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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인테르의 챔스 우승, 당연한 결과였다

 

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인터 밀란(이하 인테르)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1965년 이후 45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유로피언 트레블을 달성하면서 2009/10시즌 유럽 축구를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인테르는 23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구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을 2-0으로 제압했습니다. 디에고 밀리토가 전반 35분 베슬레이 슈네이데르, 후반 25분 사뮈엘 에토의 패스를 받아 2골을 넣으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이로써 인테르는 올 시즌 세리에A 5연패, 코파 이탈리아 우승에 이어 유럽 제패에 성공하면서 유럽 축구 역사상 6번째로 '유로피언 트레블'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인테르는 이날 경기에서 여러가지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이탈리아 클럽 최초로 유로피언 트레블을 달성했고 무리뉴 감독은 2004년 FC 포르투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생애 두번째로 유럽 제패에 성공했습니다. 결승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던 하비에르 사네티는 통산 700번째 출전 기록을 세웠으며, 사뮈엘 에토는 유럽 축구 사상 최초로 두 시즌 연속 유로피언 트레블을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잉글랜드 챔피언(16강 첼시)-스페인 챔피언(4강 FC 바르셀로나)-독일 챔피언(결승 뮌헨)을 제치고 유럽을 제패한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인테르, 뮌헨전을 이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우선, 두 팀은 전반 35분 밀리토의 선제골 이전까지 과감한 공격 돌파 보다는 패스를 통해서 공간을 활용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서로 주고 받는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패스로 공격 기회를 엿봤죠. 하지만 두 팀 모두 견고한 압박을 펼치면서 박스 안에 있는 밀리토-올리치 쪽으로 패스가 잘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또한 허리에서 최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도 활발하게 연결되지 못했고 공격 옵션들이 2선으로 내려와 미드필더들과 폭을 좁히는 모습도 부족했습니다.

뮌헨은 전반 28분까지 인테르와의 볼 점유율에서 63-37(%)로 우세를 점했습니다. 하지만 인테르를 상대로 경기를 주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기 진영에서 공을 지키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점유율이 많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테르 미드필더들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 올리면서 그 뒷 공간을 노려 알틴톱-로번으로 짜인 좌우 윙어들의 빠른발을 앞세워 침투하겠다는 것이 뮌헨의 속셈 이었습니다. 반대로 인테르에게 공격권을 허용하면 그 즉시 전방 압박을 가하여 상대의 역습을 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이에 인테르는 뮌헨에게 점유율을 내주면서 상대 공격의 예봉을 끊어 경기 흐름을 장악하려는 모습이 두드러졌습니다. 루시우-사무엘로 짜인 센터백 조합이 올리치-뮬러로 구성된 뮌헨 투톱의 발을 철저히 묶었고, 좌우 풀백을 맡았던 키부-마이콘이 공격 가담을 자제하고 루시우-사무엘의 압박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틴톱-로번의 공격 침투 지점 및 올리치-뮬러로 향하는 패스 공간을 미리 선점하면서 상대 공격의 비효율을 키웠고, 미드필더들이 압박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수비 밸런스가 단단히 잡혔습니다.

인테르의 효율적인 경기 흐름은 전반 35분 밀리토의 선제골 장면에서 나타났습니다. 골키퍼 세자르가 전방쪽으로 킥을 올린 것을 밀리토-슈네이데르와의 2대1 패스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밀리토가 상대 골키퍼 부트를 살짝 넘기는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습니다. 7분 뒤에는 슈네이데르가 밀리토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며 슈팅을 날렸지만 부트의 선방에 걸렸습니다. 두 번의 역습 상황은 뮌헨 미드필더들이 간파하지 못했을 만큼 속전속결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테르와 뮌헨의 공격 전개가 대조적 이었습니다. 인테르는 역습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상대 진영으로 넘어오는 패스가 간결했습니다. 상대 진영으로 연결되는 패스 과정을 간소화하면서 불필요한 공격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판데프-에토로 짜인 좌우 윙 포워드는 상대 수비를 앞쪽으로 끌어 당기고 밑선으로 내려오면서 공격의 초점이 스네이데르-밀리토쪽으로 쏠리게 됐습니다. 특히 슈네이데르는 빠른 타이밍이 전제된 정확한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며 경기를 영리하게 풀었습니다.

반면 뮌헨은 인테르처럼 공격권이 넘어오면 그 즉시 전방쪽으로 공격을 가하기보다는 자기 진영에서 공을 돌리다보니 상대 수비의 압박 타이밍을 벌어주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인테르 진영으로 넘어올때도 2대1 패스와 대각선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기 보다는 횡패스 위주의 공격 전개를 펼쳤고 패스 물 줄기의 대부분이 로번쪽으로 향하면서 비효율적인 공격 전개를 스스로 키우고 말았습니다. 인테르 미드필더들이 박스 안으로 내려오기 이전에 속공을 통한 결정적인 공격 타이밍을 노렸어야 했는데 공격에 가담하는 선수들의 민첩한 몸놀림과 활발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뮌헨 입장에서는 리베리의 결장 공백이 컸습니다. 리베리가 리옹과의 4강 1차전에서 비신사적인 파울을 범하며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는데, 4강 2차전에서는 알틴톱이 리베리 공백을 잘 메웠지만 결승 인테르전에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마이콘에게 철저히 제압당하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사네티의 협력 수비에 걸려 왼쪽에서 이렇다할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뮌헨의 공격은 로번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평소에는 리베리-로번이 양쪽 측면에서 서로 장단을 맞추며 상대 옆구리를 흔들었지만 인테르전에서는 리베리가 없다보니 뮌헨의 공격이 평소보다 위력이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인테르는 후반 25분 밀리토가 또 다시 추가골을 성공시키면서 사실상 승리를 굳혔습니다. 에토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왼쪽에 있던 밀리토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판 부이텐을 뚫었고, 밀리토는 문전쪽으로 대각선 침투하면서 데미첼리스를 오른발 페인팅으로 제치고 또 한 번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며 인테르가 2-0으로 앞섰습니다. 뮌헨 미드필더들이 인테르 진영으로 올라간 상황에서, 인테르가 에토를 이용한 빠른 역습을 진행했던 것이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장면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밀리토는 전반 35분과 후반 25분에 골을 넣으며 인테르 우승의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많은 볼 터치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공격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을 엮어내려는 집중력이 강했습니다. 전방에서 공을 잡으면 상대 진영쪽으로 정면 돌파하여 골 기회를 잡거나 근처에 있는 동료 선수를 활용한 패스를 연결하며 공격의 효율성을 키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2골을 넣은 것은 골잡이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음을 의미합니다.

반면 뮌헨은 올리치가 부진한 경기 흐름 끝에 후반 28분 교체 되었습니다. 후반 17분과 28분에 걸쳐 교체 투입된 클로제-고메즈는 최전방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인테르의 우승이 점점 눈앞에 다가 왔습니다. 2-0의 리드를 지킨 인테르는 후반 46분 '공격수' 밀리토를 빼고 '수비수' 마테라찌를 투입하는 여유를 부린 끝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습니다. 인테르가 올 시즌 세리에A 5연패, 코파 이탈리아 우승,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유럽 축구 역사상 6번째로 '유로피언 트레블'을 달성하는 순간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