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아시안컵 우승 ,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선전의 기대치를 높이는 경기였습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조광래 감독을 영입하며 '기술 축구' 정착을 향한 힘찬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감독 교체에 따른 전술 변화 때문에 매 순간마다 완벽한 경기를 펼칠수는 없었지만, 전체적인 경기 관점에서는 짜릿하과 화끈한 '공격 축구의 승리' 였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11일 오후 8시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17분 윤빛가람이 최효진의 스로인 상황에서 상대 수비를 트래핑으로 직접 따돌리고 오른발 강슛으로 자신의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쏘아올리는 강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전반 26분 피터 오뎀윈지에게 프리킥 상황에서 헤딩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전반 45분 최효진이 박지성의 스루패스에 이은 왼발 감아차기 슛으로 결승골을 넣으며 조광래 감독에게 대표팀 부임 첫 승을 이끌었습니다.
한국의 경기 초반이 인상 깊었다
한국은 나이지리아전에서 3-4-2-1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이운재를 골키퍼, 김영권-이정수-곽태휘를 3백, 이영표-윤빛가람-기성용-최효진을 미드필더, 박지성과 조영철을 좌우 윙 포워드, 박주영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했습니다. 이운재는 나이지리아와의 전반전을 끝으로 대표팀과 작별하며 김영권-윤빛가람-조영철이 A매치 데뷔전을 치르며 새롭게 성인 무대에서의 경기를 치렀습니다.
우선,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나이지리아전에서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습니다. 경기 시작 18초만에 박지성이 오른쪽 측면에서 왼쪽 공간으로 침투패스를 이어받아 전방 침투를 노렸고, 40초 뒤에는 기성용이 옆쪽에서 원터치 패스를 받아 왼쪽에서 돌파 형태의 반격을 펼치면서 공격의 물꼬를 마련했습니다. 미드필더-좌우 윙 포워드와의 간격을 좁혀 컴펙트한 플레이를 노렸고, 이영표-최효진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에 의한 종 방향 위주의 침투 패스를 여러차례 시도하면서 나이지리아 허리 뒷 공간을 두드렸습니다. 그래서 박스 안으로 접근하고 슈팅하는 작업이 손쉽게 이뤄졌습니다.
전반 초반 및 중반의 수비 조직력도 타이트했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대표팀의 고질적인 수비 불안 해소를 위해 4백에서 3백으로 전환하면서, 미드필더가 철저히 지역을 분담하는 방어 체제를 기반으로 허리에서 강력한 압박을 시도하며 상대의 공격 흐름을 끊는데 주력했습니다. 초반부터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던 나이지리아의 전술적인 약점을 역이용했던 것이죠. 그래서 한국은 허리에서 상대의 패스를 여러차례 끊은 뒤 재빨리 공격으로 전환하여 전방으로 스루패스를 연결하며 상대 수비를 흔들었는데 그 과정이 줄기차게 이어지면서 시원하고 화끈한 공격 축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전반 12분 곽태휘의 헤딩슛은 한국에게 아쉬웠습니다. 기성용이 오른쪽에서 프리킥을 내준것을 곽태휘가 골문쪽에서 공의 궤적을 정확히 읽은끝에 상대 수비를 등지고 헤딩슛을 날렸습니다. 그런데 너무 밑으로 헤딩하는 바람에 공이 그라운드쪽으로 바운드를 튀고 크로스바를 넘기며 상대 골망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정확한 타점에 의한 완벽한 헤딩슛을 날렸다면 월드컵 본선 출전을 앞두고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하차했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윤빛가람-최효진의 A매치 데뷔골, 전반전은 한국의 2-1 우세
한국의 골은 전반 17분에 터졌는데, 윤빛가람이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성공 시켰습니다. 최효진이 오른쪽에스 스로인 했던 것을 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터치하자마자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맞이했죠. 자신을 마크하는 상대 수비를 제치고 슈팅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오른발로 공을 옆쪽으로 돌리면서 재빨리 골문으로 파고들어 과감한 슈팅에 의한 골을 넣었습니다. 윤빛가람은 올 시즌 K리그 신인이자 성인무대 데뷔전을 치렀기 때문에 경험 부족에 대한 약점을 이겨내는 것이 관건 이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선배 선수들과 매끄러운 패스 플레이를 펼치면서 기성용과 함께 경기를 리드하더니 선제골을 뽑으면서 앞으로의 대표팀 행보에 자신감이 붙게 됐습니다.
문제는 전반 26분 상황 이었습니다. 나이지리아의 왼쪽 프리킥 상황에서 한국 수비수들이 문전 앞에서 오뎀윈지를 놓치는 바람에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한국이 전반 24분 공격 점유율에서 65-35(%)로 앞서면서 경기 내내 공격적인 경기를 펼친데다 1-0으로 앞섰고,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이 한국 수비의 고질적인 문제 였습니다. 그런데 나이지리아는 수비보다는 전통적으로 공격에 강점을 두는 팀 이었기 때문에 한국 수비수들의 주의했어야 마땅했습니다. 2분 뒤에는 이운재가 교체되면서 대표팀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마무리 했습니다.
