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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스페인vs독일, 결정적 승부처 5가지는?

 

미리보는 결승전으로 봐도 손색이 없었던 '무적함대' 스페인과 '전차군단' 독일의 팽팽한 접전은 결국 무적함대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스페인은 2010 남아공 월드컵 4강 독일전에서 후반 28분 카를레스 푸욜의 헤딩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패스 게임의 강점을 살리며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장악했고 골에 대한 집념까지 포기하지 않은 끝에 월드컵 사상 첫 결승 진출의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독일전에서의 기세라면 월드컵 우승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반면 독일은 스페인전 이전까지 본선 5경기 13골의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나 무적함대를 상대로 공격의 강점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골 넣는 공격축구로 재미를 봤지만 스페인을 상대로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던 것이 오히려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는 역효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체력저하까지 겹치면서 경기를 거듭할 수록 페이스가 좋지 않았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우승을 노렸던 독일 축구의 꿈은 4년 뒤 브라질 월드컵을 기약해야 합니다. 두 팀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던 결정적 승부처 5가지를 꼽아 봤습니다.

1. 스페인, 토레스 선발 제외-페드로 선발 투입 성공적

스페인은 독일전에서 토레스를 선발에서 제외하고 비야를 원톱으로 올리면서 왼쪽 윙어에 페드로를 투입하는 작전을 펼쳤습니다. 토레스가 잦은 사타구니 부상 여파로 폼이 떨어지면서 월드컵 5경기 무득점에 시달렸던 것이 스페인의 공격력을 떨어뜨렸던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죠. 최전방에서 번번이 고립되면서, 실질적으로 10-11의 수적 열세를 딛고 경기를 치르는 부담감이 가중됐습니다. 그래서 델 보스케 감독은 독일전에서 토레스를 벤치로 내리는 결단을 내립니다. 비야는 지금까지 왼쪽 윙어로 활약했지만 골을 넣어야 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원톱으로 기용 될 필요가 있었죠.

토레스의 선발 제외, 비야의 원톱 전환보다 더 성공적이었던 카드는 페드로의 선발 투입 이었습니다. 독일 오른쪽 풀백 람과 매치업을 벌이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람과의 직접적인 대결보다는 측면과 중앙을 부지런히 오가며 사비의 공격 부담을 덜어줬던 것이 케디라의 뒷 공간을 공략하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후반전에는 오른쪽 측면으로 스위칭하면서 보아탱쪽을 맹렬하게 흔들었고, 경기 내내 독일 진영에서 위협적인 드리블 돌파와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를 펼친 끝에 전차군단의 기세를 무너뜨렸습니다. 후반 막판 무리한 골 욕심이 아쉬웠지만 결과적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2. 독일의 뮬러 공백, 너무 뼈아팠다

독일이 스페인전 이전까지 월드컵 5경기에서 13골을 넣을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4골 3도움을 책임졌던 뮬러가 있었습니다. 뮬러는 오른쪽 윙어로서 과감한 공격 침투에 이은 정확한 골 결정력 및 탁월한 볼 배급에 힘입어 독일의 골 넣는 공격축구를 주도했습니다. 그런데 뮬러가 경고 누적으로 스페인전에 결장하면서 전차군단의 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습니다. 트로호프스키 뮬러의 공백을 메웠으나 카프데빌라에게 봉쇄당한 끝에 후반 16분 교체되었고, 오른쪽 윙어로 투입된 크루즈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날 독일의 문제점은 공격 옵션끼리의 좌우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져 있었습니다. 왼쪽에서 라모스-알론소, 오른쪽에서 카프데빌라-부스케츠의 협력 수비를 피하기 위해 측면 깊숙한 곳에서 공을 잡으려다보니 외질-클로제와의 간격을 좁히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죠. 무엇보다 트로호프스키의 과감함 부족이 아쉬웠습니다. 상대팀 선수에게 공을 빼앗기더라도 스페인 후방으로 깊숙하게 침투했어야 하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펼쳤어야 했는데 상대 수비의 집중적인 공세에 약한 고질적인 약점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뮬러처럼 상대 수비의 빈 틈을 노려 공격을 펼치는 타입의 성향이 있었다면 독일의 공격 전개가 순탄하게 풀렸을지 모를 일입니다.

