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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리버풀의 폴센 영입, 마스체라노 이적을 의미

 

로이 호지슨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이 덴마크 국가대표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는 크리스티안 폴센(30)을 영입했습니다.

리버풀은 12일(이하 현지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덴마크 국가대표로 77경기를 뛰었던 미드필더 폴센이 리버풀에 도착했다"며 폴센의 영입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어 "폴센의 등번호는 28번이며 3년의 계약 기간을 맺었다. 과거 FC 코펜하겐에서 뛰었을 당시 호지슨 감독과 함께 일했다"며 호지슨 감독과의 사제지간 인연을 소개했습니다.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적료는 547만 5천 파운드(약 102억원)이며 두 번에 걸쳐 지급 받으며, 아울러 폴센의 계약기간 성과에 따라 120만 파운드(약 22억원)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폴센은 덴마크의 FC 코펜하겐에서 2년, 독일의 살케04에서 4년, 스페인의 세비야에서 2년, 이탈리아의 유벤투스에서 2년을 보낸 끝에 잉글랜드 리버풀의 홈 구장 안필드에 입성했습니다. 덴마크의 사냥개로 불릴 만큼 유럽에서 상대를 거칠게 다루는 터프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유명합니다. 강렬한 투쟁심과 지치지 않는 체력, 끈질긴 몸싸움으로 상대 플레이메이커를 무너뜨리는 홀딩 능력, 세밀한 태클로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능력이 출중합니다. 투쟁심이 넘치는 홀딩맨을 영입한 리버풀 입장에서는 올 시즌 빅4 진입에 탄력을 얻은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폴센은 2008년 여름 유벤투스 이적 이후 슬럼프에 빠진 끝에 지난해 초 부터 이적설에 시달렸습니다. 덴마크 대표팀에서의 꾸준한 선전과 달리 유벤투스에서는 주춤한 경기력을 일관하며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죠. 그 결과는 유벤투스의 지난 시즌 세리에A 7위 추락의 원인으로 이어져 명가의 자존심을 구겼고 폴센이 스쿼드에서 정리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폴센은 유벤투스에서 슬럼프에 빠진 여파 때문에 남아공 월드컵에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이며 조국의 16강 진출을 공헌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리버풀이 폴센을 영입하려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의 이유가 있습니다. 리버풀 잔류 또는 타팀 이적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의 대체자가 바로 폴센이기 때문입니다. 마스체라노와 폴센은 컨셉이 서로 비슷한 홀딩맨이기 때문에 올 시즌 플랫 4-4-2를 활용할 리버풀 입장에서는 둘 중에 한 명이 계륵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폴센을 영입하면서 마스체라노에 대한 활용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죠. 리버풀은 제라드-루카스를 중앙 미드필더로 포진시킬 것이 분명하며, 몸값이 비싼 마스체라노는 할 수 없이 이적을 시켜야 합니다.

리버풀 입장에서는 마스체라노 이적을 통해 구단의 재정난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리버풀은 마스체라노 이적에 대해서 인터 밀란에 2500만 파운드(약 463억원),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에 1800만 파운드(약 334억원)의 이적료를 제시받은 상황입니다. 인터 밀란에 대해서는 3000만 파운드(약 556억원)를 요구하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되고 말았지만, 최근 바르사가 마스체라노 영입전에 가세하면서 이적이 무르익는 분위기입니다. 바르사가 인터 밀란보다 이적료를 더 적게 제시했다는 점이 리버풀에게 고민이지만, 현재 정황상 마스체라노는 안필드를 떠날 것입니다.

마스체라노의 이적이 설득력을 얻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선수 본인이 리버풀 잔류 의사를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호지슨 감독과의 연락이 두절된 것을 비롯해서, 에이전트를 통해 바르사로 이적하고 싶은 희망이 언론을 통해 공개 됐습니다. 스타 플레이어가 다른 팀 이적설에 시달리면 기존팀에 잔류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지만, 마스체라노는 남아공 월드컵 이전부터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음에도 리버풀 잔류 의사를 표시하지 못했습니다. 잔류가 아닌 이적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잡았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마스체라노의 이적은 가족 영향이 없지 않습니다. 마스체라노 가족들이 잉글랜드의 우중충한 날씨를 싫어하는데다 영어를 못하는 것은 잘 알려진 일입니다. 아르헨티나의 공용어는 스페인어이며, 마스체라노의 바르사 이적설이 대두되는 이유는 가족들이 유럽에 적응하기 쉬운 장소로서 스페인이 적절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인터 밀란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리버풀의 전임 감독이었던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과의 재회는 물 건너갔고, 이제는 바르사 이적이 언제 즈음에 이루어질지 시간 문제가 됐습니다.

바르사 입장에서 마스체라노가 필요한 이유는 야야 투레의 맨체스터 시티 이적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4-3-3의 홀딩맨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마스체라노가 주전으로 자리잡을 보장이 없지만, 지난 시즌의 부스케츠-투레에 이어 부스케츠-마스체라노의 로테이션 체제를 통해 체력을 안배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물론 마스체라노는 인터 밀란으로 이적해도 주전 진입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놓고 캄비아소-모따-스탄코비치와 경쟁하며 잠재적으로 사네티까지 가세합니다. 바르사와 인터 밀란이 마스체라노를 영입하려던 이유는 로테이션 강화와 밀접합니다.

리버풀의 전력적인 측면에서도 마스체라노는 계륵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제라드가 루카스와 호흡이 잘 맞는데다, 루카스가 그동안 '미완의 대기'라는 비판 속에서도 지난 시즌 홀딩 능력이 부쩍 향상되었기 때문에 '제라드-루카스'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올 시즌에 선보입니다. 또한 지난 시즌 초반 리버풀이 플랫 4-4-2를 구사하여 6연승을 거두었을때 제라드-루카스가 주전이었고 마스체라노가 후보였습니다. 여기에 올 시즌 백업 자원으로서 폴센-아퀼라니를 가동할 수 있기 때문에 마스체라노에 대한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리버풀의 폴센 영입은 마스체라노와 작별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