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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 영입 종료' 맨유의 4가지 고민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탈환 및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꿈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의외의 카드를 꺼냈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일찌감치 선수 영입을 종료하겠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 여러명의 걸출한 축구 스타들이 맨유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음을 상기하면 퍼거슨 감독의 결단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2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해외 축구 사이트 <트라이벌 풋볼>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스쿼드를 보강하지 않을 것이다.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크리스 스몰링을 오프 시즌에 데려왔기 때문에 더 이상 이적 대상 선수가 없다"며 이적 시장을 통한 선수 영입 작업이 종료되었음을 밝혔습니다. 에르난데스-스몰링 같은 젊은 나이의 이적생들과 기존 스쿼드를 믿고 2010/11시즌에 대비하겠다는 것이죠.

그런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7월 중순에도 선수 영입 종료를 선언하며 이적 시장에서 더 이상 선수를 보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레알 마드리드로 보내면서 8600만 파운드를 받았지만 대형 선수 영입에 투자하지 않고 자금을 아꼈습니다. 구단이 재정난을 겪는데다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같은 부자 구단들이 이적 시장에서 많은 돈을 지출하면서 이적 대상 선수들의 몸값이 오른것이 맨유를 부담스럽게 했습니다. 그 흐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여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문제는 맨유 전력에 있어 적잖은 고민 거리로 떠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선수 영입을 종료한 맨유의 첫번째 고민은 우승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습니다. 맨유는 지난해 여름 호날두-테베스를 잃으면서 공격의 파괴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었고 루니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시즌 후반에는 루니의 발목 부상 공백을 이겨내지 못한 끝에 첼시에게 역전 우승을 허용하면서 대형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던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남아공 월드컵 이후 스네이더르-필립 람-수아레스-아난-외질 같은 월드컵 스타들의 영입설에 직면했지만 퍼거슨 감독은 에르난데스-스몰링 같은 영건 이적생들에 만족하며 이적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문제는 대형 선수를 영입하지 않으면서 우승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게 됐습니다. 맨유는 최근 6시즌 중에 5시즌 동안 첼시와 치열한 우승 경합을 벌였습니다. 첼시는 스쿼드의 고령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체질개선에 돌입하면서 조 콜-발라크를 방출하고 베나윤을 영입한데다 여러 명의 대형 선수를 물색중인 상황입니다. 챔피언스리그로 눈을 돌리면 '스페셜 원' 무리뉴 감독을 영입한 레알 마드리드, '천하무적' FC 바르셀로나가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며 인터 밀란의 디펜딩 챔피언 위용도 만만찮을 것입니다. 지난 시즌과 스쿼드 퀄리티가 비슷한 맨유의 우승 과정이 험난할지 모릅니다.

빅 클럽에게 있어 우승은 필수입니다. 빅 클럽은 리그 2~3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 보다는 매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둡니다. 특히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대표적입니다. 우승을 해야 많은 축구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고 좋은 이미지를 얻게 됩니다. 맨유는 90년대 중반부터 여러 차례의 우승을 통해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독보적인 행보를 그렸기 때문에 어떤 대회든 우승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형 선수 영입이 저조한 상황에서 프리미어리그 및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우승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죠.

두번째 고민은 골키퍼 판 데르 사르의 대체자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판 데르 사르의 올해 나이는 40세입니다. 골키퍼는 필드 플레이어보다 더 오랫동안 뛸 수 있기 때문에 판 데르 사르가 불혹의 나이에도 빅 클럽의 주전 선수로 뛸 수 있었지만, 문제는 어느 순간 부터 순발력이 저하되고 킥력이 불안해지는 노쇠화가 나타날지 모릅니다. 그 시점이 올 시즌이라면 맨유의 우승 행보는 어렵게 됩니다. 지난 시즌 초반 벤 포스터(현 버밍엄 시티)가 결정적인 선방 실수를 거듭했다는 점에서 판 데르 사르의 슬럼프가 우려됩니다. 물론 판 데르 사르는 지금도 건재하지만 언제 어느 시점에서 흔들릴지 알 수 없습니다.

