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블루윙즈는 지난달 22일 일본 대표팀 출신 공격수 다카하라 나오히로(31)를 6개월 임대에 영입했습니다. 한때 일본 최고의 공격수로 각광받았고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에서 두각을 떨쳤던 다카하라의 네임벨류는 화려합니다. 하지만 원 소속팀인 J리그의 우라와 레즈에서 감독과의 전술 괴리감 및 골 부진으로 침체에 빠지면서, 수원 임대가 확정될 무렵까지만 하더라도 '퇴물'이라는 비아냥을 받았습니다.
그런 다카하라는 퇴물이라는 우려섞인 시선과는 달리 수원 공격진에서 입지를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31일 광주전과 지난 14일 울산전에서 무난한 모습을 보여줬고, 지난 18일 전북과의 FA컵 8강전에서 2-0 승리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4-1-4-1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하프라인 부근에서 상대 진영까지 전력질주로 드리블 돌파하여 팀의 공격 활로를 개척하고,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거나 교란하며 동료 선수들의 패스 플레이 및 침투 기회를 도왔고, 적극적인 수비 가담에 따른 압박을 펼치며 공수 양면에 걸친 이타적인 활약을 통해 전북의 허리를 제압했습니다.
다카하라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은 수원에게 긍정적입니다. 수원은 4-1-4-1 체제에서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는 편인데, 김두현-백지훈-이상호-마르시오가 그 역할을 도맡았지만 네 명 모두 패스와 드리블을 강점으로 삼는 성향입니다. 반면 다카하라는 상대 수비를 괴롭히며 힘과 체력을 낭비시키는 장점이 있는데다, 공격수 출신으로서 그동안 여러 수비수들과 상대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공격형 미드필더와 차별성이 강한 장점이 있습니다. 신영록-호세모따를 타겟맨으로 세우는 수원 입장에서는 다카하라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이 반가운 요소입니다.
하지만 윤성효 감독은 경기 종료 후 TV 인터뷰를 통해 "(다카하라가) 공격 포인트를 더 기록했으면 좋겠다"며 다카하라의 분발을 바랬습니다. 경기력에 대한 지적이라기 보다는 다카하라가 앞으로 더 좋은 활약을 펼치고 팀 전력의 믿을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애정어린 바람을 피력한 것입니다. 전북전에서 팀 승리에 공헌했지만 지금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거라 믿고 있음에, 윤성효 감독이 다카하라를 신뢰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단서입니다.
분명한 것은, 다카하라는 공격수 입니다. 최근 수원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지만, 상대 수비 성향에 따라 전술이 바뀌면 신영록과 투톱으로 뛸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공격수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J리그에서의 슬럼프를 극복하려면 K리그에서 골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북전에서는 이타적인 플레이에 강한 면모를 보였지만 수원에서의 완전한 성공을 위해서는 골이 필요합니다. 물론 어시스트도 중요하겠지만 공격형 미드필더보다는 '골 넣는 공격수'로서 수원에 공헌할 능력이 있는 선수입니다.
다카하라는 FA컵을 포함한 3경기에서 골과 어시스트가 없었습니다. K리그 적응을 감안하더라도 스탯 관점에서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6개월 임대 기간 동안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심어줘야 임대 만료 후 좋은 조건에서 수원 또는 다른 팀과 계약할 수 있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골을 통한 강렬한 임펙트를 보여줘야 합니다. 경기 내용은 좋지만, 아직은 부족한 2%를 채워야 하는 것이 다카하라의 향후 과제입니다.
수원의 전력적인 관점에서 다카하라에게 골이 필요한 이유는 염기훈-신영록 같은 주력 공격 옵션들이 전형적인 골잡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염기훈은 최근 8경기에서 2골 7도움을 기록했지만 전형적인 어시스터이자 수원의 왼쪽 윙어입니다. 신영록은 골 생산 보다는 골문 앞에서 상대 수비를 위협하면서 포스트 플레이까지 펼치는데 주력하지만 앞으로 더 성장하려면 골이 더 필요합니다. 그리고 호세모따는 윤성효 감독과의 전술적인 괴리감 때문에 벤치 멤버로 밀렸습니다. 다카하라에게 골이 요구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다카하라가 착실한 자세로 경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에 걸쳐 팀 전력에 녹아들려는 자세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입니다. J리그에서 슬럼프에 빠진 선수가 맞는지 의심 될 정도로 부지런하게 경기를 뛰고 있다는 것은 수원 전력에 적지 않은 힘이 됩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강렬한 임펙트를 심어주려면 경기 상황에 따른 이기적인 경기력이 필요합니다. 다른 공격 옵션들이 해결짓지 못할 때 박스 안으로 달려가 슈팅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여 골 기회를 노리는 '미들라이커'의 전형적인 스타일이 앞으로의 다카하라에게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또한 K리그 관점에서 다카하라의 맹활약이 필요한 이유는, 일본인 선수의 K리그 진출 빈도를 가늠하는 결정적 잣대가 다카하라이기 때문입니다. 다카하라가 선전하면 다른 K리그 구단들이 일본인 선수 영입을 눈여겨 볼 것이며 아시아 쿼터 차원에서 영입할 것이 분명합니다.(수원에서는 다카하라가 아닌 리웨이펑이 아시아 쿼터 자격이죠.) K리그가 아시아의 진정한 프로축구리그임을 입증하려면 더 많은 국적의 아시아 선수들이 필요하며 일본 선수 중에서 누군가 자리잡는 것도 옵션이 되어야 합니다.
다카하라의 경기 내용은 긍정적입니다. K리그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동료 선수들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면 더 좋은 경기력을 축구팬들에게 심어줄 것입니다. 과연 다카하라가 자신의 부족한 2%를 채우며 수원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 및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큰 힘을 실어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