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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알의 케디라 영입, 챔스 우승 탄력 붙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이 통산 10번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독일의 미드필더 사미 케디라(23)를 영입했습니다. 케디라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독일의 3위를 이끈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맹활약을 펼쳤으며 미하엘 발라크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던 선수입니다.

레알은 30일(이하 현지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레알과 슈투트가르트는 케디라의 이적에 동의했다. 케디라는 향후 5시즌 동안 레알에서 뛰게 됐다"는 공식 발표를 했습니다. 독일 일간지 <빌트>에 따르면 케디라의 이적료는 1400만 유로(약 216억원)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케디라는 그동안 레알과 첼시의 러브콜을 받아 자신의 진로를 고민한 끝에 결국 무리뉴 감독의 품에 안았습니다.

우선, 레알 입장에서 케디라의 영입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한 발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레알은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9회)을 자랑하지만 최근 6시즌 연속 16강에서 주저앉았고 프리메라리가에서는 바르사에게 두 번 연속 우승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호날두-카카-알론소-벤제마 영입 등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며 우승의 열망을 태웠지만 수비 밸런스의 완성도가 부족한 약점을 이기지 못하면서 무관에 그쳤습니다.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강점으로 삼는 무리뉴 감독에게 있어 포백과 중원에 대한 체질 개선이 불가피 했습니다.

특히 케디라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발라크의 발목 부상 공백을 완전히 떨쳤던 수비형 미드필더입니다. 왕성한 움직임과 안정된 수비 밸런스를 앞세워 독일의 중원을 견고하게 지켰습니다. 상대 공격을 적극적으로 끊는 세밀함을 강점으로 삼고 있으며 지능적인 위치선정과 커버 플레이를 통해 살림꾼 역할을 충실히 도맡습니다. 189cm의 장신으로서 공중볼 처리에 능하며 다부진 피지컬을 자랑합니다. 특히 월드컵 8강 아르헨티나전에서는 리오넬 메시를 꽁꽁 묶으며 팀의 4강 진출을 견인했습니다. 메시가 레알의 철천지 원수인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에이스여서 레알과 무리뉴 감독의 시선을 사로 잡았습니다.

그런 케디라가 레알의 주전으로 자리잡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레알이 알론소-라스(=라사나 디아라)로 짜인 더블 볼란치를 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라스가 지난 시즌 무릎 부상 및 슬럼프 여파로 주춤했다는 것은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더의 영입 필요성이 절실했던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 후반에는 페르난도 가고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벤치를 지켰고 장염 통증까지 겹쳐 남아공 월드컵 출전이 무산 됐습니다. 라스의 올 시즌 맹활약을 장담할 수 없는 현 시점에서는 주전급 선수로 활약할 새로운 중원 옵션이 필요 했습니다.

더욱이 레알의 중원에는 무리뉴 감독의 전술 능력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옵션이 부족합니다. 무리뉴 감독은 포백 위에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세우는 전술을 선호하며 경기 상황에 따라 세 명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레알은 알론소-라스-가고-디아라를 가동할 수 있지만 9개월의 장기 레이스를 치르기에는 선수층이 얇습니다. 더욱이 라스는 지난 시즌 폼이 떨어졌고, 가고는 무리뉴 감독이 선호하는 투쟁적인 컨셉이 아니라는 점, 디아라는 고질적으로 공격 전개가 부족한 점이 문제였습니다. 세 선수의 불안 요소를 놓고 보면 주전급 홀딩맨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무리뉴 감독은 레알 사령탑 부임과 동시에 홀딩맨을 영입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알론소가 수비 부담을 느끼지 않고 경기 내내 쉴새없이 패스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공격력이 뒷받침되는 홀딩맨의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케디라는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승부를 내는 타입이며 알론소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라스가 평소의 폼을 되찾으면 '케디라vs라스'의 주전 경쟁 구도가 치열하게 전개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시나리오를 통해 중원의 퀄리티를 높이겠다는 것이 무리뉴 감독의 의도입니다.

물론 케디라는 홀딩맨을 비롯 박스 투 박스 역할까지 가능합니다. 공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공격 옵션들의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를 도왔으며 빠른 수비 전환으로 상대 플레이메이커의 발을 묶는 것이 특징입니다. 강력하고 집요한 압박으로 상대 공격 옵션을 무너뜨리면서 공격시에는 빠른 역습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무리뉴 감독의 전술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옵션으로 적절합니다. 레알은 호날두-카카-디 마리아-이과인 같은 역습에 강한 공격 옵션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이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미드필더가 필요했는데 결국 케디라로 낙점 됐습니다.

케디라의 레알 이적은 알론소에게 호재가 될 것입니다. 알론소는 정확한 패싱력을 강점으로 삼으면서 리버풀에서 숙성된 선 굵은 스타일까지 겸비한 공격 옵션이자 지난 시즌에는 중원에서 궂은 역할을 성실하게 도맡았습니다. 공수 양면에 걸친 맹활약을 펼쳤다는 점은 역의 관점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경기를 치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리뉴 감독은 안정된 밸런스를 구축하기 위해 알론소의 수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케디라를 데려왔죠. 알론소-케디라 조합이 얼마만큼 호흡이 맞을지가 관건이지만 서로의 상호작용을 강화시킬 수 있는 조합이 될지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케디라가 남아공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메시 봉쇄에 성공했다는 점은, 두 시즌 연속 바르사에게 눌린 레알의 우승 욕구를 힘껏 드높이기에 충분합니다. 레알이 올 시즌 우승하려면 반드시 바르사를 넘어야하고 메시를 제압해야 하기 때문에 케디라에 시선이 모아질 수 밖에 없었죠. 그런 레알은 케디라 영입을 통해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과연 케디라가 무리뉴 감독의 성공을 도와줄 믿음직한 존재로 거듭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