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첼시의 2010/11시즌 목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입니다. '조만장자'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2003년 여름 구단을 인수하면서 유럽 제패를 위해 선수 영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했지만 아직까지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성공한 만큼, 다음달에 다가올 2010/11시즌에는 유럽 챔피언을 위해 분발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첼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쿼드의 노령화입니다. 지난 시즌 첼시 주전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30.27세 였습니다. 축구 선수의 전반적인 운동 능력과 스피드, 체력이 저하되는 평균적 시점이 27~28세 무렵임을 상기하면 앞으로의 성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인터 밀란의 벽을 넘지 못했던 원인은 그동안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엄청난 체력을 소모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못했습니다. 첼시가 시즌 후반에 오름세를 나타낸 것은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치르지 않았던 체력적인 여유 때문입니다.
문제는 첼시의 기존 선수층을 대체할 수 있는 영건 자원이 빈약합니다. 첼시의 주축 선수중에서 젊은 편에 속하는 25세의 살로몬 칼루, 23세의 존 오비 미켈은 실질적으로 백업 자원입니다. 21세의 다니엘 스터리지가 안첼로티 체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디디에 드록바를 대체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무게감이 부족합니다. 첼시가 앞으로도 유럽 제패를 내다보려면 월드 클래스급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영건들이 여럿 배출되어야 합니다.
또한 첼시는 마땅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없습니다. 지난 시즌 4-4-2 다이아몬드 체제에서 4-3-3으로 전환했던 이유는 미하엘 발라크(현 레버쿠젠)의 기동력 부족도 있었지만 가장 결정적 배경은 공격을 지휘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조 콜(첼시에서 방출됨), 데쿠(방출 유력)가 안첼로티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프랭크 램퍼드는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보다는 프리롤 역할을 즐기면서 골을 노리는 미들라이커 타입이기 때문에 다이아몬드의 꼭지점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지난 시즌에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첼시는 그동안의 문제점을 만회하기 위해 독일의 축구 천재 메수트 외질(22, 브레멘)의 영입을 노리고 있습니다. 외질은 측면 미드필더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자신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과시했고 팀의 공격을 스스로 바꿔놓는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비록 4강 스페인전에서 사비 이니에스타에게 판정패를 당했지만 독일 축구가 4강에 올라오기까지 기술적이고 역동적인 축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외질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적어도 10년 동안 세계 축구를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는 기질이 넘쳐흐르기 때문에 첼시의 색깔까지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외질은 첼시 이외에도 맨유, 맨시티, 아스날, 유벤투스, 인터 밀란, FC 바르셀로나 같은 다른 빅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년 여름 브레멘과의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올해 여름 및 내년 1월 이적시장을 통해 다른 팀으로 옮겨야 브레멘이 엄청난 이적료 수익을 챙길 것입니다. 브레멘이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만큼, 외질이 다른 팀 소속으로서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경기에 출전하려면 사실상 올해 여름에 이적해야 합니다. 그래서 외질을 영입하려는 빅 클럽의 경쟁이 치열할 것입니다.
그런데 외질 영입에 있어 확실한 주도권을 쥐고 있는 팀은 첼시입니다. 맨유-아스날은 외질을 영입하기에는 재정적인 한계가 있을 것이며, 맨시티는 다비드 실바의 가세로 공격 자원이 두껍기 때문에 외질이 적응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유벤투스는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고, 인터 밀란은 에토-스네이더르-판 더프로 짜인 2선 미드필더들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으며, 바르셀로나는 사비-이니에스타를 보유하면서 세스크 파브레가스까지 노리고 있습니다. 첼시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거금을 퍼부을 계획이기 때문에 외질 영입에 유리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첼시는 오랫동안 공격형 미드필더 영입을 원했습니다. 카카 영입을 위해 2년 동안 구애를 펼쳤던 것이 그 예죠. 지난해 여름에는 카카가 레알 마드리드로 팀을 옮기면서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인 안드레아 피를로(AC밀란)까지 데려가려고 했습니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프랑크 리베리(이상 바이에른 뮌헨) 라파엘 판 더르 파르트(레알 마드리드) 세르히오 카날레스(라싱 산탄데르)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할 수 있는 선수들에게 영입 관심을 보였던 것도 같은 맥락 입니다.
안첼로티 감독은 4-3-3보다는 미드필더를 다이아몬드 형태로 놓는 4-4-2를 선호하며, AC밀란에서는 측면 미드필더를 두지 않는 4-3-1-2를 적극 활용 했습니다. 그 정점에 있던 선수가 카카였습니다. 카카에게 프리롤 형태의 움직임을 주문하면서 유연한 볼 전개를 통해 팀 공격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겼죠. 여기에 카카는 안정적인 볼 키핑을 통해 상대 선수들의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았고, 감각적인 발재간과 턴 동작을 섞은 빠른 드리블 돌파로 상대 문전을 흔들며 골을 넣는 파괴력을 발휘했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이 AC밀란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카카라는 축구천재를 보유했던 점이 작용합니다.
하지만 첼시에서는 카카같은 존재가 없습니다. 램퍼드의 기량은 월드 클래스지만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 타입이 아니며 지난 시즌 초반 다이아몬드 체제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고립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왼쪽 인사이드 미드필더에 적합합니다.) 조 콜과 데쿠까지 안첼로티 감독에게 불합격 판정을 받았으니 새로운 공격형 미드필더가 필요합니다. 외질은 카카의 AC밀란 시절을 자극할 수 있는 잠재적인 천재성이 있다는 것을 남아공 월드컵에서 충분히 입증했기 때문에 첼시가 영입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과연 외질이 안첼로티 감독의 기대에 부응속에 '첼시판 카카'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앞으로의 이적시장 행보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