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남아공 월드컵, MVP 후보 10명 누구?

 

2010 남아공 월드컵 4강 진출팀이 가려지면서 지구촌 축구팬들의 관심 대상은 우승팀 및 월드컵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최우수 선수(=MVP, 골든볼) 여부에 초점을 모으게 됐습니다. 특히 MVP는 세계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축구 영웅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선수 개인에게 동기부여로 작용할 것입니다. 어느 선수든 세계 최고의 선수를 꿈꾸며 남아공 월드컵 4강까지 달려왔기 때문에 MVP로 도약할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월드컵 MVP는 무조건 우승팀에서 배출되는 것이 아닙니다. 1998년의 호나우두(브라질) 2002년의 올리버 칸(독일) 2006년의 지네딘 지단(프랑스)은 그 해 조국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지 못했지만 MVP에 등극하면서 최고의 개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5번의 월드컵 역대 MVP 및 실버볼(2위) 브론즈볼(3위) 수상자 명단을 살펴보면, 모두 4강 진출팀 선수들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그래서 남아공 월드컵 MVP는 우루과이-네덜란드-독일-스페인 선수 중에 한 명이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과연 그 선수가 누굴지 후보 10명을 정리했습니다.

1. 디에고 포를란(31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격형 MF, 국적 : 우루과이)

포를란은 우루과이를 60년 만에 월드컵 4강에 진출시킨 플레이메이커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형적인 골잡이로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대표팀에서 섬세한 기교를 앞세워 공격을 조율할 수 있는 선수가 없어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게 됐습니다. 골 넣는 스킬 뿐만 아니라 2선에서의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에 강한 이점을 월드컵에서 충분히 살렸습니다. 본선 2차전 남아공전에서 날카로운 공격 침투와 정확한 패싱력, 두 골에 힘입어 잉글랜드 <스카이 스포츠>로 부터 평점 10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16강 한국전에서는 수아레스의 선제골을 크로스를 통해 도움을 기록했고, 8강 가나전에서는 0-1로 뒤진 상황에서 프리킥 골을 넣는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2. 디에고 루가노(30세, 페네르바체, 센터백, 국적 : 우루과이)

우루과이의 4강 진출 원동력은 실리 축구 입니다. 철저하게 실점을 줄이는 짠물 수비를 통해 본선 5경기에서 단 2골만 허용했으며 그 중심에는 주장이자 센터백을 맡는 루가노가 있었습니다. 본선 1차전 프랑스전에서 니콜라 아넬카 봉쇄에 성공했고, 16강 한국전에서 박주영의 공격 침투를 사전에 차단했고, 8강 가나전에서 기안을 철저히 마크하면서 파이터형 센터백의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가나전에서 전반 38분 부상으로 교체된 이후 팀 수비가 균열이 벌어지면서 선제골을 내준 것은 루가노의 존재감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특유의 통솔력으로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의 응집력을 키우는 루가노의 영향력은 우루과이에게 든든하지만, 부상 때문에 남은 경기에 출전할지 의문입니다.

3. 베슬러이 스네이더르(26세, 인터 밀란, 공격형 MF, 국적 : 네덜란드)

만약 네덜란드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2010년 발롱도르 및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은 스네이더르가 수상할 가능성이 큽니다. 인터 밀란의 2009/10시즌 유로피언 트레블 달성 및 월드컵 우승 커리어까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남아공 월드컵 MVP의 영광 또한 스네이더르가 누리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감각적인 패싱력을 통해 공격의 돌파구를 개척하며 여러차례 골 기회를 엮어냈고, 이번 대회에서 넣은 4골 중에 3골이 결승골 이었습니다. 특히 16강 슬로바키아전-8강 브라질전에서 직접 결승골을 성공시키는 해결사 기질을 뽐냈습니다. 네덜란드가 실리축구로 전환하면서 효율적인 공격력을 과시했던 것은 스네이더르의 물 오른 공격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FIFA는 지난 3일 네덜란드vs브라질의 경기에서 터졌던 브라질 멜루의 자책골이 스네이더르의 골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스네이더르는 브라질전에서 2골을 넣었고 이번 대회에서 4골을 기록했습니다. 멜루는 공식 기록상 자책골을 넣지 않았습니다.)

4. 아르연 로번(26세, 바이에른 뮌헨, 왼쪽&오른쪽 윙어, 국적 : 네덜란드)

로번은 왼쪽 햄스트링 부상 때문에 월드컵 본선 1~2차전에 결장했지만 3차전 카메룬전에서 도움을 기록하면서 원톱 침체로 고민했던 네덜란드의 화력을 높였습니다. 16강 슬로바키아전에서는 스네이더르의 롱패스를 받아 상대 선수 3명과 마주한 상황에서 빠른 볼 처리에 의한 왼발 슛으로 선제골을 넣는 '황금 왼발'을 선보였습니다. 상대 수비수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공격의 활로를 창출하고 결정적인 골 기회를 엮어내는 활발한 기동력과 강렬한 임펙트를 통해 네덜란드 공격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8강 브라질전에서는 오른쪽 윙어를 맡아 바스토스의 뒷 공간을 파고들었고 특유의 과감한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에 부담을 키우면서 2-1 역전승의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5. 욘 헤이팅아(27세, 에버턴, 센터백, 국적 : 네덜란드)

네덜란드의 4강 진출 핵심은 우루과이와 더불어 실리축구에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막강한 공격 화력을 과시했지만 2008년 8월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수비력을 강화했고, 1년 뒤 헤이팅아가 에버턴에서 과거의 기량을 되찾아 오른쪽 풀백에서 센터백으로 전환하면서 네덜란드 포백이 무결점 수비 조직력을 자랑하게 됐습니다. 헤이팅아는 본선 5경기 모두 풀타임 뛰면서 민첩한 커버 플레이와 끈질긴 대인방어를 비롯해 절묘한 커팅까지 빛을 발하면서 상대 공격을 철저히 차단했습니다. 특히 8강 브라질전에서 파비아누 봉쇄에 성공하면서 네덜란드 4강 진출의 숨은 MVP 역할을 해냈습니다.

