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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의 감독 데뷔전, 미래의 모습을 봤다

 

박지성은 엄연히 축구 선수지만 때로는 지휘자의 포스가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맨유의 박지성은 엄연히 팀을 위해 헌신하는 캐릭터를 지녔지만, 대표팀의 박지성은 팀 전력을 지탱하는 에이스이자 팀의 승리를 지휘하는 주장으로서 많은 역할을 했으며 한국 대표팀에 없어선 안 될 기둥입니다. 축구팀에는 감독이 존재하지만 그라운드 안에서는 박지성이 팀을 리드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 축구에서는 '카리스마가 뛰어난 사람이 주장을 맡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있었습니다. 팀을 원활하게 이끌려면 통솔력이 강한 캐릭터가 선수단을 관리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허정무호 체제 이전까지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홍명보, 유상철, 김남일, 이운재가 대표적 예 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징적인 리더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박지성이 2008년 10월 주장을 맡으면서 젊은 선수들에게는 '맨유 선수와 함께 뛰고 있다'는 동기부여가 작용했습니다. 박지성이 솔선수범하면서 후배 선수들이 열심히 뛰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세대교체가 성공했습니다.

특히 아시아 무대에서 허우적거렸던 허정무호의 행보가 긍정적으로 변화했던 결정적 계기는 박지성이 주장을 맡은 이후 부터 였습니다. 경기장으로 이동할 때 버스에서 댄스 음악을 틀며 선수들의 마음을 즐겁게 한 것, 대표팀 전술 브리핑 시간이 50분에서 30분으로 줄었던 것, 항상 정해진 시간이 다 같이 아침식사를 했던 것을 자율로 바뀐 것, 당일 아침에 공지 되었던 훈련 스케줄도 전날 밤에 통보되어 선수들의 훈련 효율을 높인 것 등에 이르기까지 체질개선을 위해 바뀐 것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훈련하고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주장으로서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해냈습니다.

또한 젊은 선수들과의 소통이 자연스러웠습니다. 대표팀 후배들이 박지성에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은, 박지성이 그동안 얼마만큼 후배들과 접근하면서 교감을 나누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어느 누구도 박지성에 대해서 부담스러워하지 않았고 항상 함께 지내기를 원했죠. 그리고 이운재, 안정환, 이영표, 차두리, 이정수, 김남일 같은 대표팀 노장들도 박지성과 친하기로 소문난 선배들입니다. 주장으로서 선후배와의 가교 역할을 하며 교감을 나누었던 박지성의 주장 역할이 막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진=벤치에서 웃으면서 경기를 바라보는 '감독 박지성'의 모습 (C) 효리사랑]

그리고 지난 3일 오후 5시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렸던 올스타 축구팀과 안산 할렐루야의 자선경기는 박지성의 감독 데뷔전이 됐습니다. 정식 경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의 공식 데뷔전은 아니었지만, 감독 직함을 달고 정장 차림으로 벤치에 나타난 박지성의 모습에서는 '미래의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박지성은 축구 행정가를 꿈꾸고 있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감독을 맡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대표팀 주장으로서 '성공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언젠가 감독이 되면 꼭 성공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박지성 본인도 감독으로서 경기를 바라보는 기분을 처음 느꼈을 것입니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성적 향상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리기 때문에 내성적인 타입의 박지성이 부담스럽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선경기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면 감독이라는 존재가 외롭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올스타 대표팀에는 그동안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을 위주로 팀이 편성되었기 때문에 부담감이 없었죠. '박지성 감독 데뷔전'이었던 이날 경기에서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현장 스케치를 올립니다.



[사진=안산 와~스타디움은 경기도 안산시 고잔역과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거리가 멀지만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것은 좋았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올스타축구팀과 할렐루야의 경기 홍보 걸게입니다. 이청용는 그동안의 피로누적을 풀기 위해 휴식을 취했고 차두리는 셀틱 입단 이후 남아공으로 이동하여 독일-아르헨티나 해설을 맡느라 이번 경기에 불참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고잔역에서 경기장으로 이동할 때, 가로수 사이를 지나다녔는데 풍경이 정말 좋았습니다. 마치 숲속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C) 효리사랑] 


[사진=안산 와~스타디움에 도착했습니다. 경기 시작 2시간 30분 전인데, 지나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경기장 밑에 있는 어느 대형 마트에서 티켓을 구입했습니다. 원래 W석에서 경기를 보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W석은 할렐루야 재단쪽에서 판매한다고 하더군요. 대형 마트에서는 E-N-S석 티켓만 구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선 경기가 홍보 되었을 때 해당 대형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보도 자료가 여럿 배포 되었는데, W석 티켓 구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자선경기 티켓 모습입니다. (C) 효리사랑]


[사진=경기 시작 2시간 전인데, E석 2층 경기장 게이트가 열리기 까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줄을 선 관중들이 많네요. 하지만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게이트를 개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게이트는 경기 시작 1시간 30분 전에 열렸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안산 와~스타디움의 모습 (C) 효리사랑]


[사진=제가 알기로는 안산에 많은 외국인들이 거주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문화 가정'이라는 컨셉으로 이번 행사를 개최하는 것 같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이영표 걸게 (C) 효리사랑]


[사진=비록 이청용은 출전하지 않았지만 '블루드래곤' 플랜카드가 내걸렸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관중석이 의자는 많은데 여유 공간이 부족하고 의자크기가 작았습니다. 그럼에도 하얀색 쓰레기 봉지들이 곳곳에 배치된 센스가 인상적 이었습니다. K리그에서는 이 같은 광경을 보기 드물거든요. (C) 효리사랑]