3. '패스-활동량 1위' 사비 vs 부스케츠에게 봉쇄당한 외질

스페인과 독일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던 결정타는 두 팀 플레이메이커들의 활약상 이었습니다. 스페인의 사비는 양팀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패스(106개, 92개 성공으로 패스 정확도 86.8%) 및 활동량(12.321km)를 기록하여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경기 MVP에 선정 됐습니다. 세계 최고의 '패스 메이커' 답게, 경기 내내 부지런히 패스를 연결하며 동료 공격 옵션들에게 부지런히 골 기회를 엮었습니다. 이러한 사비의 맹활약은 스페인이 점유율을 높이고 독일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밑바탕으로 작용했습니다.

독일의 외질은 8강 아르헨티나전까지 신들린 공격력을 과시했지만 스페인전에서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슈바인슈타이거-케디라로 짜인 독일의 더블 볼란치가 스페인과의 허리 싸움에서 밀렸던 아쉬움도 있었지만, 독일의 공격 부진을 만회하려면 플레이메이커로서 상대 수비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강렬한 임펙트가 요구 되었습니다. 하지만 외질은 경기 내내 부스케츠에게 봉쇄당했고 후반전에는 체력마저 떨어지면서 상대팀 공격 지역에서 볼을 터치하는 횟수가 점점 줄었습니다. 여기에 움직임마저 둔해지면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끝에 독일의 패배를 막지 못했습니다.

4. 수비에서도 스페인의 압승, 숨은 MVP는 부스케츠

독일은 전반전까지 스페인의 공격을 족쇄처럼 막아냈습니다. 중원이 뚫리는 어려움 속에서도 수비수들이 라인 컨트롤을 매끄럽게 유지하면서 비야를 비롯한 상대 공격 옵션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죠. 하지만 후반 초반 보아탱이 갑작스럽게 흔들리면서 후반 시작 6분만에 교체되더니 상대팀에게 박스 안쪽 침투를 허용하면서 여러차례 슈팅 기회를 허용하는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스페인 선수들의 슈팅이 골문 바깥으로 향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겼지만 후반 28분 코너킥 상황에서 푸욜의 헤딩슛 한 방에 무너졌습니다.

반면 스페인의 수비는 경기 내내 견고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독일 공격 옵션들이 뮬러 공백을 스스로 이겨내지 못했던 탓에 클로제-외질-포돌스키 봉쇄 작업이 한결 쉬웠습니다. 무엇보다 부스케츠의 맹활약이 컸습니다. 독일이 오른쪽에서 공격을 펼치면 카프데빌라와 협력 수비망을 형성하여 상대의 침투를 견제했고,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외질을 따라다니며 독일 공격의 숨통을 끊는데 주력했습니다. 포돌스키-클로제는 공격 작업 과정에서 스스로 체력 저하를 이겨내지 못했으니 부스케츠의 기여도가 컸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사비가 MVP라면 부스케츠는 숨은 MVP 였습니다.

5. 골에 대한 집념 vs 느린 공격 전환

스페인은 독일과의 점유율에서 51-49(%)로 근소하게 앞섰지만, 슈팅 숫자에서는 13-5(유효 슈팅 8-3, 개)의 압도적인 우세를 점했습니다. 전반전에는 상대 포백을 공략하지 못했던 아쉬움 속에서도 슈팅 숫자에서 6-1(유효 슈팅 2-1, 개)로 앞섰습니다. 축구는 상대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어야 승리하는 스포츠라는 원리가 철저하게 인지되었기 때문에 경기 내내 골에 대한 집념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후반전에는 상대 박스를 공략하는 전술적인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페드로-사비-이니에스타가 쉴새없이 공격 침투를 펼친 끝에 독일의 경기 흐름을 무너뜨렸습니다.

반면 독일은 선 수비-후 역습을 컨셉으로 삼았음에도 역습 상황에서의 공격 전환이 느렸습니다. 효율적인 역습을 펼치려면 상대 수비를 끊을때의 역습이 빠르게 진행되고 정확한 볼 처리가 필요하지만 독일 선수들은 경기를 거듭할 수록 체력 저하로 힘에 부쳤습니다. 스페인의 미드필더들이 공격쪽에 쏠리는 경기 운영을 펼쳤음을 상기하면 상대 허리 뒷 공간을 파고들 수 있는 역습을 노릴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전 직전까지 부상으로 신음했던 케디라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으며, 포돌스키-외질-클로제의 몸은 평소보다 무거웠습니다. 독일의 스페인전 무득점이 당연한 결과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