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수원 블루윙즈 감독이 지난 20일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했다. 지난해 K리그 10위 및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 올 시즌 K리그 꼴찌 추락으로 성적 부진에 시달리며 몸과 마음의 피곤함을 느끼더니 결국 사령탑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로 한 것. 2004년과 2008년 K리그 우승으로 명장의 반열에 올랐지만 지난해부터 성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수원 서포터즈 그랑블루의 퇴진 압박을 받아왔고 결국 수원을 떠났다.
(차범근 감독이 사임을 발표한 후, 어느 모 축구 카페 채팅방에서는 축구팬들이 서로 토론을 하며 차범근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김호사랑 : 결국에는 차범근 감독이 수원을 떠나기로 했네요. 경질이 아닌 사임이었습니다. 스스로 물러난 것이죠.
보고싶다 고종수 : 사임 발표했던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분들의 충격이 컸다고 하더군요. 차범근 감독이 갑작스럽게 결정하는 바람에 축구팬들의 충격이 컸습니다. 특히 그랑블루 말입니다.
No.12 나드손 : 그랑블루가 사임 발표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차범근 감독 경질 목소리를 높였잖아요. 그랑블루 사이트에서 차범근 감독 비판하고 비난하는 글을 올리는 것을 비롯해서 빅버드에 감독 경질 관련 플랜카드가 등장했고요. 지난 8일 울산에게 0-2로 패하고 경기가 종료 될 때 N석에서 수원 서포터들이 'CHA RAUS'라는 플랜카드를 들었죠.
통곡의 벽 마토 : 그게 무슨 뜻이에요?
No.12 나드손 : RAUS가 독일어로 나가라는 뜻이죠. '차범근 수원 떠나라'는 이야기죠. 차범근 감독이 독일에서 10년 동안 현역 선수 생활을 했으니까요.
보고싶다 고종수 : 그런데 그랑블루 반응 보니까, 사임 이후에는 차범근 감독에 대해서 수고했다는 말이 많네요.
No.12 나드손 : 수원 엠블럼 4개의 별 중에 2개를 차범근 감독이 안겨줬죠. 아무리 차범근 감독이 최근에 성적이 부진했지만, 그래도 수원에서 큰 업적을 이룬 지도자에요. 정규리그 우승 2번, 하우젠컵 우승 2번, FA컵-A3대회 우승 및 그 외 우승 등등 수원 축구 역사에서 큰 획을 그었어요. 수원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던 사람인 것은 '개념있는' 그랑블루라면 충분히 알고 있을거에요. 다행히도 그런 분들이 많았습니다. 포항에서 경질된 레모스 전 감독과 격이 다를 수 밖에 없죠.
김호사랑 : 차범근 감독이 사임 기자회견에서 그랑블루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었죠.
No.12 나드손 : 일반 지도자였다면 서포터즈에게 경질 압박 받으면 불쾌한 반응을 내비칠 것 같은데 차범근 감독은 그렇지 않았어요. 지난해부터 성적 부진으로 그랑블루에게 쓴소리를 듣긴 했지만 그래도 2007년과 2008년에는 성적 상승으로 그랑블루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잖아요. 특히 2008년에는 그랑블루가 차범근 감독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슈퍼차붐 생신축하'라는 변환 카드섹션을 펼쳤습니다. 항상 수원을 위해 열렬히 응원했고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기 때문에 차범근 감독이 그랑블루에게 여전한 고마움을 느낄겁니다.
김호사랑 : 결국 차범근 감독과 그랑블루는 '아름다운 이별'을 하게 되는군요.
통곡의 벽 마토 : 그런 셈이죠. 하지만 타이밍이 적절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왜 하필 시즌 중 이었을까요?
김호사랑 : 제 생각은 달라요. 지금이 가장 적절했습니다. 성적이 끝없이 부진한 상태에서 2010시즌을 끝내는 것 보다는 더 나은 것 같아요. 수원에게는 후반기가 있기 때문에 6강 플레이오프를 도전할 수 있는 명분이 있고요. 무엇보다 차범근 감독이 많이 지쳤기 때문에 후반기 일정을 보내기 쉽지 않았습니다.
보고싶다 고종수 : 얼마나 많이 지치셨으면 남아공 월드컵 해설까지 안하려고 했을까요. 어느 모 방송국 명예회장까지 직접 나서서 해설을 맡아달라고 했는데 거절했잖아요. 축구 감독이라는 직업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나 봅니다.
통곡의 벽 마토 : 그거야 당연하죠. 성적에 목을 멜 수 밖에 없는게 감독이니까요. 더욱이 수원이 법인화 설립 등의 영향으로 예전처럼 돈이 없잖아요. 오죽했으면, 2008시즌 K리그 우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범근 감독이 연봉 자진삭감하고 선수단 연봉까지 줄었잖아요. 심지어 우승 회식때 돈이 부족했다는 말까지 나돌았습니다. 돈 없어서 제대로 된 선수 영입 못했고, 그동안 수원을 지탱했던 몇몇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갔으니 차범근 감독 스트레스가 클 수 밖에 없었죠. 거기에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했으니 차범근 감독에게 과중된 일들이 많아졌죠. 그동안 차범근 감독이 선수 영입으로 재미를 봤잖아요. 특히 2006년의 백지훈과 이관우 말입니다.
No.12 나드손 : 지금의 수원 전술을 보면 차범근 감독의 사임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호사랑 : Why?