맨유는 그동안 판 데르 사르의 대체자를 영입하기 위해 여러 명의 골키퍼들을 저울질 했습니다. 하지만 이적 시장에서의 선수 영입을 종료하면서 앞으로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적임자를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판 데르 사르의 2인자 쿠쉬착은 4년 동안 맨유 벤치를 지켰기 때문에 시즌 내내 꾸준한 선방을 과시할지 미지수입니다. 띄엄띄엄 경기에 출전하다보니 기복이 심했던 문제점이 있습니다. 골키퍼는 많은 실전 경험을 치르면서 위기 상황에 대비하는 판단력이 중요하지만 쿠쉬착에게 그런 부분이 부족합니다. 5년 전 판 데르 사르 영입 이전까지 '골키퍼 잔혹사'에 시달렸던 지난날의 행보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세번째 고민은 다 실바 형제의 성장을 믿기에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맨유는 에브라-오셰이로 짜인 좌우 풀백으로 파비우-하파엘 다 실바 형제를 백업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여론에서 불거졌던 박지성-필립 람 트레이드설의 신빙성이 낮은 이유는 맨유가 두 명의 영건을 키워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파엘은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과의 8강 2차전에서 경험 부족에 따른 카드 관리 실패로 팀 전력에 치명타를 입히는 퇴장을 당하면서 맨유의 탈락을 원인 제공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의 수비 대처 능력이 취약하며 상대 측면 옵션의 빠른 돌파에 의해 뒷 공간이 쉽게 허물어집니다. 문제는 파비우도 하파엘처럼 수비력에 결함이 있습니다.

파비우-하파엘은 공격 성향의 브라질 출신 풀백이기 때문에 아직은 유럽 무대에서 완전히 정착하기 위한 수비력 및 커버 플레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성장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맨유 입장에서는 두 선수의 기량이 숙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몇몇 경기 혹은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두 선수의 실수로 발목이 잡힐지 모를 계산을 안고 경기를 치러야 합니다. 두 선수의 성장을 위한 인내가 중요하지만 '우승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하면 에브라-오셰이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세대교체 속도가 느려집니다. 맨유는 파비우-하파엘을 키워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 댓가가 하파엘의 뮌헨전 퇴장처럼 혹독할지 모를 일입니다.

네번째 고민은 플래쳐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맨유 중앙 미드필더들의 행보를 하나씩 살펴보면 올 시즌은 플래쳐 어깨에 짊어질 짐이 많습니다. 은퇴를 앞둔 스콜스는 체력 및 활동 폭 저하에 시달리고 있으며, 캐릭은 지난 시즌 패스 미스 남발에 따른 슬럼프에 빠지면서 공수 밸런스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데르손은 십자인대 부상 후유증을 안고 실전에 투입되는데다 부상 이전까지 극심한 경기력 부진에 빠졌던 불안 요소가 있으며 하그리브스는 여전히 부상 악몽에 시달리는 상황입니다. 깁슨은 중앙 미드필더로서 경기 운영 및 전반적인 공격 능력이 미숙하며 수비시의 압박에서도 큰 힘을 실어주지 못합니다.

맨유가 이적시장에서 수준급의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했다면 이 같은 불안 요소는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선수 영입 종료를 철회하고 다시 이적 시장에 뛰어들면 틀림없이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할지 모릅니다. 공교롭게도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달성했던 2006년 부터 2009년까지 스콜스-캐릭조합의 견고하고 짜임새 넘치는 공수 밸런스를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두 선수 모두 흔들리고 안데르손이 힘을 실어주지 못한 끝에 맨유의 성적이 이전보다 떨어졌습니다. 플래쳐 이외에는 믿을만한 중앙 미드필더가 없는 현 시점에서 우승을 쉽게 낙관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