[사진=E석 2층에서 지하철을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 메이져리그의 어떤 경기장에서는 고속도로에서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한국은 지하철이죠. (C) 효리사랑]



[동영상=조용했던 경기장이 갑자기 소녀팬들의 환호성으로 뒤바뀌었습니다. 올스타 축구팀 선수들이 입장했기 때문이죠. (C) 효리사랑]


[사진=박지성이 인터뷰하는 모습이 전광판에 잡히면서 관중들이 환호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박지성의 인터뷰 모습 (C) 효리사랑]


[사진=박지성이 정장을 입고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박지성과 더불어 관중들의 많은 환호를 받았던 선수가 기성용 이었습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기성용에 대한 관중들(정확히는 소녀팬)의 환호가 얼마만큼 높았는지 알 수 있는 장면. 다른 올스타팀 선수들과 기성용의 환호 소리를 비교해보시면 됩니다. (C) 효리사랑]


[사진=올스타 축구팀과 할렐루야의 벤치 모습이 서로 대조됩니다. 수많은 사진기자들이 박지성의 모습을 보기 위해 올스타 축구팀 벤치로 이동했기 때문이죠. 할렐루야가 실업팀이기 때문에(정확히는 내셔널리그) 스포트라이트와 거리감이 있는것은 당연할지 모르겠지만, 사진기자들의 관심이 너무 대조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긴 합니다. (C) 효리사랑]


[사진=할렐루야 선수들이 경기를 앞두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팀이기 때문에 기도를 하면서 경기를 시작합니다. (C) 효리사랑]  


[사진=올스타 축구팀은 미드필더진을 다이아몬드로 놓는 4-4-2를 구사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선 경기이기 때문에 상대팀을 이기겠다는 전략과 전술은 없었습니다. 그저 열심히 패스하고, 개인기를 구사하면서, 관중들을 즐겁게 하면되죠. (C) 효리사랑]



[사진=할렐루야가 경기 초반 중앙 역습을 통해 골을 넣는 장면은 좋았는데 오프사이드 처리 됐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유독 오프사이드가 너무 빈번했어요. (C) 효리사랑]


[사진=그런데 전광판에는 할렐루야가 1골 넣었다고 표기했습니다. 잠깐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죠. (C) 효리사랑]



[동영상=올스타 축구팀 공격수 유병수가 할렐루야 골키퍼가 소유하려던 공을 빼앗아 슈팅을 날렸지만 공은 골대 바깥으로 향합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유병수가 전반 8분 선제골을 넣자, 올스타 대표팀 선수들이 박지성에게 다가가 세리머니를 펼칩니다. 박지성이 선수들과 얼마만큼 친분이 깊은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에요. (C) 효리사랑]



[동영상=이영표가 특유의 헛다리 짚기를 시도하는 장면입니다. 헛다리 짚기를 통해 상대를 제치지는 않았지만 페인팅 동작 하나 만으로도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 이후에는 다른 선수들이 헛다리 짚기를 시도하며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 = 0-2로 지고 있던 할렐루야가 페널티킥으로 만회골을 넣었습니다. 만회골 이후에는 기도 세리머니를 했습니다. 기도 세리머니는 할렐루야 축구단의 오랜 상징 이었죠. (C) 효리사랑]  


[사진=E석 2층을 찾은 관중들이 많았습니다. 구석진 곳을 빼면 관중들 사이에서 의자 빈 곳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좋은 자리가 없다보니 통로쪽에서 일어서서 경기를 관전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계단에 직접 앉고 경기를 보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막대 풍선을 들고 경기를 바라보는 관중들. 노점상들은 막대 풍선을 '짝짝이'라고 부르더군요. (C) 효리사랑]


[사진=망원경으로 경기를 보는 축구팬의 모습. 경기장이 전용구장이 아닌 육상 트랙이 있는 종합구장이다보니 시야가 멀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목 기브스를 하고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도 계셨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기성용의 팔뚝 근육 입니다. 소녀팬들이 많이 신났어요. (C) 효리사랑]


[사진=인터뷰하는 박주영의 모습 (C) 효리사랑]



[동영상 =유병수가 후반전에 골을 넣는 장면 (C) 효리사랑]



[동영상=기성용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의식하면서 손으로 공을 잡아 그라운드를 쳤습니다. 어디까지나 팬서비스죠. (C) 효리사랑]



[동영상=후반전에는 양팀 선수들이 골을 넣기 보다는 한마디로 '개인기의 연속' 이었습니다. 쉴세없이 저런 패턴이 유지되었죠. (C) 효리사랑]


[사진=비가 내리면서 관중석에서는 여러가지 색깔의 우산들이 등장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경기 내내 열심히 오버래핑했던 이영표가 교체 되었습니다. 관중들이 힘껏 박수를 쳤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이영표 대신에 교체 투입한 선수는 '필드플레이어 김영광' 이었습니다. 전반전에 골키퍼로 투입했는데 후반 중반에 다시 그라운드를 밟아 경기에 임했습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박주영의 헐리웃 액션 장면. 과다한 액션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마치 부상 당한 것 처럼 굉장히 아파하는 액션을 취했는데, 나중에 멀쩡하게 일어났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올스타 축구팀이 할렐루야를 3-1로 제압했습니다. 박지성은 자신의 감독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승리 소감을 전하는 박지성 (C) 효리사랑]


[사진=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선수가 관중석에 직접 유니폼 상의를 던졌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할렐루야 선수들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인사했습니다. 1-3으로 패했지만 열심히 싸웠기 때문에 관중들에게 열렬한 박수를 받았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관중들이 많았습니다. 이 모습을 K리그에서도 꾸준히 봤으면 좋겠어요. (C) 효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