6. 미로슬라프 클로제(32세, 바이에른 뮌헨, 공격수, 국적 : 독일)

독일 공격수 클로제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4골을 넣으며 월드컵 역대 최다골(호나우두, 15골) 경신에 단 2골만을 남겨둔 상황입니다. 8강 아르헨티나전 두 골로 4-0 대승을 이끌면서 독일의 4강 진출을 공헌했고 자신의 대기록 달성에 야심찬 시동을 걸었습니다. 본선 2차전 세르비아전에서 퇴장 당하면서 기록 달성이 무산되는 듯 싶었으나 16강 잉글랜드전과 8강 아르헨티나전에서 총 3골을 몰아치면서 독일 승리의 결정적 역할을 해냈습니다. 슈팅 상황에서의 절묘한 위치선정과 골문 안에서의 민첩한 움직임, 강력한 임펙트를 앞세운 골 결정력을 통해 주어진 골 기회를 놓치지 않는 클로제의 골잡이 본능이 독일의 월드컵 우승 가능성을 밝게하고 있습니다.

7. 메수트 외질(22세, 베르더 브레멘, 공격형 MF, 국적 : 독일)

독일이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투박했던 축구 스타일을 '아름다운 축구'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마법사' 외질의 등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감각적인 패싱력과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독일 공격을 진두지휘한 것을 비롯 이타적인 플레이를 통해 독일 공격의 다채로움을 강화했습니다. 독일 최고의 테크니션 답게 현란한 발재간과 철저한 콤비 플레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자신의 진가를 드높였습니다. 본선 3차전 가나전에서 왼발 중거리슛으로 결승골을 넣어 1-0 승리를 이끈것을 비롯 3도움을 기록해 독일의 4강 진출을 공헌했습니다. 이러한 외질의 오름세는 선 굵은 플레이를 자랑하던 독일 축구가 기술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얻으며 전력 업그레이드에 성공했습니다.

8. 토마스 뮬러(21세, 바이에른 뮌헨, 오른쪽 윙어, 국적 : 독일)

독일이 월드컵 본선 5경기에서 13골을 몰아칠 수 있었던 것은 뮬러라는 새로운 공격 해결사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5경기에서 4골 3도움을 기록하면서 팀 득점 중에 절반 이상을 책임졌습니다. 월드컵 직전까지 A매치 출전 경험이 두 번에 불과했지만 본선 1차전 호주전에 선발 출전하여 1골 1도움을 기록해 팀의 4-0 대승을 이끌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소속팀 뮌헨에서 쉐도우로 뛰고 있지만 대표팀에서는 4-2-3-1의 오른쪽 윙어로서 날카로운 전방 침투와 감각적인 패싱력을 자랑하며 강력한 골 결정력을 앞세워 독일 공격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습니다. 잉글랜드전 2골, 아르헨티나전 전반 2분 기습 선제골을 통해 파괴력이 강한 공격 옵션임을 입증했습니다.

9. 다비드 비야(29세, FC 바르셀로나, 왼쪽 윙어, 국적 : 스페인)

비야의 명불허전 골 감각은 유로 2008,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이어 남아공 월드컵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본선 5경기에서 5골로 득점 선두에 올라 스페인의 4강 진출을 견인했습니다. 4-2-3-1에서 원톱으로 활약하는 토레스가 극심하게 부진했음에도 60년 만에 4강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비야의 존재감이 빛을 발했기 때문입니다. 본선 1차전 스위스전에서 원톱을 맡아 상대 밀집수비에 막혀 부진했지만 그 이후 왼쪽 윙어로 전환하면서 문전 침투에 이은 골 기회를 틈틈이 노린 끝에 4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습니다. 왼쪽 측면과 문전을 수시로 오가며 날카롭게 상대 수비 뒷 공간으로 파고들어 개인기 또는 패스를 통해 슈팅 기회를 엮어내는 저돌성이 불을 뿜고 있습니다.

10. 사비 에르난데스(30세, FC 바르셀로나, 공격형 MF, 국적 : 스페인)

'패스 마스터' 사비의 경이적인 패싱력은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압권 이었습니다. 아직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어떠한 빈틈도 없는 패스를 쉴세없이 날리며 동료 선수와의 콤비 플레이를 연출하거나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습니다. 여기에 안정적인 볼 키핑력과 특유의 민첩한 움직임, 위험 지역에서의 킬패스를 앞세워 스페인의 공격 점유율을 늘리고 동료 공격 옵션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밀어주는 1등 공신 역할을 했습니다. 스페인이 유로 2008에 이어 남아공 월드컵 우승을 자신하는 이유는 '유로 2008 MVP' 사비가 건재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