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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위기의' 카카, 월드컵에서 1인자 되찾을까?

 

브라질의 공격형 미드필더 카카(28, 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은 불과 3년 전까지 세계 최고의 선수로 각광 받았습니다. 당시 소속팀이었던 AC밀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발롱도르,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동시에 휩쓴 것이죠. 상대 수비를 마음껏 헤집고 다니며 직접 골을 넣거나 동료 선수의 골을 엮어내는 카카의 파괴력은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카카는 그 이후부터 호날두-메시에게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를 넘겨줬고 올해 초 부터 루니가 메시의 새로운 라이벌로 등장하면서 1인자의 이미지와 멀어졌습니다. 레알의 라이벌 클럽인 FC 바르셀로나의 공격형 미드필더 듀오인 사비-이니에스타와의 무게감에서 밀렸고 그것은 지난해 발롱도르 순위가 증명했습니다.(사비 3위, 이니에스타 4위, 카카 6위) 레알에서도 팀 공격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겉도는 듯한 인상을 보였습니다. 천부적인 개인 능력이 프리메라리가 공격 스타일에 부합되지 못하면서 경기력에 기복이 생겼고 심지어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고 평점 0점을 받는 굴욕까지 당했죠.

카카의 시련은 2007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부터 시작됐습니다. AC밀란이 2007/08시즌에 극심한 성적 부진에 빠지면서 카카를 혹사시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카카는 2007/08시즌 세리에A 30경기 15골 10도움, 2008/09시즌 세리에A 31경기 16골 9도움을 올리며 AC밀란 입단 이후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AC밀란이 자신의 공격력에 많은 의지를 하면서 피로 골절이 찾아왔고, 무리하게 경기를 소화한 끝에 부상을 키우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카카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근력과 유연성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순간적인 드리블 돌파 및 빠른 방향 동작으로 상대 수비를 제꼈던 특유의 플레이가 레알에서 살아나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여기에 레알 이적 이후에는 기존의 피로 골절에 이어 사타구니 부상, 스포츠 헤르니아 판정까지 받아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예전의 파괴력을 되찾을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근력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예전의 스피드를 되찾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더욱이 20대 후반의 선수여서, 전반적인 신체 능력이 20대 초반 선수보다 떨어집니다.

그런 카카에게 2010 남아공 월드컵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이 1인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유럽리그에서는 메시-사비-이니에스타 같은 바르셀로나 트리오들에게 밀린 상황이며 레알에서는 자신이 아닌 호날두가 팀 공격의 중심입니다. 그리고 루니가 지난 2~3월 무렵에 메시의 라이벌로 등장한 것은, 카카가 앞으로 또 다른 축구 스타의 도전에 직면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유럽리그에서 다시 1인자로 도약하는 과정이 오히려 힘겨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끄는 맹활약을 펼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 이유는 펠레-마라도나-호나우두-지단이 자국 대표팀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며 '축구 황제'로 거듭났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은 매번 월드컵의 단골 우승 후보로 거론되었고, 카를로스 둥가 감독이 주도한 실리 축구의 완성속에서 4년 전 독일 월드컵 세대보다 내실이 탄탄해졌습니다. 카카의 우승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지는 이유입니다.

물론 카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우승 커리어가 있었지만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27분 교체 투입한 것이 전부였을 뿐 팀의 철저한 벤치 멤버 였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호나우지뉴와의 공존 실패끝에 프랑스에 의해 8강 탈락 좌절의 쓴맛을 봤습니다. 이제는 브라질 대표팀의 리더로서 조국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며 펠레-호나우두와 견줄만한 반열에 오르는 것이 카카가 직면한 과제입니다. 2007년에 세계 최고의 선수로 떠오른 것은 일시적 이었지만, 이제는 월드컵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원한 세계 최고'로 회자될 수 있는 아우라가 필요합니다.

카카는 올 시즌 레알에서 순탄치 않은 행보를 나타낸 끝에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레알이 아닌 브라질 대표팀의 일원으로 월드컵에 나서기 때문에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이 그동안 카카의 패스 및 공격 조율을 통해 선 수비-후 역습 형태의 전술로 다져졌고, 원톱으로 뛰는 파비아누는 카카가 찔러주는 날카로운 패스를 이어받아 결정적인 골 기회를 노렸습니다. 특히 카카-파비아누는 지난해 여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극강의 콤비 플레이를 펼치며 브라질의 우승을 이끈 단짝입니다.

하지만 축구 선수에게 있어 감각을 무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카카는 유럽리그에서의 잦은 부상으로 근력과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날렵한 턴 동작이 힘을 잃었습니다. 아무리 브라질 대표팀의 일원이라고 하더라도 그동안 잃었던 감각을 되찾을지는 의문입니다. 더욱이 브라질과 상대하는 팀들은 카카 봉쇄에 주력하기 때문에, 그 약점을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브라질과 8강 혹은 16강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스페인에는 카카의 특징을 명확이 알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했습니다. 하물며 카카의 동료인 포르투갈의 호날두도 자국 수비수들에게 카카의 단점을 알려줬을 것입니다.

이러한 카카의 행보는 지쿠의 여운을 떠올리게 합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하얀 펠레'로 불리며 세계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손꼽혔던 지쿠였습니다. 지쿠는 빼어난 패스와 테크닉에 안정적인 공격 조율, 강력한 득점력까지 장착했으나 마라도나에 가려 2인자의 여운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축구 황제로 도약할 수 있는 월드컵 우승 커리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카카는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벤치 멤버였기 때문에 충분히 과소 평가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공교롭게도 카카는 지쿠에 이어 '하얀 펠레'로 불리는 선수입니다.

카카가 지쿠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남아공 월드컵에서 자신이 1인자임을 다시 증명해야 합니다. 최대 7경기 동안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데, 유럽리그에서 몇 시즌 동안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것 보다는 시간적으로 월드컵이 더 유리합니다. 자신의 힘으로 발롱도르를 수상했던 경험이 있어 축구 황제로 거듭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때는 나이가 32세인데다 브라질 대표팀 활약 여부를 장담할 수 없어, 남아공 월드컵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믿으며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과연 카카가 다시 1인자로 올라설지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