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힘 뢰브 감독이 이끄는 '전차군단' 독일이 라이벌 잉글랜드를 상대로 대량 득점 승리를 거두면서 남아공 월드컵 우승 행보가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독일은 27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플룸론테인에 소재한 프리 스테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잉글랜드전에서 4-1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전반 20분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선제골, 전반 32분 루카스 포돌스키의 골로 일찌감치 승리를 굳혔습니다. 전반 37분 메튜 업슨에게 실점했지만 후반 22분과 25분에 토마스 뮬러가 추가골을 넣으며 라이벌 잉글랜드를 4-1로 물리쳤습니다. 이로써 독일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부터 15회 연속 월드컵 본선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며 다음달 3일 저녁 11시 아르헨티나와 8강에서 맞붙습니다.
반면 잉글랜드는 심판의 오심 때문에 골을 인정받지 못한 불운을 겪었습니다. 전반 38분 프랭크 램퍼드가 박스 정면에서 강하게 날렸던 중거리슛이 크로스바를 맞은 뒤 골문 안으로 떨어졌습니다. 비디오 판독 결과 공이 골문 라인 쪽으로 완전히 들어왔지만 심판이 이를 확인하지 못해 램퍼드의 골이 무산됐습니다.
독일vs잉글랜드, 수비 조직력에서 승부 갈렸다
사실, 독일과 잉글랜드의 경기는 독일의 우세가 예상됐습니다. 두 팀의 남아공 월드컵 조별본선 행보가 사뭇 달랐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세르비아전에서 클로제의 퇴장이 빌미가 되어 이변의 희생양이 되었지만 D조에서 2승1패로 1위에 올랐습니다. 클로제 퇴장 이전까지는 경기 흐름을 확실하게 압도했었고 탄탄한 수비 조직력과 짜임새 넘치는 공격력을 과시하며 우승후보의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반면 잉글랜드는 C조에서 1승2무로 2위를 기록했으나 공수 양면에 걸친 저조한 경기를 펼치면서 월드컵 우승 전망이 점점 퇴색됐습니다. 프리미어리그의 무리한 일정에 따른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 루니의 부진, 퍼디난드-킹-베컴 부상 공백 등 악재가 여럿 있었습니다.
독일과 잉글랜드는 90분 동안 공격과 수비를 주고 받으며 서로 물러서지 않는 공방전을 펼쳤습니다. 특히 독일은 슈팅 숫자에서 17-19(유효 슈팅 7-9, 개) 점유율 49-51(%), 패스 411-508(개), 패스 정확도 66-70(%)로 근소한 열세를 나타냈지만 경기 흐름에서는 잉글랜드를 압도했습니다. 경기 초반 잉글랜드와 탐색전을 벌이면서 중앙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상대 공격의 약점을 간파했기 때문에 수비에서 우세를 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좌우를 넓게 벌리거나 미드필더들이 서로 공을 주고 받는 패스를 통해 다양한 공격 패턴을 시도하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공략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 독일은 전반 20분 클로제의 선제골로 초반 기세를 잡았습니다. 골키퍼 노이어가 최전방쪽으로 길게 날렸던 골킥이 클로제에게 정확하게 연결되었는데, 잉글랜드 선수들의 위치가 앞쪽에 쏠렸던 약점을 간파한 것입니다. 클로제가 최전방에서 골킥을 받았을 때도 테리-업슨으로 짜인 잉글랜드 센터백이 클로제를 놓치면서 단번에 공격 기회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그런 클로제는 업슨과의 몸싸움 및 테리의 커버 플레이를 이겨내고 골문 왼쪽에서 슈팅을 날린 것이 골키퍼 제임스 다리 사이로 향하면서 선제골을 얻어냈습니다.
전반 32분 포돌스키의 골 상황 또한 마찬가지 였습니다. 뮬러가 오른쪽 측면을 침투하는 과정에서 잉글랜드 오른쪽 풀백 존슨의 위치가 앞쪽으로 쏠린 것을 노려 왼쪽 공간을 파고들던 포돌스키에게 볼 배급을 했고, 포돌스키는 골키퍼 제임스가 앞쪽으로 나오자마자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잉글랜드 선수들이 단조로운 공격 패턴 때문에 독일 수비에게 막히는 어려움을 겪어 수비수들이 전진 형태의 움직임을 펼치다보니, 독일의 공격 옵션들이 그 약점을 노려 빠른 볼 배급 및 침투에 의해 골을 넣었습니다. 전반 27분 점유율에서 44-56(%)로 열세를 나타냈으나 공격지역 점유율에서는 62-38(%)로 앞섰을 정도로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나타냈습니다.
독일은 전반 37분 오른쪽 프리킥 상황에서 업슨에게 헤딩골을 내줬고 1분 뒤 램퍼드에게 중거리슛을 내줬던 공이 골문 안으로 들어갔으나 심판 오심 때문에 동점골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2-0으로 앞서면서 순간적인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다보니 잉글랜드에게 일격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수비 조직력에서는 잉글랜드보다 한 수 위 였습니다. 보아텡-메르데사커-프리드리히-람으로 짜인 4백이 박스 바깥에서 위치를 잡으며 절대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려 했습니다. 슈바인슈타이거-캐디라로 짜인 더블 볼란치와 폭을 좁히면서 협력 수비를 강화하며 상대 공격 옵션들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독일의 수비 시스템은 중앙쪽에 치우치는 잉글랜드의 공격을 봉쇄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좌우 측면을 맡는 제라드-밀너가 본래 중앙 미드필더인데다 조별본선에서 램퍼드-배리와의 위치가 겹치는 문제점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잉글랜드의 투톱을 맡는 루니-디포는 2선에서 활발하게 패스를 받아야 공격 기회를 노리는 성향이기 때문에 미드필더와 위치가 중복되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움직임이 부족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배후 침투에 강하지만 미드필더진의 균형이 맞지 않다보니 최전방에서 침투를 유도하려는 움직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중앙 수비를 강화했던 독일이 힘을 얻으며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견고한 수비 조직력을 유지했습니다.
여기에 램퍼드의 골을 인정하지 않았던 심판의 오심은 잉글랜드에게 공격 분위기를 자극하는 결정타가 됐습니다. 1-2로 뒤졌던 잉글랜드는 어떻게든 골을 넣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후반전에 4백이 하프라인 부근으로 전진배치되고 미드필더들이 서로 공을 돌려 공격 기회를 엿보면서 독일 진영을 위협했습니다. 하지만 패스 플레이만 했을 뿐 미드필더 및 공격수의 균형 약점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독일의 수비 조직력이 견고함을 더해갔습니다. 그래서 잉글랜드는 공격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결국에는 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독일은 후반 22분과 25분에 뮬러의 골로 승리를 굳혔습니다. 잉글랜드의 수비가 앞쪽으로 쏠린 틈을 노려 역습을 펼치면서 상대 골망을 흔든 것이죠. 22분 골 상황에서 램퍼드의 프리킥을 막은 뒤 슈바인슈타이거가 드리블 돌파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고, 3분 뒤에는 캐디라가 잉글랜드의 패스를 직접 끊어 왼쪽으로 롱볼을 날렸던 것이 외칠이 받아 전방으로 침투했는데 모두 뮬러에게 공이 향하면서 골을 결정 지었습니다. 이러한 독일의 역습 상황에서 잉글랜드의 수비는 한마디로 무방비 상태였습니다. 독일의 역습을 대비하는 수비 형태가 갖춰지지 못해 4골을 내주는 대량 실점을 자초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