피노-무사 마주가 각각 갈라타사라이로 이적하거나 보르도로 임대되면서 공격력 새판짜기가 불가피 했습니다. 그래서 아우바메양을 AC밀란에서 임대했고, 니쿨라에-음보카니를 여름 이적시장에서 각각 옥세르와 스탕다르 리에주에서 영입했습니다. 그런데 옥세르전 이전까지 네네 공백 메우기에 실패하면서 공격력에 숨통을 틔우지 못했고 그 결과는 3경기 연속 무승부로 이어졌습니다. 그 중심에는 박주영의 최전방 고립에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박주영이 일방적으로 부진했던 것은 아닙니다. 4-2-3-1에서 원톱은 최전방에 고립되기 쉬운 전술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원톱과 미드필더의 유기적인 공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격수가 골을 넣기 어려워집니다. 문제는 모나코가 미드필더를 통해 거치는 패스 전개 보다는 후방 옵션들의 롱볼에 의지하면서 박주영이 '헤딩 머신'이 될 수 밖에 없었고, 롱볼마저 날라오지 않으면 최전방에서 고립되어야 했습니다. 지난 22일 랑스전에서는 모나코가 니쿨라에-아우바메양 중심의 공격 패턴을 구사하면서 박주영이 적은 볼 터치를 기록하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모나코는 옥세르를 제물로 시즌 첫 승을 따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공격력 변확 불가피 했습니다. 4-2-3-1에서 4-4-2로 전환하면서 박주영을 왼쪽 윙어로 내렸고, 아우바메양을 오른쪽 윙어로 포진하면서 니쿨라에-음보카니를 투톱으로 활용했습니다. 박주영은 지금까지 최전방에서 롱볼을 따내면서 상대 수비와 몸싸움 경합을 펼쳤던 타겟맨으로 활약했지만 이제는 그 역할을 음보카니에게 맡기게 됐습니다. 공중볼에 강하지만 정통 타겟맨은 아닌데다, 활동량-드리블-패스-크로스-경기 조율 같은 이타적인 경기력에 장점을 지닌 만능형이기 때문에 네네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역량이 있었습니다.

박주영은 옥세르전에서 왼쪽 측면을 담당했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오른쪽 측면과 중앙에서 볼을 터치하며 프리롤 역할을 도맡았습니다. 오른쪽 윙어로 뛰었던 아우바메양에 비해 볼 터치가 부족했고 경기의 승부를 결정지을 임펙트가 없었던 것, 그동안의 골 부진까지 겹치면서 현지 언론으로부터 평점을 짜게 받을 수 밖에 없었지만 상대 수비에게 일방적으로 막혔던 것은 아닙니다. 볼을 터치하는 상황에서는 전방쪽으로 정확하게 패스를 연결하거나 특히 침투패스에 주력하면서 음보카니를 보조했습니다. 여기에 스위칭까지 시도하면서 옥세르 수비를 자신쪽으로 쏠리게하면서 상대 수비의 밸런스를 흐트러놓는데 주력했고, 다른 동료 선수들의 공격력에 이타적인 도움을 줬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접근하면, 박주영의 윙어 전환은 반가운 일입니다. 최전방 공격수로서 끊이지 않는 골 침묵에 빠졌던 흐름을 만회하려면 포지션 변화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여러가지 포지션을 도맡을 수 있고 스위칭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쩌면 타겟맨보다는 왼쪽 윙어로서 이번보다 자유로운 플레이를 할 수 있고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타겟맨으로 뛰었을때는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잦은 공중볼 경합을 펼쳤기 때문에 햄스트링 부상이 잦을 수 밖에 없었지만, 왼쪽 윙어로 전환한 현 시점에서는 그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네네가 없는 모나코 입장에서도 박주영이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박주영은 공격수입니다. 지금까지 공격수로서 부단히 성장했고 지난 시즌까지 모나코의 공격수로서 붙박이 주전으로 출전했습니다. 2008/09시즌 후반기에 오른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갔지만 당시 팀의 공격력 부족에 따른 대안 이었을 뿐입니다. 특히 라콤브 감독 체제에서 지난 시즌 타겟맨으로 뛰었으나 올 시즌 왼쪽 윙어로 내려간 것은, 모나코가 박주영보다는 음보카니의 타겟 역량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음보카니는 콩고 출신의 정통 타겟맨으로써 아프리카 선수 특유의 탄력으로 상대 수비를 괴롭히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이며 옥세르전에서도 그 역할을 충실히 도맡았습니다.

문제는 박주영의 왼쪽 윙어 전환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음보카니가 옥세르전 맹활약을 통해 모나코의 타겟맨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니쿨라에가 쉐도우 역할을 무난히 소화하면서 2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박주영은 당분간 왼쪽 윙어로 뛸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그동안 박주영과 호흡이 잘 맞았던 알론소의 입지가 불투명합니다. 아우바메양이 팀 전력에 거의 녹아들면서 모나코 공격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만약 알론소가 부상 복귀 후 주전 확보에 실패하면 박주영의 공격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아우바메양이 넓은 활동 폭과 왕성한 움직임에 비해 패싱력이 부정확하고 경기 운영이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못합니다.

박주영의 왼쪽 윙어 전환이 씁슬한 이유는 올 시즌 모나코에서의 역할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입니다. 공격수와 왼쪽 윙어 사이에서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현실입니다. 이미 음보카니의 등장으로 타겟맨 자리를 내줬고, 쉐도우로 뛰기에는 15경기 연속 골 부진에 빠졌기 때문에 '2경기 연속골' 니쿨라에에게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왼쪽 윙어로 뛰기에는 전문적인 윙어가 아닌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격수로 성장했던 선수였고 앞으로도 공격수로서 보여줄 것이 많기 때문에 왼쪽 윙어 전환을 무조건 좋게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골이 필요한 현실이지만 미드필더라는 한계 때문에 앞으로 얼마만큼 골 기회를 얻을지 의문입니다.

현 시점에서는 박주영이 어느 위치 및 역할이든 관계없이 자기 몫을 충실히 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왼쪽 윙어 전환이 다소 어색하지만 거듭된 무득점에 시달렸던 지금의 현실을 순응해야 경기력 발전을 위한 자극제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보카니-니쿨라에-아우바메양 같은 새로운 공격 옵션들과의 친밀적인 교감이 필요합니다. 첼시 이적이 불발된 현 시점에서 적어도 올 시즌 전반기까지 모나코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세 선수와 끊임없이 호흡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해야 수준 높은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혜택 성공에 따른 타클럽 이적이 절실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