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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 첼시 이적을 반대하는 이유

 

'박 선생' 박주영(25, AS 모나코)이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첼시의 영입 대상자로 낙점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첼시가 박주영을 영입하기 위해 모나코와 접촉했던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정보가 신뢰성이 떨어지는 언론사에서 보도된 것이어서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박주영의 에이전트는 지난 14일 웨스트 브롬위치와의 시즌 개막전 이전에 카를로 안첼로티 첼시 감독, 프랑크 아르네센 이사, 론 조레이 실무 책임자와 만났다. 첼시는 박주영의 영입을 48시간 이내에 결정할 것이며 800만 파운드(약 150억원)의 이적료를 책정할지 결정할 것이다"고 보도했습니다. 박주영은 그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풀럼, 에버턴, 위건, 리버풀 같은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았지만 첼시 이적설은 다른 5개 클럽에 비해 구체적입니다.

더 선에 따르면 첼시의 박주영 영입은 마케팅 차원입니다. 보도에 의하면 "첼시는 내년 여름 프리시즌을 위해 방콕에서 태국 올스타 팀과 대결할 것이고 어쩌면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며 박주영 영입을 포석으로 한국 투어를 개최할 수 있다고 시사했습니다. 이어 "만약 박주영이 첼시에서 뛰면 유니폼 판매에 따라 최고 200만 파운드(약 37억원)를 지급할 수 있다. 첼시의 유니폼 스폰서인 삼성전자와 2012/13시즌에 종료되기 때문에 그 계약이 더 연장되기를 희망한다"며 첼시가 지난 봄 부터 박지성-이청용과 함께 삼성전자 CF에 출현했던 박주영의 영입을 염두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더 선은 많은 축구팬들에게 신빙성이 부족한 가십성 보도를 하는 곳으로 알려진 잉글랜드 타블로이드 언론사입니다. 잉글랜드 일간지 <뉴스 오브 더 월드>와 더불어 정확한 사실에 의한 보도가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흥밋거리를 제공하는 언론사로 비춰지는 곳이죠. 지난 2008년 1월에는 당시 토트넘에서 뛰었던 이영표(알 힐랄)의 방출을 먼저 보도하며 국내 팬들의 시선과 이목을 사로잡았지만 선수 본인은 그 해 7월 토트넘을 떠났습니다. 또한, 더 선이 전하는 이적설 중에 상당 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무리 박주영의 첼시 이적설이 외국 언론에 보도되었다고 해서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는 안됩니다. 더 선을 비롯한 잉글랜드 언론사들 중에서 이적설을 정확하게 보도하는 경우는 약 30~40(%)에 불과합니다. 현 시점에서는 박주영의 첼시 이적은 루머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더 선이 박주영의 이적설을 거론한 것은 첼시가 영입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한 영입 관심 또는 '더 선이 제기한' 영입 접촉은 엄연히 다른 의미이긴 합니다.

물론 박주영의 첼시 이적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한국 축구의 상징적인 역사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맨유에서 6시즌째 활약중인 박지성에 이어 또 한 명의 빅 클럽 선수를 보유하기 때문입니다. 첼시가 맨유와 더불어 최근 6시즌 중에 5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군림했고, 그 중에 세 번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박주영의 이적을 바라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의 첼시 이적은 곧 벤치 전락을 의미합니다. 첼시가 박주영을 영입하려는 이유는 로테이션 보강 차원이기 때문입니다. 첼시는 말루다-드록바-아넬카로 짜인 스리톱을 구사하고 있으며, 칼루-베나윤 같은 윙 포워드 자원들을 슈퍼 조커로 활용하며, 유망주 스터리지를 드록바의 후계자로 키우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첼시의 공격진은 거의 포화 상태입니다.

일각에서는 박주영이 첼시로 이적하면 박주영-드록바-아넬카로 짜인 스리톱을 생각하고 있지만, 말루다는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왼쪽 윙어이자 특히 올해들어 특출난 골 실력을 뽐내며 첼시 공격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또한 말루다-아넬카의 백업이 베나윤-칼루 입니다. 베나윤-칼루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받은 공격 자원이고, 첼시의 쟁쟁한 공격 옵션에 가려 후보로 뛰고 있지만 실제로는 어느 팀이든 붙박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잠재 능력이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없는 박주영 보다는 베나윤-칼루가 더 검증된 자원입니다.

그리고 박주영은 스리톱에 적합한 체질이 아닙니다. 4~5년 전 대표팀의 스리톱 체제에서 왼쪽 윙 포워드로 활약했지만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투톱 공격수로서의 역할과 혼란을 빚으며 슬럼프에 빠졌던 악몽이 있습니다. 지금의 박주영은 측면이 아닌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와 공중볼 경합을 벌이며 궂은 역할을 다하는 타겟맨으로 성장했고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만약 첼시로 이적하면 드록바의 경쟁자로 활약하게 됩니다. 문제는 드록바가 여전히 명불허전의 실력을 뽐내는데다 첼시가 그의 후계자로 스터리지를 염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드록바가 선발에서 제외되는 경우에는 아넬카를 중앙으로 올렸고 그게 지난 시즌 후반 이었습니다.

첼시는 세르히오 아궤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 같은 기술력이 뛰어난 공격수의 영입을 원했습니다. 특히 토레스는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가 원했던 공격수 입니다. 하지만 안첼로티 감독은 지난 1월부터 공격수의 영입을 반대했습니다. 스터리지 같은 유망주 공격수를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첼시가 지금까지 공격수 영입을 추진한 것은 구단의 의지였을 뿐, 선수 출전 권한을 쥐고 있는 안첼로티 감독은 기존 공격 자원을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달에 베나윤을 영입했지만 전형적인 공격수는 아닙니다.

물론 박지성이 맨유로 이적했을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할 것으로 여겼습니다. 몸싸움 및 피지컬 부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을 뿐만 아니라 맨유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자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의 맨유는 긱스가 노쇠 기미를 드러낸데다, 긱스의 백업 자리까지 취약했기 때문에 팀 플레이어로 활용할 수 있는 박지성을 영입했습니다. 그런데 박주영의 첼시 이적설은 5년 전의 박지성과는 다른 경우입니다. 만약 박주영이 첼시로 이적하면 두꺼운 공격 자원 때문에 매 경기 출전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습니다. 자존심이 강하기로 소문난 박주영 입장에서는 첼시의 벤치를 원하지 않을것임에 분명합니다.

만약 더 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첼시는 박주영을 마케팅 차원에서 영입하고 있는게 맞습니다.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마케팅 선수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박주영이 그 꼬리표를 떼기가 버거울 수 있습니다. 또한 박주영은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짓지 못했습니다.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또는 2012년 여름에 열리는 런던 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로 출전하여 병역 혜택에 실패하면 2012년 하반기까지 상무에 입대해야 합니다. 첼시가 박주영의 영입을 절실히 바라고 있는지 궁금한 이유입니다. 결과적으로, 박주영의 첼시 이적을 반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