한국은 1-1 이후 소강 상태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이지리아가 한국 선수들에게 뒷 공간에 의한 침투를 내주지 않기 위해 전방 압박 및 측면에서의 견제를 강화하면서 한국의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못했습니다. 전반 30분 이후에는 박지성이 조영철과 스위칭을 하여 오른쪽 공간에서 최효진과 종방향으로 발을 맞추면서 상대 수비를 흔들기 위한 약속된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38분에는 조영철이 나이지리아 미드필더의 침투를 막기 위해 끈질기게 따라붙은 끝에 공을 따내고 전방으로 공을 연결하는 투쟁심을 발휘했습니다. 후방에서 넘어오는 공을 받기 위한 움직임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측면과 중앙을 활발히 오가는 인상깊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박주영 활용 빈도가 허정무호 시절보다 낮아진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박지성과 조영철이 측면에서 중앙쪽으로 활동 폭을 좁히면서 최전방에서 많은 볼 터치를 기록했지만 박주영과 활동 폭이 겹치는 문제점이 나타났죠. 세 선수 사이에서 상대 박스를 공략하는 콤비 플레이를 연마했다면 결정적인 골 기회를 노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약점을 이겨낼 수 있기를 기대해봐야 합니다. 전반 45분에는 박지성이 박스 중앙에서 상대 수비 2명 사이로 파고드는 스루패스를 연결한것이 최효진의 깔끔한 왼발 감아차기 골로 이어져, 한국이 전반전을 2-1로 기분 좋게 끝냈습니다. 최효진은 윤빛가람에 이어 A매치 데뷔골을 성공시켜 대표팀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한국의 일방적인 볼 점유율 우세, 2-1 승리 굳혔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박지성-곽태휘를 빼고 이승렬-홍정호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박지성을 교체한 것은 오는 주말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출전에 따른 체력적인 배려였으며 이승렬-홍정호의 출전은 영건들에게 실전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후반 초반에는 전반전에 이어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나이지리아 진영을 초토화 시켰습니다. 특히 최효진의 활동 폭을 늘리는 공격 전개를 통해 빌드업의 속도를 높이면서 나이지리아의 왼쪽을 완전히 공략했고 그 토대가 전반 3분 기성용의 중거리슛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정수의 후반 8분 패스 미스 장면은 아쉬웠습니다. 왼쪽에 있던 김영권과 패스를 주고 받는 상황에서 상대 공격수의 전방 압박을 받기 직전에 전방으로 롱볼을 올렸는데 이것이 부정확하게 향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공을 높이 올렸지만 좀 더 볼을 간수하면서 오른쪽에 있던 홍정호에게 패스를 연결하고 2선으로 볼을 공급했다면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것이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그런 이정수는 3분 뒤 프리킥 상황에서 골문으로 다가가 헤딩슛을 시도했지만 볼이 골대 바깥으로 향하면서, 남아공 월드컵에서 골을 넣었던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후반 13분 볼 점유율에서 70-30(%)로 일방적으로 앞서는 경기 운영을 펼쳤습니다. 조광래호가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스페인 축구가 점유율로 승부수를 띄우는 것 처럼, 한국은 높은 점유율을 기반으로 활발히 공격을 시도하며 변함없이 골 기회를 노렸습니다. 15분에 박주영이 골문에서 오른발 발리슛을 시도하면서 상대 수비수의 오른발 축구화 스파이크에 얼굴을 찍히는 아찔한 상황이 있었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공격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여러차례의 공격 시도 속에서도 워낙 많이 뛰는 바람에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공격 완성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후반 18분 기성용 대신에 백지훈을 교체 투입하여 미드필더진의 체력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카드를 꺼냈습니다. 백지훈의 투입은 미드필더진의 기동력이 살아나고 패스가 간결해지는 토대로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이영표가 측면과 중앙을 활발히 오가며 패스와 크로스를 골고루 배급했고, 최효진이 오른쪽 측면을 종횡무진하면서 좌우 윙백들의 활달한 움직임이 빛을 발했습니다. 후반 23분 박주영, 24분 조영철의 슈팅 정확도 및 자세의 부실함으로 추가골 기회를 놓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백지훈의 교체 투입에 따른 경기 흐름 변화는 대표팀에게 플러스가 된 것이 분명합니다.
한국은 후반 28분 박주영을 빼고 김보경을 투입하여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했습니다. 이승렬이 원톱, 백지훈-조영철이 좌우 윙 포워드를 맡고 김보경이 윤빛가람과 중앙 미드필더를 소화하는 포지션 변신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정수가 근육경련으로 그라운드에서 쓰러지면서 후반 32분 조용형과 교체되었고, 3분 뒤에는 나이지리아 수비수 에네지가 갑자기 오른발에 쥐가 나면서 경기가 잠시 중단 됐습니다. 날씨가 덥고 습도가 높다보니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힘들게 경기를 운영했고 막판까지 소강 상태가 이어진 끝에 2-1 승리를 굳혔습니다.
나이지리아전은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에서 선보일 색깔이 어떤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조직력과 체력을 강점으로 삼는 한국 축구의 장점에서 스페인식 기술 축구를 접목시켜 공격 전개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조광래 감독의 지향점임을 나이지리아전에서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더운 날씨 때문에 후반 중반부터 집중력 및 체력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경기 초반부터 점유율과 침투 패스의 비중을 늘리는 공격 축구를 앞세워 상대 수비 진영을 흔든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조광래호는 나이지리아전 2-1 승리를 통해 첫 단추를 잘 꿰며 앞으로의 긍정적 행보에 탄력을 얻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