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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 리버풀 이적보다 볼턴에 잔류하기를

 

'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은 지난 봄 부터 리버풀 이적설로 주목을 받았던 선수였습니다. 2009/10시즌 볼턴에서의 감각적인 드리블 돌파와 정교한 볼 배급, 날카로운 슈팅을 앞세워 팀 공격의 활기를 불어넣으며 팀의 에이스로 떠올랐고 다른 팀들의 관심과 시선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래서 볼턴 인근에 소재한 리버풀이 이청용 영입을 염두하게 됐습니다.

리버풀이 이청용을 원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구단주의 재정난으로 대형 선수를 영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팀의 주축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영건 영입의 필요성이 뚜렷해졌습니다. 둘째는 리버풀의 스폰서로 참여한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 차터스>가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아시아 선수 영입을 염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 가지의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선수가 바로 이청용입니다. 물론 두번째 이유는 지난 봄에 루머로 그쳤지만, 구단의 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아시아 선수 영입을 통한 마케팅 수익 강화가 필요하며 선수의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프리미어리그 적응에 성공한 이청용이 유력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리버풀이 이청용에 영입 관심을 나타낸 이유는 라파엘 베니테즈 전 감독(현 인터 밀란 감독)의 의사가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베니테즈 감독은 지난 4월 12일 풀럼전을 앞둔 정례 기자회견에서 "시즌이 끝나면 이청용 영입을 검토하겠다"며 이청용에 대한 영입 의사가 있음을 시인했습니다. 그런데 베니테즈 감독이 리버풀에서 경질되고 인터 밀란으로 둥지를 틀면서 이청용의 리버풀 이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아무리 재능이 출중한 선수라도 감독 입맛에 맞지 않으면 꾸준한 선발 출전 기회를 얻기 어렵습니다.

이청용 리버풀 이적의 핵심 포인트는 2009/10시즌까지 풀럼 사령탑을 맡았던 로이 호지슨 리버풀 신임 감독의 선택 입니다. 호지슨 감독은 총체적인 성적 부진에 빠진 위기의 리버풀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즉시 전력감을 적극 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존 리버풀 스쿼드에 자신이 선호하는 선수들로 새롭게 스쿼드를 꾸릴 것이 분명합니다. 이청용이 호지슨 감독의 구미에 맞는 선수인지 여부가 관건입니다.

호지슨 감독은 풀럼에서 공수 양면에 걸친 왕성한 활동량을 과시하는 윙어를 선호했습니다. 클린트 뎀프시, 졸탄 게라, 사이먼 데이비스, 데미언 더프가 대표적 예 입니다. 두꺼운 수비 조직력을 통한 빠른 역습을 선호하는 호지슨 감독은 윙어를 통한 드리블 돌파를 통한 공격을 전개하지만, 실점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윙어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주문합니다. 공격에 치중하는 윙어보다는 어느 위치에서든 쉴틈없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윙어를 원했으며 스탠딩 성향의 설기현이 호지슨 감독에게 눈 밖에 났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호지슨 감독은 수비적인 성향의 지도자입니다.

이러한 호지슨 감독의 스타일에 가장 어울리는 오른쪽 윙어가 디르크 카위트 입니다. 특유의 이타적인 움직임으로 경기 내내 헌신적인 활약을 펼치는데다 골을 터뜨릴 수 있는 능력이 있어 호지슨 감독의 색깔에 잘 어울립니다. 반면 카위트의 백업인 막시 로드리게스는 움직임보다는 기교로 승부하는 타입에 속합니다. 감각적인 볼 배급을 앞세워 공격의 활기를 불어넣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에 비해 폼이 저하된 것이 단점입니다. 여기에 카위트가 페르난도 토레스와 함께 투톱 공격수를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이청용이 리버풀에서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리버풀에게 가장 필요한 포지션은 윙어가 아니라 공격수입니다. 토레스 이외에는 마땅한 공격 자원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비드 은고그는 토레스의 백업으로서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가지 못해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토레스가 잔류를 선언한 것이 리버풀 공격력에 도움이 되겠지만 잦은 사타구니 부상 및 월드컵 피로까지 가중되면서 2010/11시즌의 지속적인 맹활약을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카위트를 공격수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팀의 오른쪽 윙어로서 가장 적합한 옵션이기 때문에 공격수를 새로 보강해야 합니다. 5개월 전 리버풀과 가계약을 맺었던 세르비아의 밀란 요바노비치는 알베르토 리에라가 떠나지 않으면 공격수로 기용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이청용은 호지슨 감독이 선호하는 활동적인 타입보다는 기술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이 짙은 윙어입니다. 물론 이청용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선수지만 활동량보다는 기교를 강점으로 삼고 있으며 공격 포인트를 노리는 선수이기 때문에 베니테즈 감독의 구미에 잘 맞지만 호지슨 감독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냉정히 말해, 리버풀은 카위트가 오른쪽 윙어로서 굳건히 자리를 버티고 있기 때문에 이청용이 실력으로 밀어내기에는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합니다. 만약 올해 여름 리버풀로 이적하면 볼턴과 달리 꾸준한 선발 출전 기회를 보장받기 어려워집니다.

물론 이청용이 리버풀에 이적해서 호지슨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로 변화하면 카위트와의 주전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울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0년 넘게 축구를 했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스타일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축구 선수는 그동안 많은 경기 출전 속에서 축적되었던 경험을 통해 스타일을 키워야 경쟁력을 확보하고 다른 옵션과 차별성이 있기 때문에 무리한 변화를 해서는 안됩니다. 이청용은 기술을 중요시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진출을 어렸을적부터 지금까지 꿈꾸었기 때문에 지금의 개인 기량을 최대화 시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이청용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유럽 무대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빅 클럽의 명성도 좋지만 아직은 유럽 무대에서 경기 감각이 더 여물어야 하기 때문에 출전 기회를 보장받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청용에게 있어 볼턴은 경기 출전에 대한 일종의 보험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지금은 볼턴에 잔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선택입니다.

또한 이청용의 백업 멤버였던 블라디미르 바이스는 최근 뉴캐슬 임대설에 직면한데다(맨시티가 원소속) 슬로바키아 대표팀에서의 입지 향상을 위해 볼턴 잔류보다 이적을 택할 가능성이 더 많아 보입니다. 그리고 오언 코일 감독의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은 볼턴에서 기량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긍정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2010/11시즌 볼턴에서 맹활약을 펼친다면 리버풀 이외에 또 다른 빅 클럽의 영입 관심을 받을 수 있고 자신이 원했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클럽들을 유혹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청용에게는 리버풀 잔류보다 볼턴 잔류가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