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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무리뉴 영입' 레알, 홀딩맨이 필요하다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은 29일(이하 현지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조세 무리뉴 감독을 영입했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올 시즌 인터 밀란(이하 인테르)의 유로피언 트레블을 이끈 무리뉴 감독을 영입하면서 6시즌 연속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 및 두 시즌 연속 무관의 암울했던 과거를 청산하여 유럽 제패를 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무리뉴 감독의 2010/11시즌 목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설정 됐습니다. 2003/04시즌 FC 포르투, 2009/10시즌 인테르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경험이 있기 때문에 레알이 거는 기대가 남다를 것입니다. 전임 사령탑이었던 마누엘 페예그리니 전 감독이 프리메라리가에서 레알 역사상 최다 승점(96점)을 기록하고도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을 빌미로 레알 수뇌부에 의해 경질되었던 만큼, 무리뉴 감독으로서는 유럽 제패에 대한 부담까지 짊어진 상황입니다.

무리뉴 감독은 레알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시키기 위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들을 스쿼드에 채우거나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을 단행할 것입니다. 최근 레알 이적설로 주목받는 더글라스 마이콘(인테르)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무리뉴 감독이 선호하는 타입입니다. 하지만 레알에게 절실한 영입 타겟은 무리뉴 감독이 가장 중점을 두는 중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다른 포지션 영입도 필요하지만 중원도 만만치 않습니다. 새로운 홀딩맨을 영입할 여지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무리뉴 감독은 플랫 4-4-2의 중앙 미드필더 개념이 아닌,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세우는 것을 선호합니다. 포르투에서 마니시-코스팅야, 첼시에서 에시엔-마케렐레, 인테르에서 캄비아소-모따, 그리고 레알에서 알론소-라스(=라사나 디아라)를 더블 볼란치로 세울 것입니다.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데쿠-램퍼드-스네이데르를 거쳐 카카를 레알 공격의 구심점으로 놓을 것입니다. 레알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팀 공격의 중심인 만큼, 투톱보다는 4-3-3을 쓸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는 매 경기 선발로 내보내기 보다는 로테이션을 섞으면서 운영했습니다. 각 포지션에 최소 두 명의 선수를 경쟁시켜 스쿼드의 질을 키웠죠. 포르투에서 멜레스-알레니체프를 기용했고 4-3-1-2로 변형할때는 보싱와까지 인사이드 미드필더로 가담했습니다. 첼시에서는 미켈-제레미-파커-라스 등이 있었고, 지난 시즌의 인테르에서는 문타리-스탄코비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면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는 왼쪽 풀백 이었던 사네티가 중원으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레알은 다음 시즌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꾸준한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합니다. 사비 알론소, 라스, 페르난도 가고, 호세 마리아 구티, 마하마두 디아라 같은 선수들이 있지만 다음 시즌에 맹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는 알론소 뿐입니다. 중원의 핵이었던 라스는 올 시즌 후반 무릎 부상 복귀 이후 슬럼프에 빠지면서 가고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최근에는 장염 통증으로 남아공 월드컵 출전까지 무산되면서 다음 시즌 활약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만약 라스가 다음 시즌에 폼이 살아나지 않으면 무리뉴 감독의 전술 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레알은 올 시즌 후반 알론소-구티 조합으로 중원 안정을 꾀한 끝에 여러차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동안 수비력에 어려움을 겪었던 가고가 지구력을 강화하며 알론소와 철저한 커버 플레이를 펼친 끝에 라스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웠습니다. 그런데 가고는 무리뉴 감독이 선호하는 투쟁적인 컨셉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니라서 오히려 중용을 받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시즌 후반에 수비력이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상대 공격을 물 흐르듯 차단하고 직접 커팅까지 할 수 있는 적극적인 모습이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는 전형적인 앵커맨이어서 자신의 본래 장점을 맘껏 살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컨셉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그 외 백업 멤버를 살펴보면, 디아라는 고질적으로 공격 전개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철저히 벤치를 지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이적설도 끊이지 않았던 만큼 어쩌면 올해 여름 팀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라스와 가고에 비해 강력한 피지컬을 강점으로 삼는데다 수비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무리뉴 감독에 의해 다듬어지면 입지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무리뉴 감독의 눈에 얼마만큼 들어올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구티는 지난 시즌 몇몇 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실제로는 올해 34세의 공격형 미드필더입니다. 은퇴를 앞두고 있어, 중원에서 꾸준히 기용 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레알은 라스-가고에 대한 불안함을 줄이기 위해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또 다른 홀딩맨을 데려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리뉴 감독이 그동안 중원에서 풍부한 활동량과 강인한 지구력, 투쟁적인 수비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을 위주로 더블 볼란치를 구성했기 때문에 가고의 입지가 불안하며 라스는 부상 회복이 관건입니다. 만약 라스의 올 시즌 폼이 정상이었다면 중원에 대한 불안 요소가 없었겠지만, 무리뉴 감독이 특출난 재능의 중원 옵션들을 로테이션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자신의 색깔에 부합되는 홀딩맨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알론소에 대한 수비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올 시즌의 알론소는 첼시로 치면 에시엔 같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탄탄한 수비력과 정교한 패싱력, 자신의 강점인 경기 조율 능력에 이르기까지 공수 양면에서 부지런한 경기력을 뽐냈고 박스 투 박스 역할까지 성실하게 해냈습니다. 하지만 태생적인 관점에서 홀딩맨이 아닙니다.

문제는 알론소와 더불어 중원에서 힘을 실어줄 옵션이 레알에게 절실합니다. 무리뉴 감독이 한 포지션에서 두 명 이상의 경쟁자를 붙였음을 상기하면 알론소-라스-가고 만으로는 더블 볼란치에서 남은 한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만약 무리뉴 감독이 디아라를 전력 외 선수로 판단하면 또 다른 홀딩맨을 데려올 것 같습니다. 과연 올해 여름 홀딩맨을 영입할지, 만약 데려오면 그 선수는 누가 될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