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차미네이터' 차두리(30)가 8년 동안 몸담았던 독일 분데스리가를 떠나 스코틀랜드의 명문 셀틱으로 이적합니다.
차두리는 셀틱 입단 교섭을 위해 국내로 돌아가지 않고 남아공에 잔류했으며 요하네스버그에서 아버지인 차범근 SBS 해설위원과 만났습니다. 조만간 요하네스버그를 떠나 셀틱의 연고지인 스코틀랜드 글레스고로 이동하여 계약서에 사인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셀틱은 기성용의 소속팀으로 유명하며, 기성용이 올해 여름 다른 팀으로 이적하지 않으면 두 선수가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게 됩니다.
그런 차두리는 이적료 없이 자유계약 형태로 셀틱에 이적합니다. 2009/10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시즌이 끝난 뒤 프라이부르크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는 신분입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동안 영어 과외를 받았을 정도로 영어권 리그에서 뛰고 싶은 속내가 있었고 차범근 감독도 최근 미투데이를 통해 "차두리는 영어권에 있고 싶어해"라는 글을 남긴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차두리는 독일 분데스리가에 계속 잔류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어렸을 적 부터 독일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데다 차범근 감독이 현역 선수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영웅으로 거듭났던 후광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차두리는 독일이라는 안정된 현실 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습니다. 올해 30세로서 현역 선수로 마음껏 그라운드를 질주할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다른 리그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더욱이 독일 무대에서 벤치를 지키거나 부상으로 신음하며 슬럼프에 빠졌던 시간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리그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차두리가 영어권 리그를 원했던 것은 훗날 지도자 인생을 염두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설기현은 지난해 상반기에 사우디 아라비아 알 힐랄 임대를 택했을 때 "지도자 생활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선수로서 중동 축구를 경험했던 노하우를 지도자의 역량 강화로 삼겠다는 심산입니다. 차두리는 독일 축구 뿐만 아니라 영어권 리그로 이적해 또 다른 리그를 직접 경험하며 자신의 축구관을 넓히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와 가깝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리그' 프리미어리그를 비롯 선진 축구의 시스템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차두리가 셀틱 이적을 택한 것은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셀틱의 오른쪽 풀백이었던 독일 국적의 안드레스 힌켈은 그동안 분데스리가 이적설로 주목을 받았던 선수입니다. 차두리의 셀틱 이적은 힌켈의 분데스리가 리턴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힌켈은 닐 레논 감독이 선호하는 수비적이고 투쟁적인 성향과 달리 기교로 승부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팀의 전술과 맞지 않는 불리함이 있습니다. 풀백은 감독의 성향을 직접적으로 읽을 수 있고, 감독의 전술 능력 및 스타일이 어떤지를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힌켈보다는 차두리의 컨셉이 더 어울립니다.
셀틱이 2010/11시즌 오른쪽 풀백으로 차두리를 낙점한 것은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물론 차두리도 공격적인 성향이지만 거구의 체격을 자랑하는 상대 공격 옵션과의 몸싸움 및 제공권에서 대등한 싸움을 펼치거나 우세를 점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동양인 선수와 달리 다부진 피지컬로 상대 선수와 정면 경합을 벌여 단번에 밀어내는 성향인데다 거칠고 투쟁적인 수비력을 통해 상대를 몰아 붙이는 기질이 있습니다. 또한 분데스리가는 스코틀랜드리그 못지 않게 거친 곳이기 때문에 독일 무대 경험이 풍부한 차두리가 성공할 가능성이 큽니다.
차두리는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한지 4년 되었기 때문에 전문 풀백처럼 라인 컨트롤 및 순간적인 수비 상황에서의 위치선정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차두리의 공격적인 성향을 놓고 보면 분데스리가보다 스코틀랜드리그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분데스리가는 풀백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 및 탄탄한 수비 밸런스 유지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차두리의 공격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다소 부족합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리그는 적극적인 오버래핑 및 스피드가 뛰어나면서 투쟁력까지 갖춘 풀백을 선호합니다. 오히려 차두리가 셀틱과 궁합이 맞을 수 있습니다.
물론 스코틀랜드리그는 분데스리가보다 레벨이 낮은 곳입니다. 분데스리가는 유럽 빅3 리그 중에 하나인 이탈리아 세리에A와의 레벨 간격을 상당 부분 좁힌 상태지만 스코틀랜드리그는 철저한 유럽 중위권 레벨입니다. 더욱이 스코틀랜드리그의 전체적 위상은 과거와 달리 약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축구 선수는 리그의 명성보다는 꾸준히 경기에 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셀틱은 엄연히 명문팀이고 122년의 전통과 역사가 살아숨쉬는 유서깊은 클럽이자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했습니다. 차두리가 셀틱을 택한 것은 많은 경기를 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차두리에게 있어 셀틱행은 한 가지의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차두리는 최근 4년 동안 독일 무대에서 분데스리가 하위권 혹은 분데스리가 2부리그에서 뛰었습니다. 하지만 셀틱은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자 새로운 영웅을 필요로 합니다. 2008/09시즌 라이벌 레인저스에게 리그 역전 우승을 허용했고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 본선에서 탈락했습니다. 지난 시즌에도 레인저스의 벽을 넘지 못했고 유로파리그 조별 본선 최하위로 밀린 끝에 시즌 후반을 앞두고 토니 모브레이 전 감독을 경질했습니다. 레인저스를 꺾고 스코틀랜드리그 최강자 도약 및 유럽 대항전 반란을 꿈꾸고 있습니다. 1부리그 우승 경험 및 유럽 대항전과 인연이 없었던 차두리에게 동기부여가 작용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차두리의 셀틱 이적은 자신의 축구 인생을 새롭게 쓰는 도전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아마추어 선수에서 벗어나 2002년 하반기 레버쿠젠 입단 및 빌라펠트 임대를 시작으로 8년 동안 독일 무대를 경험했고, 2006년에는 측면 공격수에서 풀백으로 전환하면서 지금까지 수비수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이어갔습니다. 한때 슬럼프에 빠졌지만 남아공 월드컵을 위해 절치부심한 끝에 한국의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 주역으로 활약했습니다. 스코틀랜드로 떠나 새로운 축구 인생을 계획하는 차두리에게서 성공을 확신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