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부터 첼시의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했던 히카르두 카르발류(32)가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로 전력 이적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조세 무리뉴 감독이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하는 팀으로써 두 사람이 같은 팀에서 재회하게 됐습니다.
첼시와 레알은 1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카르발류의 이적을 공식 발표 했습니다. 첼시 홈페이지에서는 "메디컬 테스트에 따라 이적이 결정될 것이며 6년간 뛰었던 카르발류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미래에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며 카르발류가 떠나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레알 홈페이지에서도 카르발류 영입 소식을 밝히면서 "계약 기간은 2년이다. 무리뉴 감독과 함께 FC 포르투에서 2002/03시즌 UEFA컵(지금의 유로파 리그), 2003/0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루면서 2004년 첼시로 이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르발류의 레알 이적은 첼시에게 직접적인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존 테리와 호흡을 맞추면서 거친 대인방어를 자랑했던 선수가 갑작스럽게 팀에서 떠났기 때문입니다. 오는 주말 2010/11시즌 프리미어리그 첫 경기를 치러야 하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입장에서는 수비 조직력을 새롭게 다듬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카르발류의 백업인 알렉스가 지난달 말 오른쪽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테리-이바노비치 센터백 조합에 페레이라를 오른쪽 풀백으로 배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첼시 입장에서는 카르발류의 이적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습니다. 카르발류는 올해 나이 32세로서 점점 나이가 쌓이고 있습니다. 첼시는 그동안 주축 선수들이 노령화 되었다는 비판을 받으며 세대교체에 대한 의지를 잃지 않았고, 올해 여름 조 콜-발라크-데쿠-벨레티 같은 노장들을 방출 시켰는데 그 다음이 카르발류 였습니다. 물론 카르발류는 팀의 주전 센터백이지만 전성기가 지난 상태에서 올 시즌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은 불안 요소가 있기 때문에 첼시가 시의적절하게 정리 했습니다.
첼시가 카르발류의 레알 이적을 수용한 것은 오른쪽 풀백 조세 보싱와의 복귀가 점점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싱와는 지난해 10월 17일 애스턴 빌라전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한 이후 아직까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첼시의 주전 오른쪽 풀백으로 활약했습니다. 정상적으로 복귀하면 이바노비치를 센터백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작용합니다. 오른쪽 풀백은 페레이라와 보싱와의 주전 경쟁 구도가 진행 될 것이라는 이야기죠. 또한 카르발류의 이적은 브라질출신 센터백 다비드 루이스(벤피카)를 반드시 영입하겠다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반면 레알은 카르발류 영입을 우선 순위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애슐리 콜(첼시) 더글라스 마이콘(인터 밀란) 같은 공격과 수비 능력이 모두 출중한 풀백의 영입을 원했죠. 하지만 두 선수의 영입 과정이 순탄치 않은데다 첼시와 인터 밀란이 거부 의사를 표시하면서 전력 보강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특히 마이콘을 영입하려는 과정에서 선수의 에이전트측과 이적료를 둘러싼 대립각을 세우면서 관계가 틀어졌습니다. 그래서 마이콘 영입에 더 이상 무리수를 두지 않으려했고 센터백 보강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레알은 페페-알비올로 짜인 센터백 라인을 구성하는 팀이지만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의 푸욜-피케 조합에 비해 무게감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는 38경기 35실점을 기록하며 2008/09시즌의 52실점보다 더 나은 수비력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지난 시즌 24실점에 그치는 가공할 방어 능력을 자랑했고 레알은 여전히 수비력 강화가 필요했던 상태였습니다. 더욱이 페페는 거친 파울에 따른 퇴장 징계 및 부상 여파 때문에 거의 매 경기에 선발 출전하는데 어려움을 겪은데다 최근 종아리를 다쳤습니다.
그래서 무리뉴 감독은 레알 사령탑 부임 이후 수비형 미드필더, 수비수를 각각 1명씩 영입할 것이라며 수비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시사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독일의 3위를 이끈 사미 케디라를 영입했고 나머지 수비수 1명은 카르발류 였습니다. 카르발류의 나이가 많다는 점은 레알에게 부담이겠지만 페페의 확실한 대안을 마련했다는 점은 무리뉴 감독에게 득이 따를 것입니다. 더욱이 카르발류가 유럽 최고의 센터백 중 한 명인데다 해당 선수가 그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면 레알의 수비력 강화 및 우승 행보에 큰 도움이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카르발류의 이적이 의미하는 또 하나의 이슈는, 레알이 올 시즌 여름 이적시장 행보에 있어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결번이었던 등번호 2번의 적임자(카르발류)를 찾으면서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할 등번호 1번부터 25번까지의 스쿼드를 모두 편성했습니다. 기존 선수를 다른 팀에 이적시켜 또 다른 선수를 영입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지금까지는 25인 엔트리를 모두 구성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이적 및 영입을 추진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런 카르발류는 다시 한 번 무리뉴 감독과 함께 손을 잡으며 레알의 영광을 이끌게 됐습니다. 2001년 부터 2004년까지 포르투에서 챔피언스리그 및 UEFA컵, 포르투갈 수페르리가 우승을 합작했습니다. 그 이후 첼시에서는 두 번의 프리미어리그-칼링컵 우승을 함께하면서 유럽 최정상급 센터백으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무리뉴 감독과 세번째로 인연을 맺게 된 카르발류의 행보가 과연 자신과 스승, 그리고 레알의 영광으로 귀결될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