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보이' 마이클 오언(3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가 어쩌면 올해 여름 팀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맨유에 잔류하더라도 다음 시즌 출전 여부를 장담할 수 없어 맨유 7번 계보의 실패작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해외 축구 사이트 <풋볼 프레스>는 10일(이하 현지시간) "맨유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하면서 몇몇 선수들을 내보낼 것이다"고 보도한 뒤 "벤 포스터, 마이클 캐릭, 오언 하그리브스, 대니 웰백, 조란 토시치(FC 쾰른 임대), 안데르손,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오언이 그들이다"며 오언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이 방출 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물론 현지 언론의 이적설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안데르손과 베르바토프는 여론의 이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퍼거슨 감독이 다음 시즌에도 맨유맨으로 안고 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그리브스는 20개월만에 복귀한데다 투쟁적인 홀딩맨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맨유에서의 잔류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그리고 오언은 지난 3월 맨유로부터 계약 연장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여름 맨유와 2년 계약 맺었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럼에도 오언의 방출설이 불거진 이유는 올 시즌 활약이 네임벨류에 비해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입니다. 오언은 올 시즌 31경기에서 9골 1도움을 기록했으나 프리미어리그 19경기 3골에 그쳤고 시즌 후반에 허벅지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되면서 팀에 이렇다할 공헌을 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대부분의 경기가 교체로 투입되었는데 출전 시간이 짧을 수 밖에 없어 골 넣을 기회가 한정적 이었습니다. 루니-베르바토프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오언 영입을 실패작으로 분류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맨유가 지난해 여름 주급 50% 삭감에 이적료 없이 영입했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오언은 뉴캐슬 시절부터 잦은 부상 여파로 슬럼프에 빠졌던 선수였기 때문에 맨유의 주력 멤버로 뛰기에는 무게감이 약했습니다. 더욱이 웨인 루니와 함께 타겟맨으로 분류되는 선수여서 서로의 역할이 겹칩니다. 루니의 공격력에 의존했던 맨유로서는 오언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맨유의 오언 영입은 로테이션 강화 차원이었으며 대형 선수 영입과 성격이 다릅니다.
그러나 맨유의 자랑인 7번 계보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오언은 7번 계보의 실패작 냄새가 짙습니다. 오언이 역대 7번 계보에 포함된 영웅들과 대조되는 활약을 펼친데다 팀 내에서의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맨유가 오언에게 7번을 부여했지만, 결과론적인 관점에서는 오언의 활약상이 다소 찝찝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맨유의 7번은 바비 찰튼, 조지 베스트, 스티브 코펠, 브라이언 롭슨, 에릭 칸토나, 데이비드 베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맨유 최고 스타들이 달았던 유니폼 등번호 였습니다. 그래서 오언은 맨유 7번 계보의 영광을 이어갈 존재로 주목 받았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오언 영입 이전까지는 루니가 호날두에 이은 7번 후계자로 꼽혔으나 본인이 10번을 계속 달기를 희망하면서 한동안 7번이 공석이 됐습니다. 그러더니 오언이 맨유에 입단한지 며칠 뒤에 7번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만약 오언이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다른 팀에 이적하면 맨유 7번 계보의 실패작으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올 시즌 맨유의 7번으로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음 시즌 절치부심끝에 맨유의 주축 공격수로 떠오르면 맨유의 7번 계보를 빛낼 스타로 자리매김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현실적인 가능성이 낮습니다. 뉴캐슬 시절부터 걷잡을 수 없는 내림세에 빠진데다 유리몸 악령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부활 여부를 속단할 수 없습니다.
오언이 맨유에서 처한 현실을 악화시키는 결정적 이유는 팀이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맨유는 올 시즌 후반기에 이르러 루니 이외에는 박스 안에서 골을 해결지을 공격수 부족에 시달렸으며, 설상가상으로 루니까지 부상으로 주춤했습니다. 그래서 대형 골잡이 영입 절실이 맨유의 다음 시즌 우승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박스 안에서 골을 노리는 선수의 영입은 곧 타겟맨 영입을 의미하며 오언의 입지에 빨간 비상등이 켜지고 말았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쉐도우를 맡는 베르바토프의 잔류를 희망한 것은,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베르바토프가 아닌 오언이 방출 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물론 베르바토프의 잔류는 속단할 수 없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2003년 여름 후안 베론을 첼시로 이적시키기 며칠전까지 맨유 잔류를 강조했던 지도자였기 때문입니다. 맨유가 대형 골잡이 영입에 어려움을 겪으면 베르바토프를 트레이드 대상으로 내놓을 수 있습니다. 오언의 계약 연장 또한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타겟맨 3명(루니, 오언, 이적생) 체제는 공격진이 과포화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루니가 맨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다 이적생이 퍼거슨 감독에게 실력을 검증받기 위해 적지 않은 경기에 출전하면 오언의 실전 투입 기회가 적어집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맨유는 다음 시즌 리빌딩 차원에서 영건들을 키워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월 이적시장부터 지금까지 크리스 스몰링, 마메 비랑 디우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같은 영건 영입에 2000만 파운드(약 345억원)를 투자했습니다. 특히 디우프-에르난데스의 포지션은 공격수인데 마케다-웰백 같은 기존 영건 공격수와 출전 시간을 다투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맨유가 이들에게 적지 않은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오언이 그라운드를 밟을 시간이 짧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오언은 '슈퍼 조커'라는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자신만의 무기를 꺼내들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꾸준한 출전 기회만 보장하면 올레 군나르 솔샤르처럼 슈퍼 조커로서 맨유 역사의 획을 그을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다음 시즌 출전 보장을 장담할 수 없어 맨유 7번 계보의 실패작으로 꼽힐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난 3월 맨유로부터 계약 연장 제의를 받았지만 이것은 구단의 로테이션 강화 의지일 뿐, 현실적으로 방출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과연 오언이 맨유 7번 계보의 실패작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기게 될지, 아니면 그것을 부정하기 위한 몸부림을 펼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