No.12 나드손 : 롱볼 위주의 단조로운 전술인건 누구나 아는 이야기라 진부하지만, 문제는 그런 형태가 7시즌 동안 계속 유지되었죠. 2006년에 백지훈과 이관우 데려와서 패스게임으로 전환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롱볼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09년에 미드필더 붕괴되더니 롱볼로 가더군요. 더욱이 수원 축구는 3선이 계속 벌어집니다. 공격 과정에서 패스가 매끄럽지 못해요. 밸런스 훈련을 그동안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다른 팀 선수들이 종간격을 좁히면서 패스를 연결하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입니다. 옛날 축구를 그대로 이어가는 느낌이랄까. 진보적인 요소가 보이지 않았어요. 김호 감독 시절에 아름다운 축구를 했을때 이렇게까지 안했습니다.
통곡의 벽 마토 :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No.12 나드손 : 그렇죠. 수원 축구에는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수원은 K리그의 명문이자 엄연한 인기구단이라 다른 팀들과 무게감이 다릅니다. 일본 프로야구로 치면 요미우리 자이언츠 같은 느낌이 있죠. 그래서 수원의 성적이 항상 좋아야 합니다. 문제는 차범근 감독이 K리그 전술이 변화하는 흐름을 제대로 쫓아가지 못했죠. 수원의 전술이 다른 팀들에게 먹잇감이 되었던 이유죠.
보고싶다 고종수 : 심지어 수원이 '유망주의 무덤'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김호 감독 시절과는 너무 대조적입니다.
No.12 나드손 : 차범근 감독이 집권했던 77개월 동안 제대로 배출된 유망주가 그리 많지 않죠. 곽희주, 조원희가 제대로 성장한 케이스죠. 하지만 백지훈, 서동현, 하태균, 남궁웅, 이현진, 배기종, 박현범, 최창용, 이재성 등은 아쉬운 케이스죠. 김호의 아이들이야 두말 할 필요 없고요. 신영록도 차범근 감독 체제에서 제대로 성장한 선수가 아니었죠. 2008시즌에 빛을 봤지만 2007시즌까지는 차범근 감독이 많은 기회를 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신영록이 시즌 종료 후 지방팀으로 떠나려고 했던 것을 차범근 감독이 반대했죠. 2007시즌에 3경기 밖에 뛰지 못했습니다. 시즌 대부분을 부상으로 보낸것도 아니었고요.
보고싶다 고종수 : 귀네슈의 아이들, 파리아스의 아이들을 배출했던 서울과 포항과는 대조적이네요.
통곡의 벽 마토 : 좋은 선수를 발굴하고 키워야 스쿼드 퀄리티가 높아지는데 수원에는 그런 부분이 부족했죠. 수원의 차기 사령탑을 맡는 감독은 리빌딩이라는 과제가 부여 됐습니다.
No.12 나드손 : 어쨌든, 차범근 감독이 다음달 6일 전북전까지 팀을 맡기로 했으니 명예롭게 떠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 4경기 정도 남았는데 마무리를 잘하고 나갈 수 있는 명분이 세워졌으니까요.
김호사랑 : 사임발표 기자회견을 했던 것 자체만으로도 명예를 택하고 떠났음을 알 수 있죠. 성적이 계속 부진한 상태에서 시즌을 마치고 떠난 것 보다는 직접 사퇴 의사를 밝힌게 더 현명했다고 봅니다. 팀을 떠나는 과정에서는 어떠한 오점이 없었죠. 팀을 떠나는 타이밍은 적절했지만 한편으로는 시즌 중에 떠나니까 충격적이긴 합니다.
No.12 나드손 : 충격적이죠. 그래도 한국 축구의 레전드인데 수원 감독을 떠난다고 해서 비난하거나 조롱해서는 안됩니다. 수고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게 예우죠. 우리들이 명예롭게 떠난 차범근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통곡의 벽 마토 : 전북전이면 최강희 감독과의 대결 아닙니까?
김호사랑 : 운명이 그렇게 되었네요. 최강희 감독이 현역 선수 말년에 차범근 감독과 불화가 있었잖아요. 현대(지금의 울산 현대)에서 말입니다. 공교롭게도 전북이 최강희 감독 부임 이후로 수원에게 K리그에서 패한 적이 없었습니다. 작년 FA컵에서는 졌지만요.
No.12 나드손 : 전북이 예전에는 수원의 승점 자판기였는데 최강희 감독 부임 이후로 역전이 되었죠. 차범근 감독의 마지막 경기,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겠는데요.
김호사랑 : 그래도 이동국이 빠졌으니 어디에요. 심우연과 르보렉의 폼도 시즌 초반보다는 내려갔고요. 6월6일이면 일요일인데, 흥미진진한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빅버드 관중 3만명 기대할 수 있겠군요.
김호사랑 : 암튼 수원이 3대 감독 잘 뽑았으면 좋겠고, 그동안 수원 감독으로써 힘든 시간을 보냈던 차범근 감독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No.12 나드손 : 2003년에 김호 감독이 수원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My Way'라는 노래가 빅버드에 울려 퍼졌는데, 차범근 감독이 떠날때도 그 노래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이자 수원 축구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분이기 때문에 수원 구단과 그랑블루가 최대한의 예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리한 바람인지 모르겠지만, 그랑블루가 김호 감독에게 '대한민국 최고 감독 김호'라고 콜을 했던 것 처럼, 차범근 감독에게도 그에 걸맞는 콜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보고싶다 고종수, 통곡의 벽 마토 : 그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